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 발견, 그 이후에 필요한 것은?
[특별기획]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 발견, 그 이후에 필요한 것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11.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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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글로컬콘텐츠' 국제컨퍼런스 지면중계 ③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 16일 국립안동대학교 국제교류관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글로컬콘텐츠'를 대주제로 한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인문콘텐츠학회(회장 김상헌)와 (사)한국전자출판학회(회장 이건웅)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중심으로 지역별 문화콘텐츠 발굴과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는 '국제 섹션'을 통해 해외 각국의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함께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내외방송은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 연구와 방안이 나왔던 이번 국제컨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특별기획'을 통해 연재한다.  이 기획은 다양한, 그리고 새로운 문화콘텐츠 발굴에 필요한 힌트를 이번 연재를 통해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직지심체요절의 문화주권 확보를 위한 인공지능 활용 방안 연구 (김상은(충청북도의회), 홍종열(고려대))

'직지복본'을 보는 외국인들. (사진=청주시)
'직지복본'을 보는 외국인들. (사진=청주시)

'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그러나 현재 직지심체요절의 실물은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어 유산의 역사적 가치에 비해 대중의 인식과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이는 데이터가 중요한 자본과 국력이 되는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 유산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그 가치가 잊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볼 수 있다.

문화유산의 데이터 생산은 발현지 주민, 전문가뿐만 아니라 자연스레 전 세계인이 참여하게 됐다. 이는 새로운 문화공동체의 등장이자 전환이며, 이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주체성과 서사성을 부여받는다. 데이터의 지속 생산이 필요한 주체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가상 환경 구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실에서처럼 문화유산을 경험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자 사회적 연결을 중시하는 '메타버스'의 활용은 발현지라는 경계에 갇혀있는 유산을 경계없는 사회적 공간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고려 궁궐터인 만월대의 디지털기록관처럼 직지심체요절과 관련된 유물, 기록들을 모아 기록관 형태로 제작하고, 연구 교육자료 등을 지속적으로 업로드하는 방법 또한 고려할 수 있는데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방문과 활동을 유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이처럼 가상세계의 구현은 현실과 가상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재의 실재성 즉 직지심체요절의 존재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 수 있다. 인공지능은 사용자 간의 소통을 촉진해 지식의 지속적 생산과 다양한 가치의 표현을 통해 문화유산의 인식을 확장시키고 창조적 과정을 지속하게 만든다. 인공지능 시대 직지심체요절의 문화주권을 위해서는 데이터의 생산과 활용이 중요할 것이다. 

초판본과 창간호에 담긴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의미 (김기태, 세명대학교)

(사진=처음책방)
(사진=처음책방)

우리 전통의 지식과 정보 및 문화 전달 매체로 오랜 세월 기능해 온 책으로서의 초판본과 정기간행물로서의 창간호는 그 기록 자체만으로 미래유산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 종수가 매우 많고 다양해 모든 초판본과 창간호를 모으기도 어렵고, 분석하기도 쉽지 않다보니 개인 수집가와 관련 단체 또는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초판본과 창간호의 면면을 파악해 놓은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남아있는 초판본과 창간호가 소장자의 사망이나 단체 또는 기관의 휴업 또는 폐업에 따라 순식간에 멸실된다는 점이며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종이책과 정기간행물이 점차 서고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접근 가능한 주요 초판본과 창간호를 집대성해 당대 기록으로서의 미래유산 지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초판본의 진정한 가치는 그 작품의 원형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에 있으며 창간호는 해당 매체의 정체성과 편집방향, 지향하는 정보의 특성 등이 잘 드러나 있다. 당대의 문화적, 사회적 흐름과 주류 담론, 대중적 호기심에 기반을 둔 유행의 동향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 특히 초판본과 창간호의 기획 및 출판 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당대의 다양한 가치가 활자 및 이미지를 통해 구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래유산으로 다루기에 손색이 없다. 이러한 미래유산의 특성이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새로운 유형의 유산으로 구축된다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

원본과 디지털의 결합으로 초판본, 창간호의 가치와 의미를 재정립해 새로운 연구 분야 개척을 위한 기초자료로 삼을 수 있다. 또 디지털 미디어 등장 이후 침체된 출판 및 정기간행물 산업 부문을 위한 정책 연구의 토대가 될 수 있으며, 책과 정기간행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유도할 수 있고, 절판 혹은 폐간으로 인해 잊혀진 내용을 발굴하면서 새로운 스토리텔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문화유산으로서 유교 문헌에 나타난 옛 한글 글자체 디자인의 특징 고찰 : <대학언해>를 중심으로 (유정숙, 강원대학교)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대학언해>는 조선 14대 왕 선조의 명에 따라 사서의 하나인 <대학>의 원문에 한자음과 한글 구결을 달아 언해한 것을 1590년(선조 23년) 활자본으로 교정청에서 간행한 유교 경전 언해서다. 

