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멸종의 시대 ① 핵심종이 사라지면 생태계 혼란 초래
동물 멸종의 시대 ① 핵심종이 사라지면 생태계 혼란 초래
  • 이양호 기자
  • 승인 2022.07.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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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코끼리
아프리카코끼리

(내외방송=이양호 기자) 생물 다양성이나 자연 자원 같은 보이지 않는 것들은 가치를 재고 증명하기가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하나의 생물이 사라지게 되면 그 종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균형을 맞추고 있던 관계되는 종까지 사라진다는 점에서 멸종은 그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생태학에서는 아직도 자연의 모든 종과 그에 따른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즉, 어떤 종이 사라지게 되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어떤 종은 그 종 자체로만 멸종하는지 모르고 있는 셈이다.

가령, 호랑이나 재규어, 늑대, 상어 등과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게 되면 하위 동물들의 행동과 습성이 바뀌게 되는데, 잡아먹힐 염려가 없어져 하위 개체들의 두려움이 사라지게 되면서 두려움 없이 먹이를 맘껏 먹을 수 있고, 더 많은 새끼가 자라나게 된다. 바로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심각한 불균형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15분마다 1종씩 멸종을 맞고 있는 시대에 생물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으로 생태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해양 생태학자 로버트 페인은 1963년 7월, 미국 워싱턴 주 마카 만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불가사리를 잡아놓은 그는 학자로서 생태계에 과감히 개입함으로써 인간의 생태계 개입의 위험성을 실험적으로 폭로했다. (출처= naturalhistoriesproject.org)
해양 생태학자 로버트 페인은 1963년 7월, 미국 워싱턴 주 마카 만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불가사리를 잡아놓은 그는 학자로서 생태계에 과감히 개입함으로써 인간의 생태계 개입의 위험성을 실험적으로 폭로했다. (출처= naturalhistoriesproject.org)

생태계 균형추 역할 하는 핵심종

유기적인 먹이사슬이 맞물려 있는 생태계에서 전체 생물의 개체 수에 큰 영향을 미침으로써 생태계의 균형과 안정에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 종이 있는데, 이를 핵심종 또는 쐐기종이라고 한다. 최상위 포식자가 먹잇감들을 잡아먹어서 생물들의 개체 수가 적절히 조절되면 최상위 포식자가 바로 핵심종이 된다. 그러나 핵심종이 반드시 최상위 포식자는 아니며, 때로는 초식동물 등이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정 생물들이 멸종하더라도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핵심종이 사라졌을 때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핵심종과 생태계의 관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한 해양 생태학자 로버트 페인(Robert Paine)은 이전에는 관찰과 분석의 학문으로만 여겨졌던 생태학을 현대과학의 영역으로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63년 워싱턴주 마카만 해변에서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험 등을 통하여 핵심종의 역할을 규명해냈다. 먼저, 폭 8m의 구역을 설정한 후 주기적으로 찾아가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오커 불가사리를 인위적으로 제거했다. 페인 교수가 불가사리를 지목한 목적은 최상위 포식자인 불가사리를 사라지면 생태계 다양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불가사리 사라지자 다른 생물들도 멸종 도미노

페인 교수는 쇠막대기로 불가사리를 제거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한 결과, 불가사리가 주로 잡아먹는 홍합 등이 크게 번식하면서 전체 생물종 수가 크게 줄어드는 등 생태계 전체가 훼손되는 변화를 겪게 되었다. 실험구역에서 서식하던 15종의 생물이 1년 후 8종으로 감소했다. 불가사리만 사라졌을 뿐인데, 멸종의 도미노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홍합이 번식해 생태계를 파괴하던 것을 불가사리가 개체 수를 조절하면서 제어해왔던 것인데, 불가사리를 제거한 후 8종으로 감소했으며, 5년 후 모든 생물이 사라지고 결국엔 홍합만 남게 된 것이다.

비록 실험이었지만, 어떤 종의 멸종은 연쇄 멸종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 페인 교수는 불가사리가 아닌 다른 생물들을 제거하는 실험도 해봤지만, 생태계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즉 불가사리가 핵심종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 실험을 통해 생물 다양성을 조절하는 핵심종(생태계의 열쇠)의 개념을 정립하게 된다. 핵심종은 생태계의 생물 종 다양성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하나의 종을 말한다. 페인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고, 이후 후속 논문들에서 체계화하면서 생태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됐다.

