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무트 텔루라이드와 퍼옥시게나아제로 폐열 활용법 제시
배기열 활용해 고부가가치 화학물질 합성 성공
(내외방송=정지원 과학전문 기자) 대부분 버려지는 폐열이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AIST는 22일 '내외방송'에 보낸 자료에서 "박찬범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정연식 교수 공동 연구팀이 오민욱 한밭대학교 교수팀과 프랭크 홀만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 교수팀과 협력을 통해 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상온용 열전소재를 기반으로 열전 촉매반응과 산화환원 효소 반응을 접목해 폐열을 활용해서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열전효과는 두 물질에 온도 차이가 나타날 때 내부에 전위차(전압)가 생겨 전기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열전소재는 열을 직접 전기로 변환할 수 있는 소재로 다양한 환경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회수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고, 열전발전에 사용되는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폐열은 1차 에너지(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용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열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에너지가 70%에 달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생하는 저온 폐열은 열전소재를 활용해서 충분한 발전 효율을 확보할 수 없어 사용이 제한됐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에너지가 아니라 '화학에너지'에 주목했다.
전기에너지보다 더 안정적이고, 보관과 운송이 간편하다는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상온용 열전소재인 '비스무트 텔루라이드'를 적극 활용했다.
비스무트 텔루라이드는 100℃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도 물과 산소로부터 과산화수소를 생성해 열전소재가 만들어내는 전위차와 비례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더 나아가 저온 폐열을 사용해 일으키는 비스무트 텔루라이드의 열전촉매 반응을 생체촉매인 퍼옥시게나아제 활성에 적용했다.
퍼옥시게나아제는 과산화수소를 이용해서 유기합성 시 중요하게 여기는 비활성 탄화수소(탄소와 수소로만 이뤄진 유기 화합물)의 선택적 옥시관능화(산소가 작용함)를 유도했다.
이로 인해 고부가가치 화학원료로 쓰이는 반응성 산소화 화학종을 생성할 수 있는 효소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열전소재가 과산화수소를 실시간으로 공급하도록 설계해 퍼옥시게나아제가 지속해서 탄화수소의 옥시관능화 반응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도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차량이 시내에서 주행할 때 발생하는 배기열을 활용해서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데도 성공해 실용화 가능성도 높였다.
연구팀은 "폐열을 고부가가치 화학물질 생산에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열전소재의 반응 메커니즘(원리)을 더 자세하게 밝혀 성능을 높이고, 다양한 생체촉매와 접목하거나 확대해 산업적 파급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윤재호, 장한휘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29일 게재됐다(논문명: Heat-fueled enzymatic cascade for selective oxyfunctionalization of hydrocarb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