일본에 왔다. 네번째 혹은 다섯번째인 것 같다. 지겹냐고? 아니. 매번 와도 와도 새롭다. 지난번에는 일본 도쿄 구석구석을 헤매는 재미가 있었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스이카 카드(일본의 교통카드)를 사려고 했다. 여느 곳에서 팔지 않기 때문에 도쿄 스테이션에서 꼭 사야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느라 스이카를 사지 못했다. 왜 급행열차는 항상 급하게 타야할까? 도쿄에 7일이나 있을 건데 표를 하나씩 하나씩 끊어야한다. 구간마다 헷갈려서 큰일이다.
친구가 인터넷 앱으로 하라고 계속 설명해주었다. 끈질기게. 한 시간을 끙끙대도 스이카 카드를 만드는 법을 모르겠다. 포기했다. 스팸메일을 되돌려놓는 방법을 몰라서 끙끙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럴 땐 포기하게 된다.
도쿄역에서 그냥 표를 끊었다. 도쿄역에서 히로오역까지는 180엔(우리 돈 약 1,600원). 많지 않은 돈이다.
최근 한국에는 티머니로 일시불 충전해 8만원으로 한 달을 지낼 수 있는 새로운 표가 생긴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하철도 표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 그리고 기차표도! '딸깍'하고 표에 구멍을 뚫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 TV에서 본 지라 잘은 모르지만 문득 그립다. 표를 모으던 그 때가. 이제 일본에 가야 표를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이번 여행은 옛날 감성의 표를 구매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작고 예쁜 표들, 그리고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우는 여행은 언제나 지나가면 반짝이는 기억이 된다. 또 여행을 간다면 티머니를 그리워할 정도로 길게 다녀왔으면 좋겠다. 열심히 모아야지!
전수진
배우 12년차. 드라마 <학교 2013>, <상속자들>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평소에 공상하는 것을 즐기며 작은 것 하나도 사소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일기를 쓰면서 작다란 칼럼을 적기 시작했다. 배우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 다양한 주제가 신선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