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두 가지가 공존하는 서울미술관 전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두 가지가 공존하는 서울미술관 전시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2.04.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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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들 전시, 가까이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
동굴 속을 연상시키는 전시실 분위기도 열일에 동참
이중섭, 박수근, 천경자 등 내노라 하는 작가들을 설레임으로 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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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황소'. 황소라는 작품들 중에서 페인트로 칠한 작품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이름부터 무한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Fear or Love' 전시회가 석파정 서울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기간은 지난 13일부터 시작해 오는 9월 18일까지 부암동 서울미술관 본관에서 개최된다. 

총 31명의 작가의 회화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번 전시는 '두려움'과 '사랑'이라는 양가감정을 기반으로 시대의 고난과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 고뇌하면서도 창작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이룩한 한국근현대 거장 31명, 그들의 작품을 집대성했다. 

'내외방송'은 지난 15일 전시회장을 찾아가봤다. 전시의 1부 '그리다'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이중섭의 '황소'(1953)을 비롯, 제2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박수근의 '우물가(집)'(1953), 김환기의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 미술 교과서의 표지로 유명한 도상봉의 '정물'(1954), 천경자의 자전적 기록이라 볼 수 있는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년) 등의 걸작을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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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작가가 부인인 마사코 여사와 주고받았던 엽서에 그린 엽서화.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이중섭의 작품 중 유독 의미를 두고 볼 수 있었던 건 부인인 마사코 여사와 주고받았던 엽서에 그린 엽서화, 그리고 유명한 '황소'(1953)이다. 서울 미술관의 '황소'는 특별히 페인트로 색칠을 했다는 특이점이 있는데 새간에서는 칠할 재료가 없어 그랬다는 소문이 있지만 페인트로 색칠을 한 것은 이중섭 작가의 의도된 것이었다. 

그만의 거친 붓터치를 더 빛을 발할 수 있게 해줄 재료가 페인트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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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화백의 작품. 최불암 배우의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수한 점들의 색채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김환기 화백의 점화 연작 중 가장 최고로 꼽히는 '십만 개의 점 04-VI-73 #316'(1973)은 따로 귀중하게 모셔져 있었다. 멀리서 보면 한없이 깊을 것만 같은 바다를 연상케 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볼 수록 무수한 점들이 뽐내는 색채의 향연을 느낄 수도 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됐던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를 배우 최불암의 내레이션으로 들을 수 있다. 내레이션을 통해 작품의 감상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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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작가의 '산' 시리즈들도 눈길을 끌었다. 유영국 화가는 '산의 화가'라고 불릴 만큼 산을 많이 그렸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유영국의 '산'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유영국 작품 중에는 산을 그린 것들이 많아 그는 '산의 화가'라고도 불린다. 

도상봉의 '정물'도 안정감을 주는 구도에 실제 같은 모습이 눈길을 끌게 만든다. 

2부 '바라보다' 섹션에서는 이우환 작가의 '선으로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주로 2부에서는 단색 화가들의 활약을 보여주고, 눈에 보이는 형상보다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 그 몸짓 등에 더욱 초점을 뒀다. 

김창열의 '물방울'(1987), 정상화의 '무제 12-7-3'(2012) 등 단색화들의 단아한 매력에 빠져들 수 있었다. 고요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의 섹션이다. 

모든 게 힘들었을 시절, 배움에 힘들어 독학을 결정하고, 먹고 살기 힘들었을 그런 시절, 살아나가는 것이, 혹은 작품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수 있겠지만 그것을 극복해서 그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살짝 '사랑'으로 바꿔 따뜻하고 묵직한 그림들을 그려나갔던 화가들. 

지금 작품을 구경하러 가는 관람객들에게 그들의 작품들은 '두려움'이라는 느낌보다 '사랑', '온기'라는 느낌을 더욱 강렬하게 전해주고 있다. 기자는 두려움은 살짝 감추고, 온기로 무장해 사랑이 되게 만든 그들의 발상과 노력, 재능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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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도상봉의 '정물'은 미술 교과서의 표지로 사용하고 있는 유명한 작품이다. 동굴 속을 탐험하는 것 같았던 전시실 내부에서 특히나 이런 일상을 그린 차분하고 아늑한 작품들이 유난히 빛을 발했던 것 같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전시실 내부는 약간 어두웠는데 그 어둠 속에서 작품만큼은 환히 빛나고 있었다. 작품이 더욱 돋보이게, 조명 같은 것 필요 없이 작품 하나만으로 평가받도록 만들었다. 너무나 훌륭하고 누구나 소장하려고 들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만난 소감은 너무나도 고요한 가운데 작가들과의 깊은 공감대 형성이 만들어져 내면의 울림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마음 속 두둑하게 돈보다 값진 것들을 선물로 품고 나온 느낌이다. 동굴 속 같았던 아늑한 전시실 분위기도 열일에 동참했다. 전시를 보고 나와 내려오는 기분은 뿌듯함에 달했다.

전시회를 직접 둘러본 소감을 말하자면 약속 없는 평일, 주말에 가족과 함께. 전시를 감상할 마음에 작정을 하고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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