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사력 투입에 위기의 동유럽…‘제2의 크림반도 사태’ 번지나
러시아 군사력 투입에 위기의 동유럽…‘제2의 크림반도 사태’ 번지나
  • 서효원 기자
  • 승인 2021.11.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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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방송=서효원 기자) 오는 12월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동유럽지역의 난민문제와 유럽행 가스관 차단이라는 문제로 촉발된 EU와 벨라루스 대립사태가 군사적인 확전양상까지 번지고 있는 분위기다. 난민문제는 우선 일단락되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는 셈이다. EU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그림자 친위부대’로도 유명한 용병업체 바그너그룹을 제재하기로 했고, 미국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러시아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주안점은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앞세워 동유럽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에너지 무기화 문제를 통해 서유럽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미국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간 가운데 에너지 문제가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에너지 수급 부족으로 유럽 경제가 심하게 위축될 수 있고, 우리나라의 대유럽 수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프랑스가 12일 러시아에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지역에 몰려든 난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AFP 통신)
프랑스가 12일 러시아에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 지역에 몰려든 난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AFP 통신)

중동 난민 월경사태로 유럽과 러시아 갈등

최근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벌어진 난민 월경사태로 인해 벨라루스의 루카센코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각) 러시아에 “벨라루스 남부와 서부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배치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등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태도를 보이면서 동유럽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이 지역에는 현재 최대 5천여명의 난민이 몰려들면서 러시아의 사주로 벨라루스가 이 난민들을 폴란드 국경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서방의 언론보도가 나오자 러시아는 “말도 안 되는 억측”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일 벨라루스에 체류해오던 중동지역 출신난민 수천명이 폴란드 국경을 넘으려 하자 국경 지역에 군병력과 장비 등을 증강 배치해 난민들의 폴란드 진입을 막기 위한 벨라루스의 의도된 장난인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난민의 진입을 막기 위해 1만 5천명의 군인과 탱크, 방공무기 등을 국경에 증강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루카센코 대통령은 “난민 사태에 대한 폴란드측의 대응이 과도한 것이며 벨라루스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도발적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군사적 대응에 나섰다.

벨라루스 국경 난민 사태로 인한 서방과 러시아·벨라루스 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고조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프랑스 정상 등과 연이어 접촉하며 본격 중재에 나섰다. (사진=AP)
벨라루스 국경 난민사태로 인한 서방과 러시아·벨라루스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고조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프랑스 정상 등과 연이어 접촉하며 본격 중재에 나섰다. (사진=AP)

벨라루스 ‘유럽행 가스관 차단’ 위협

이에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11일 각료회의에서 유럽행 가스관 차단을 언급했다고 벨라루스 대통령궁이 밝혔다. 그는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이용해 자국을 지나는 가스관을 차단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그들이 추가 제재를 가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유럽이 천연가스를 무기로 삼아 자신들을 옥죄려 한다며 러시아에 공급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벨라루스까지 가스관을 무기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도 심각한 대목이다.

유럽은 천연가스 35%를 러시아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중 약 20%가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이어지는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을 통과하는데,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천연가스관 2개가 지나가는 벨라루스의 위협은 현실화될 경우 큰 피해를 낳게 된다. 앞서 9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유럽 저장소에 가스를 재충전하기 시작하면서 유럽도 에너지 걱정을 다소나마 덜었는데, 벨라루스가 돌발 변수로 등장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야말·유럽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량이 전날보다 절반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독일에서는 러시아를 통해 벨라루스에게 사태 악화를 막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러시아는 중재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 생명선”이라며 “크렘린궁의 지지가 있기 때문에 벨라루스도 대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WP는 “러시아가 용인하지 않으면 벨라루스가 일방적으로 천연가스 공급 차단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벨라루스가 이와 같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러시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드스트름2 (사진=AFP)
노드스트름2 (사진=AFP)

독일, 급작스런 러시아 가스관 승인 중단 결정

독일의 노력에도 러시아가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자 미국의 반대에도 가스관 공사에 가장 앞장섰던 독일이 16일 태도를 바꿔 러시아 북서부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길이 1225km의 해저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의 승인절차를 전격 중단시켜 버렸다. 독일 당국은 가스관 운영회사인 ‘노르트스트림2 AG’가 스위스에 본사를 둔 채 독일 내 자회사를 두는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을 문제로 내세우면서 해당 기관이 독일 법에 따라 구성됐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승인절차를 재개할 것이라는 ‘절차적 문제에 따른 일시적 중단’이라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계획 초기부터 반대해온 사안이다. 이 가스관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 양은 연간 550억m³로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25%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당초 메르켈 총리가 에너지 부족사태를 대비해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하려 했고, 러시아도 독일을 통한 에너지 수출 확대가 맞물리면서 2010년 노르트스트림1이 가동을 시작했고, 2018년 공사를 시작해 지난 9월 완공됐다. 지난 10월 4일 가스 충전이 시작되면서 연말 가동이 예측됐다.

