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가다]나의 '투명한 빛'과 당신의 '격자 무늬'가 만났을 때
[전시회를 가다]나의 '투명한 빛'과 당신의 '격자 무늬'가 만났을 때
  • 정지원 기자
  • 승인 2022.09.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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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비치는 모습에서 영감 받아
투명도 높은 물감과 기법으로 '투명한 진심' 드러내
김미영 작가의 전시회 'Transparent'가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에서 한창 열리고 있다.(왼쪽부터)'Blow(2022년)', 'Midday(2022년)', 'Transparent and Opaque(2022년)', 'Anna's Dance(2022년)'.2022.09.06.(사진=정지원 기자)
김미영 작가의 전시회 'Transparent'가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에서 한창 열리고 있다.(왼쪽부터)'Blow(2022년)', 'Midday(2022년)', 'Transparent and Opaque(2022년)', 'Anna's Dance(2022년)'.2022.09.05.(사진=정지원 기자)

[편집자주]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에 맞춰 사실상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8일 오후부터 오는 12일까지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저마다 친지들과 만나 회포를 풀거나 차례를 지내고 때로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때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자가격리 중이거나 입원한 환자들도 있다. '내외방송'은 이에 갖가지 이유로 문화, 축제, 공연, 전시장을 찾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연휴 이전부터 정적인 시선이 머무는 전시회. 유명 작가의 전시회부터 신인작가의 개인전, 다수의 작가들이 모여 출품작을 내건 전시회 등 수많은 전시회를 찾아봤다. '추석연휴 기획특집'은 박세정 기자와 정지원 기자가 직접 발로 뛰며 취재했다.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투명한 진심이 드러났을 때 비로소 가까워진다"

진심을 알게 됐을 때 그제서야 오롯이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진심을 숨기고, 자신을 애써 포장하는 사람은 결국 알다가도 모르는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5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 'Transparent'에 방문해 김미영 작가의 투명한 진심을 느껴봤다.

김미영 작가의 'Dawn Walk(2022년)'.2022.09.06.(사진=정지원 기자)
김미영 작가의 'Dawn Walk(2022년)'.2022.09.05.(사진=정지원 기자)

성당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스테인드글라스를 본 적이 있는가?

밖에서 어떤 복잡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더라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해서 들어오는 것은 오로지 빛뿐이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바라본 넓은 들판은 마치 이 작품처럼 보일 것이다.

푸른 들판에 붉은 태양이 날이 밝아오는 것을 알리고, 금처럼 반짝이는 햇빛이 사방을 비추기 시작하는 모습이 스테인드글라스에 가려져 몇가지의 빛으로만 새어 들어오는 것이다.

김 작가는 공업 재료인 금색을 테두리에 발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바라본다는 의미를 강조했다.

김미영 작가의 'Transparent Moment(2022년)'.2022.09.06.(사진=정지원 기자)
김미영 작가의 'Transparent Moment(2022년)'.2022.09.05.(사진=정지원 기자)

파란하늘에서 내리쬐는 뙤약볕과 푸르게 우거진 녹음의 모습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김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수채화처럼 투명하게 발린 물감이 캔버스에 스며들어 있다.

캔버스의 결이 그대로 드러나듯 얇고 투명한 붓 터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색색의 투명한 빛을 나타냈다.

이 빛은 스테인드글라스 밖에서 펼쳐진 모든 자연물의 진짜 모습일 것이다.

이 붓 터치에는 "진심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사람과 소통하듯 창 너머의 세계를 보여주는 유리 같은 회화가 되기를 바란다"는 김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김미영 작가의 'Run to the Sun(2022년)'.2022.09.06.(사진=정지원 기자)
김미영 작가의 'Run to the Sun(2022년)'.2022.09.05.(사진=정지원 기자)

우리에게 햇빛은 흰색처럼 보인다.

하지만, 맨눈으로 태양을 올려다 본 뒤에 나타난 잔상에는 파란색과 빨간색, 노란색이 혼재돼 시야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만약 우리가 태양을 향해 뛰어간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흰색처럼 보이는 빛의 내면에는 빨강, 초록, 파랑이라는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김미영 작가의 'Sundance(2022년)'.2022.09.06.(사진=정지원 기자)
김미영 작가의 'Sundance(2022년)'.2022.09.05.(사진=정지원 기자)

이 작품의 '격자 무늬' 또한 작가의 진심을 나타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김 작가가 캔버스에서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은 사선의 격자 무늬를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김 작가는 물감을 두껍게 덧입혀 작품을 완성했을 때 격자 무늬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신경쓰지 않을 만큼 이 무늬를 독보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의 진심도 마찬가지다.

여러가지 유혹에 흔들려 자신을 이리저리 포장하기도 하지만, 결국 진심은 하나다.

나에게서 '투명한 빛'을 드러내고, 상대방에게서 '격자 무늬'를 발견했을 때 그제서야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오는 27일까지 나 자신의 투명한 진심을 드러내는 방법을 이곳에서 찾아보기를 바란다.

한편, 김미영 작가는 지난 2011년까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영국으로 건너가 왕립예술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이후 'Both Sides Now(2015년)'를 시작으로 'Wet on Wet(2017년)', 'Synthetic Moment(2021년, 싱가포르)' 등 다양한 개인전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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