옛 글자체 양식은 크게 4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훈해체(훈민정음 해례본체)'는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에 의한 글자 형태에 속하는 양식이며 '훈언체(훈민정음 언해본체)'는 붓의 필력에 의한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양식으로 15세기 중엽~16세기 초 사이에 나타난다.

'궁체'는 훈언체 이후 붓의 필력이 완전하게 한글에 동화되어 표현된 글자체 양식으로 18세기 이후 등장한다. '민체'는 대체로 글자열이 정제되어 있지 않고, 글자와 글자도 균형이 맞지 않은 다소 자유로운 필체이며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유행했다.

<대학언해>의 다양한 지방본 6개 문헌의 옛 글자체를 비교한 결과, 옛 한글 양식 중 '훈언체'의 특징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는 선조가 강조했던 경학적인 태도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유교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는 문헌의 생생한 특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교 간행 문헌의 글자체나 조판방법 등의 요소는 유교 교리와 사상을 따라 한결같이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음이 파악되었다. 

다양한 글자체가 사용된 다른 종교와 달리, 유교 경전은 비슷한 글자체의 지속적 사용으로 유교와 그 문화적 영향의 지속성을 보여저는 것으로 그 종교적 특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출판 분야 디지털 아카이브 연구 :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주리, 서일대학교)

(사진=프로젝트 구텐베르크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프로젝트 구텐베르크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인공지능보안위원회는 지난 2021년 "AI는 컴퓨터 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 지능을 요하는 일을 수행하는 능력을 일컫는다"라고 AI를 정의했다. 한편 2022년 유네스코는 "지각, 학습, 추론, 문제 해결, 언어적 상호작용과 창의적인 작업 등 인간 지능의 일부 특징을 모방하는 기계"라고 정의해 실제 지능보다는 '인간 지능의 모방'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현실에서 AI의 모습은 우리에게 보다 친숙하다. 일상의 디지털 작업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AI의 예로는 이메일의 스팸 차단, 기록과 캡션, 번역, 추천, 텍스트 예측 기능 등을 들 수 있다. 출판 분야의 경우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는 인류의 자료를 모아서 전자정보로 저장하고 배포하는 프로젝트로, 인터넷에 전자화된 문서를 저장해 놓고 누구나 무료로 책을 받아 읽을 수 있는 가상 도서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생성형 AI 활용이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생성형 AI와 같은 기술적 진보에 따른 AI 창작물에 대해 데이터 학습에 활용된 원 저작자와 저작물에 대한 침해 문제 등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원 저작자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개발자 집단의 코드 저작권 도용에 대해 MS와 오픈AI에 집단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기여하여 만들어지는 프로젝트로 수많은 고전의 원문이 모여있는 이 프로젝트는 공공재산으로 편입되어 전자 형태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포된 가장 오래된 e-book 프로젝트로 인터넷 e-book 중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다.

조선 후기 완영의 책판 현황과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 검토 : <증수무원록대전>, <증수무언록언해> 책판 사례를 중심으로 (김화선, 전북대학교)

증수무원록언해. (사진=전주대학교박물관)
증수무원록언해. (사진=전주대학교박물관)

'완영'은 조선 시대 전주에 있던 전라감영을 달리 부르던 용어이며 조선 후기 완영에서는 유교 책판을 비롯해 정치, 역사. 의학 등의 서적들을 책판으로 제작했다. 이를 '완영책판'이라 부른다. 현재 남아있는 목판은 11종 5,058판으로 전북대학교박물관에 기탁되어 보관 중이고, <동의보감>, <사기>, <사략>, <호남삼강록>, <성리대전>, <율곡전서>, <자치통감강목>, <주서백선>, <주자대전>, <중수무원록대전>, <중수무원록언해> 등이다.

1308년 원나라 왕여는 송대의 서적들을 참고해 시신을 검험하는 내용을 엮은 <무원록>을 편찬했다. 이 책은 조선 세종 때 주석작업을 거쳐 1438년 <신주무원록>으로 편찬됐고 이는 조선시대 살인사건을 처리하는 데 중요하게 활용된 법의학서가 됐다. 이후 영조 때 조선 법의학 지식과 변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일부 난해한 자구나 내용을 증보한 <증수무원록>이 완성됐고 정조 때 <증수무원록대전>(이하 <대전>)과 그 언해본(이하 <언해>)이 발간됐다. 

완영책판 <대전>과 <언해>는 당대 필요로 하는 지식을 널리 배포하고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목판이며 영정조 당시 '당대 사회의 요구와 실행의 의미'도 가지고 있는 실물자료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완영책판에는 서적 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림을 보유한 목판도 남아있다. 특히 관척과 시신의 양면을 보여준 그림은 <무원록>의 존재 가치를 분명히 보여준다.

전국의 상당히 많은 인쇄본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대 널리 간행하고자 했던 위정자의 목적이 목판을 통해 실현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몇몇 소장본들과 완영책판과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이제 비로소 완영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간행지 미상의 관본들을 분석하게 된다면 완영본을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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