러시아가 가스관 승인을 받기 위해 일부러 유럽의 가스 공급을 줄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고, 벨라루스의 가스관 차단 위협도 있었기 때문에 외신들은 이번 결정이 천연가스를 무기로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 9월 완공 당시 승인 검토에 약 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직 검토기간이 남았지만 최근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독일의 승인절차가 더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상황이 악화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5일 밝혔다.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상황이 악화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5일 밝혔다. (사진=로이터)

천연가스 공급과 승인 압박을 둘러싼 신경전

DPA통신 등은 독일 당국이 독일 내 송유관 승인이 수개월 가량 미뤄질 수 있다고 예상된다며, “노르트스트림2가 합법적인 형태로 운영돼야 승인할 수 있다”며 인증절차 중단을 발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에너지 대란 속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을 압박하는 지정학적 무기로 천연가스관을 사용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승인절차가 중단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22일 CNN은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독일이 승인절차를 중단하면서 유럽 내 가스 가격은 17% 치솟았고, 앞으로도 더욱 상승할 수도 있다. 이미 유럽 내 가스 가격이 연일 폭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승인 거부로 러시아가 공급량을 더욱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럽 전역의 수요 증가와 공급망 경색 등으로 이미 가스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상황에서 겨울철 혹한기를 앞두고 송유관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가스 가격은 8월 이후 급등했다가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던 중이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이 노르트스트림2 개통이 당장 내일 승인되면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이 그 다음날 새 가스관을 통해 175억㎥의 천연가스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노골적인 승인 압박으로 들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FT는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비축하고 있으면서도 노르트스트림 2호 승인을 조건으로 유럽에 천연가스를 인도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공분을 살 수 있고, 가즈프롬이 터키에는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이전보다 더 많이 공급되고 있지만, 서유럽으로는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공수부대가 13일 칼리닌그라드에서 일류신 2-76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공수부대가 13일 칼리닌그라드에서 일류신 2-76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대규모 군사력 투입 및 연합훈련 등 긴장 고조

이번 사태는 급기야 러시아와 서방의 무력 대치로 비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동부 도네츠크 지역은 내전이 격화되면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강제 병합 때처럼 러시아의 개입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또 벨라루스 접경지역에도 또다른 군사력을 투입하고 있다. 군사 전문분석기관 제인스는 “러시아 제1근위 전차군이 중심이 된 보병과 자주포 부대, 기갑 부대가 벨라루스 국경 인근에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 전략 폭격기 TU-22와 TU-160을 벨라루스 영공으로 보내 초계 비행을 펼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일 러시아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각각 대규모 군사력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EU(유럽연합)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강력하게 맞대응을 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11월 초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서남부 국경지역인 브랸스키와 쿠르시키로 러시아군 제4전차사단이 이동하면서 9만여명의 병력이 집결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타임스 등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양쪽으로 전선을 분산시켜 서방을 압박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서방진영은 군사훈련으로 맞섰다. 12일에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나토 소속국가인 미국, 터키, 루마니아 등 4개국 군함 7척과 미 해군 대잠 초계기 P-8A 포세이돈 3대, 미 공군 고공정찰기 U-2S(드래건 레이디)도 동원됐다. 특히 이번 훈련이 주목을 끈 것은 나토 가입을 추진중인 우크라이나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앞서 11일에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EU 회원국들을 비공개로 만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며 대비를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육군이 노브고로드의 물리노 훈련장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벨라루스 육군이 노브고로드의 물리노 훈련장에서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나토·미국, 러시아 엄중 경고