다시마숲
다시마숲

해달 사라지자 다시마숲 파괴로 바다 폐허

바다에서 조개류를 먹이로 삼는 해달은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다. 1970년대 초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모피 사냥 때문에 알래스카의 암치트카섬에서 해달이 사라지자 성게가 과도하게 번식하면서 해조류가 급감한 것을 발견했다. 당시 해달은 모피를 노린 사냥꾼들에 의해 한때 거의 멸종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다. 해달이 대부분 사라지자 섬에는 다시마 등 해조류를 먹고 사는 성게들이 너무 많이 번식하면서 바다 전체가 폐허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해달이 성게들을 잡아먹음으로써 개체 수를 조절해 왔는데, 해달이 사라지면서 성게가 다시마숲을 훼손시키고 도미노 현상으로 다른 생물들까지 피해가 이어져 다른 생물들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생태계가 파괴된 것이다. 다시마숲이 사라지면서 거기에 기대어 살던 생물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암치트카섬의 생태계에서 핵심종은 바로 해달이었음이 밝혀진 것이고, 이로써 핵심종에 의한 영양단계 연쇄반응의 매커니즘이 더욱 구체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다시마는 바닷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드는 역할을 하며, 해양생물에게 산실을 제공하거나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먹어가 되어주기도 하며 다양한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마가 사라지면 바다의 유속이 빨라지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해양산성화 현상이 발생돼 조개와 물고기들은 바다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진다. 해달의 주먹이인 성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됐으며 성게는 바다의 다시마 줄기를 갉아먹으며 다시마를 바다에서 사라지게 해 다시 복구하려 노력했지만, 복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물속 포식자가 가져온 긍정적인 역할

핵심종은 바다의 생태계에만 있는 게 아니라 민물이나 육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1983년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강과 개울에서 두 가지 실험이 진행됐다. 한쪽에서는 배스를 제거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배스를 제거하지 않은 실험을 한 결과, 최상위 포식자인 배스를 제거한 실험에서는 피라미가 식물을 너무 많이 먹어 생태계가 파괴된 반면, 배스를 제거하지 않은 실험에서는 생태계가 그대로 유지됐다. 배스는 피라미들을 잡아먹어 개체 수를 조절하고, 피라미들이 식물을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공포환경을 조성한 것이었다.

상어는 바닷속 최상위 포식자로 공포의 존재이자 생태계 유지 역할을 하는 어종이다. 상어는 생태계 유지에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종으로 분류된다. 2017년 발표된 상어 연구는 산호초 내 해초 식생이 상어에 의한 공포 때문에 바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초를 뜯던 물고기는 상어가 무서워 도망치기 때문에 상어는 듀공을 공포에 떨게 만들어 해초 숲을 만들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해초를 먹던 물고기가 없어지니 해조류 숲이 형성됐다. 이밖에도 상어는 먹이 사슬 유지, 장거리 이동 후 배설을 통해 해양 영양 순환, 해양 내 질병 전파를 통한 생태계 개선 등 바닷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색늑대
회색늑대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회색늑대 복원사업 사례

또한, 육상에서도 핵심종의 역할이 포식자가 사라짐으로 인해서 생태계 전체가 크게 훼손되고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미국에서는 회색늑대가 농장에 침입해 가축을 잡아먹는 일이 발생해 1850년부터 대대적으로 사냥이 이뤄졌고 늑대를 죽이기 시작해 1900년까지 죽은 늑대가 약 200만 마리를 기록할 정도였다. 결국 1973년에는 400~500마리 정도만 남게 됐는데, 문제는 늑대가 사라지자 초식동물이 식물들을 먹어 치우자 땅이 침식되고 풀 속에 살고 있던 생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회색늑대는 초식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고, 늑대가 먹고 남은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다른 육식동물들의 생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회색늑대 복원사업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자 초식동물이 줄어들고 물가에 사시나무와 버드나무 같은 나무들이 자라게 되자 다른 동물들도 같이 늘어났다. 2012년 사이언스지에서는 회색늑대의 예를 들어 “늑대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사라진 70년 동안 이곳의 광범위한 동식물 종들이 함께 사라졌지만, 1995년 늑대가 되돌아온 뒤 버드나무와 명금류, 수달 등 수많은 종이 갑자기 번성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규어
재규어

남아메리카에서 재규어 통한 생태계 복원

재규어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 전역에 대규모로 서식했으나, 사람들은 가축을 보호하고 모피를 얻기 위해 재규어를 남획하면서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였다. 이후 이베라 습지에는 거대 아나콘다, 습지 사슴 등 희귀한 동식물들이 늘어났는데, 이곳의 생태계 복원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하여 재규어를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2021년 아르헨티나의 야생동물보호단체 리와일딩 아르헨티나에 따르면 이베라 습지에 재규어 어미와 새끼 두 마리를 방사했다.

