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석정순 기자) 폐사율 최대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이에 정부 방역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에서의 유입 가능성을 비중있게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경기도 파주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은 이날 오전 9시 정부 세종청사에서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ASF 발생농장 3㎞ 내에는 양돈농장 없다"며 "10㎞ 내 19곳 농장에 대해서도 정밀검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감염된 돼지 및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이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는 한번 감염되면 폐사하는 치명적인 병이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약 역시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5월 30일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이후 농식품부는 전국 모든 양돈 농장을 대상으로 돼지 혈액검사를 하고 방역 작업을 펼쳐왔으나 결국 국내에 유입됐다.
그러나 발생 농가가 북한과 10km 정도 떨어진 접경지에 위치하고 있지만 창문이 없는 밀폐형 농가라는 점에서 야생멧돼지 등 외부의 직접적인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해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남은 음식물 급여 역시 해당 농가가 사료를 급여해 왔다는 점에서 이를 전염 경로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더불어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3km 내에는 다른 돼지 농가도 없으며 다른 농가와의 접촉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농장 관리인을 비롯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4명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지 않은 국가인 네팔에서 온 노동자로 최근에 외국에 다녀온 일 역시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양돈농가와 관련해 아직 최초 유입 경로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다른 농가로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가 4일에서 19일 정도인 점을 감안해 추석 연휴 초기, 가족 등이 농장을 다녀간 이력을 파악 중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발생 원인을 가정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발생농장 등에서 돼지 3950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하고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늘부터 남은 음식물에 대한 양돈 농가 반입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