이렇게 벨라루스로부터 시작된 러시아와 서방진영의 나토군간 대치는 이제 북유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13일에는 러시아가 노르웨이해 등에 투폴례프(Tu)-160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띄우면서 나토군연합의 군사훈련에 맞서자 영국이 전투기를 맞출격시켜 대응했다. 상황이 갈수록 긴박해지자 나토 사무총장은 15일 “이례적인 대규모 러시아 병력 집결이 목격됐다”며 “러시아는 어떤 공격도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러시아의 어떤 추가적인 도발이나 공격적인 행동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며 “나토는 러시아의 이례적인 군사력 증강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편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러시아에 대해 공식 경고하고 나섰다. 앤소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0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안보 및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이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접경지대에서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CNN은 지난 8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는 상황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美, 러시아 견제용 駐독일 미사일 사령부 부활

이에 앞서 8일 독일 마인츠-카스텔에서 냉전시기 유럽에 대한 미군의 전술핵을 관리했던 제56포병사령부 재가동 기념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9일 미 외교안보전문지 내셔널인터레스트가 보도했다. 미국은 냉전 종식 후 유럽에 배치된 병력을 줄였지만,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이라크전 후 해체했던 제41야전포병여단을 2018년 재가동해 다시 독일에 주둔시켰고, 2019년에는 핵 군축 조약인 ‘중거리 핵전략 조약(INF)’을 파기했으며, 이번에는 유럽 지역의 미사일 운용을 총괄할 포병사령부를 부활시킨 것이다.

영국 더 타임스는 이 사령부가 “앞으로 음속의 5배 이상인 시속 4000마일(시속 6400km) 가까이 낼 수 있는 ‘다크 이글’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제56포병사령부의) 재가동은 러시아가 장거리 로켓포와 자체 개발한 극초음속 무기로 미국 그리고 유럽의 나토군보다 우세한 군사력을 갖게 됐다는 미 국방부의 점점 커져가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인터넷 매체 ‘밀리터리 닷컴’도 “56포병사령부가 더 공세적이 된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핵 임무를 띠고 재구성됐다”고 보도했다.

제56포병사령부에 다크이글과 타이폰 등 미 육군의 최첨단 무기를 배치, 전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다크 이글은 사정거리 2775km로 음속의 5배 이상인 시속 6400㎞로 비행할 수 있으며 미군의 실전 배치 목표는 2023년으로 알려져 있다. 타이폰은 토마호크부터 미 해군의 SM-6 다목적 미사일에 이르는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 및 제어 시스템이다. 당분간 제56포병사령부는 다크 이글이 전개되기 전까지 우선적으로 미 해군 토마호크 지상공격용 순항미사일의 지상 발사 버전을 배치해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대치하고 있는 중동 출신 난민과 폴란드 병력의 모습. (사진=AP)
15일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서 대치하고 있는 중동 출신 난민과 폴란드 병력의 모습. (사진=AP)

中·러 밀월관계로 서방 압박 vs 좌시할 수 없는 미국

이러한 서방의 압박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8월과 10월 합동 군사훈련을 통해 군사적 공조를 과시하면서 밀착이 가속화되고 있다. 양국은 북한과 이란핵 문제,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둘러싼 논쟁에서 상대 입장을 지지하는 등 외교분야에서도 공조를 이어나가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금의 러시아와 중국 관계를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양국관계는 21세기에 효율적인 국제협력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의 좋은 이웃, 친구들과 관계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관해선 러시아와 근본적 입장이 다른 경우가 많지만 접촉하고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유럽과의 관계를 놓고는 “EU가 제재와 비우호적 행동, 근거 없는 비난으로 우리를 계속 밀어내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 때문에 협력 기회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 역시 노골적으로 러시아에 적대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경 가까이 군사 시설을 두려 한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관해선 관계 강화와 통합 심화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러시아가 동유럽 지역에서 긴장을 조성하고 군사력을 추가 배치하자 미국 역시 다시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의 러시아 압박 배경에는 미국이 중국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사이 러시아가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동맹국들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나토에 더욱 깊이 개입함으로써 동유럽지역의 군사·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동북아시아에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것 또한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러시아도 서방세계와 정면 충돌하는 것은 사실상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나토군과 직접 무력 충돌을 피하면서도 군사적 완충지역인 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도 자국의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미·중간 정치-경제-군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 될 수 있다. 아프카니스탄을 비롯해 중동에서 군사력을 철수시킨 미국이 중국과 밀월관계인 러시아가 ‘제2의 크림 반도 사태’를 일으키게 되면 유럽 사회에 큰 타격이 될 가능성이 크고, 대중국 견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유럽의 지지와 협력을 받는 데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미국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의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가 어떠한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위협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유럽국가들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토 가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미국과 EU의 지원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나토에 가입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힌 상태에서 러시아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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