재규어 어미는 브라질에서 밀렵 직전 구조됐고, 새끼 두 마리는 2020년 9월 보호소에서 태어났다. 전문가들은 약 70년만에 돌아온 재규어가 생태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즉 대형 설치류인 카피바라가 재규어에서 쫓기면서 식물을 먹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여우가 재규어를 피해 다니면 멸종 위기조류를 잡아먹는 것을 방지하는 핵심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에는 현재 200마리 정도의 재규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베라 습지에서 야생 재규어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것은 70년 전이다.

1990년대 남미의 베네수엘라에서는 수력발전용 댐을 건설하면서 열대 정글지역은 침수되면서 댐 안에 섬이 생겼다. 재규어는 사자와 호랑이가 없는 아메리카대륙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꼽힌다. 섬에는 재규어가 먹을 수 있는 동물이 거의 없으므로 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몇 년 후 재규어가 사라진 섬에는 마치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처럼 숲이 황폐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재규어의 수는 크게 줄어들어 이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취약(VU)’ 종으로 분류된다.

아프리카 들개 리카온
아프리카 들개 리카온

고롱고사 국립공원 들개·표범 복원 시도

아프리카에서는 들개와 표범 복원이 시도되고 있다. 모잠비크의 고롱고사 국립공원은 오랜 내전으로 표범과 들개, 사자 같은 포식자의 개체 수가 급감했다. 이후 생태계 회복을 위한 노력과 세계적인 협력이 이뤄져 상당수 초식동물은 개체 수를 크게 회복했지만, 여전히 생태계 불균형이 문제였다. 물영양은 개체 수가 전쟁 전보다 10배가 넘게 늘어나면서 마음 놓고 돌아다니며 원래 먹이가 아니었던 식물들도 먹어 치웠다. 생태학자들은 고심 끝에 2018년 아프리카 들개 무리를 고롱고사에 들여오는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프리카 들개 10여마리를 공원에 방사하면서 수 킬로미터까지 먹잇감을 추격하여 사냥하는 들개들이 물영양 등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생태계 균형 회복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추가 투입과 출산으로 들개 개체 수도 많이 늘었고, 물영양도 들개를 피해 본래 습성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생태학자들은 사자와 들개의 개체 수가 충분히 늘어나면 하이에나나 표범 등의 다른 포식자들도 들여와서 생태계를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끼리의 멸종은 생물 다양성의 파괴 이어져

코끼리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핵심종으로 알려졌는데, 하루 100㎏ 이상을 먹는 아프리카코끼리는 사바나를 사바나답게 만들어준다. 또한, 작은 나무를 쓰러뜨려 숲의 밀도를 조절하기도 하고, 수백㎞를 이동하면서 배변을 통해 식물과 열매의 씨앗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며, 5㎞ 밖의 물 냄새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뭄이 있을 때에도 물을 찾아 상아로 파헤쳐 오아시스를 만들기도 한다. 핵심종인 코끼리의 멸종은 한 종의 멸종이 아닌 생물 다양성의 파괴로 이어지는 생태계 전체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코끼리가 만드는 숲은 지구 가열을 늦춰주는 자연이 만든 탄소저장고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코끼리의 멸종은 지구 가열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상아 때문에 시작된 코끼리의 비극은 최근 아프리카코끼리의 다리로 탁자를 만들어 판매 중인데, 이는 인간의 탐욕과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과 지구 생태계에 도움을 주던 아프리카코끼리가 인간활동 때문에 개체 수는 40년 동안 90% 감소했고, 20년 후면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라도 핵심종 될 수 있다

핵심종이 반드시 최상위 포식자인 것은 아니며, 큰 동물이나 척추동물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메뚜기와 거미를 같은 곳에 넣고 실험한 결과, 거미가 메뚜기를 잡아먹었지만, 메뚜기가 번식하면서 전체 개체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거미와 거리가 먼 곳에서 메뚜기들이 영양가 높은 풀을 먹었지만, 거미와 가까운 곳에 있는 메뚜기들이 영양가보다 몸을 숨기기 좋은 풀을 먹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거미의 입을 막아 잡아먹히는 메뚜기가 없었는데도 메뚜기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같은 개미 종류간에도 포식자의 부재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하는데, 군대개미는 남아메리카에 주로 서식하며 독침과 강력한 집게 턱으로 상대를 제압해 약탈과 살육을 일삼는 개미로 200만 마리 이상의 개체 수를 유지한다. 숲에서 군대개미가 없어지자 잎꾼개미가 100배나 번식해 나뭇잎들을 먹는 바람에 나무들이 고사하기도 했다. 잎꾼개미는 나뭇잎을 잘라 모아서 버섯을 재배한다. 이처럼 잎꾼개미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너무 많은 잎꾼개미가 번식하면 숲이 초토화되는 경우도 있다.

검은꼬리누
검은꼬리누

초식동물 검은꼬리누도 핵심종 역할

검은꼬리누는 초식동물로는 드물게 세렝게티의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종이기도 하다. 검은꼬리누는 비가 오면 메마른 땅이 푸른 초원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수만 마리 이상이 떼 지어 풀을 찾아 수천 킬로미터씩 이동하기도 하는 습성이 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초식동물인 검은꼬리누가 많이 증가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25만 마리 정도였는데, 몇 년 후에 40만 마리로 늘어나더니 140만 마리까지 증가했다. 그 이후에는 검은꼬리누가 140만 마리 이상 늘어나지 않고 세렝게티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

검은꼬리누는 건기의 화재에 연료가 될 수 있는 풀들을 모두 먹어치웠지만, 나무는 먹지 않았으므로 어린 나무들이 자라나 국립공원의 전체 나무 개체 수가 증가했다. 이들은 먹이를 섭취한 후에 대소변 등으로 대지에 영양분을 돌려주는 등 생태계의 순환에 크게 공헌하기 때문에 이들이 많을수록 비옥한 땅과 풍부한 물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그 덕분에 조류와 다른 초식동물 및 포식자들도 늘어나서 생태계 전체적으로 안정이 됐고, 번성을 이루게 됐다.

비버
비버

‘건축 귀재’ 비버가 쌓아올린 생태계

또 다른 핵심종으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초식동물로는 비버가 있다. 한때 미국에 최대 2억 마리까지 살았던 비버는 현재 1000~1500만 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수중생활에 잘 적응해 하천이나 호수에 댐을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비버가 만든 댐은 삼림 지대 사이로 바둑판무늬 같은 풀밭들을 만들어냈으며, 동식물 군집들이 많이 모여 살아가는 비옥한 지역인 물가의 주변지역을 많이 만들어냈다. 비버는 천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먹이를 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도록 큰나무, 잔가지, 진흙 등을 모아서 댐을 건설한다.

댐의 길이는 대개 수십 미터 정도이지만 가장 큰 것은 무려 65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비버가 건설한 댐에 의해 물줄기나 지형이 바뀌면서 늪과 습지가 형성돼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지게 된다. 즉 비버가 댐을 건설하는 곳에는 넓은 늪과 습지가 생겨 이동하는 오리와 말코손바닥사슴부터 물고기와 개구기, 큰왜가리에 이르기까지 수십종의 동식물에게 보금자리와 먹이를 제공한다. 한때 지나친 비버의 남획으로 자연환경 파괴의 폐해를 사람들이 깨닫도록 만든 계기를 제공한 점도 흥미로운 사례다.

핵심종 파악 쉽지 않아 생물 다양성 보존해야

핵심종의 멸종을 통해 멸종의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핵심종을 파악하면 연쇄 멸종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 생태계는 수많은 위협 요인에 직면하고 있어 생태계 자체와 구성 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 생태계를 이해해야 하지만 무수히 많은 생태계마다 고유의 복잡한 역동성과 관계를 갖고 있어 극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각 먹이사슬에서 가장 강력한 역할을 하는 핵심종이 무엇인지 꼭 집어내기만 한다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핵심종 파악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로버트 페인의 실험 전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불가사리의 역할에서 볼 수 있듯이 생태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인간이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위적인 개입 없이 그 생태계의 핵심종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은 어려우므로 현실적인 대안은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의 멸종이 가져오는 파급력이 생태계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야 하므로 환경 보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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