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아픔을 그림에 대한 몰두로 이겨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씨실과 날실로 표현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붓으로 그림을 그릴 때면 고통을 잊고 그리움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죠"
무엇인가에 몰두해 본 적이 있는가?
한 곳에 깊게 집중하면 주변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든지 귓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일생의 소원이었던 그림을 그리며 질병의 고통을 견뎌낸 화가가 있다.
이 화가는 캔버스 위에서 손과 붓으로 춤을 추며 그리움의 세계로 안내한다.
지난 20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루벤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인 '그리움'을 방문해 몰두의 즐거움과 어머니의 그리움을 느껴봤다.
씨실과 날실로 짜여진 삼베가 커튼처럼 드리워있다.
최금란 작가는 이날 '내외방송'과 인터뷰에서 "저를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의 삶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말해줬다.
이어 "어머니는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고생하셨지만, 삶 자체는 아름답다"고 설명해줬다.
부분부분 얽히고설키고 올이 나간 삼베는 어머니가 홀로 속앓이를 했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온연한 삼베의 매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최 작가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삶에 비유했다.
삼베발 앞에 다소곳이 놓인 다완(조선시대 찻잔)은 한국의 정서를 곁들인다.
최 작가는 질병의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린 기간 동안 한번도 힘들다거나 고통스러웠던 적이 없었다"면서 "그림을 그릴 때 만큼은 아픔은 잊고 행복해졌다"고 알려줬다.
다른 사람도 그림을 보면서 삶의 무게와 아픔을 잊는 치유를 나누고 싶다는 최 작가.
피와 올가미로 검붉게 물든 나무.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이 마치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겪었을 고통일 수 있겠다는 최 작가의 깨달음이 담겨 있다.
나무 주위로 피어난 화사한 꽃과 나비는 고통을 이겨내고 자유롭게 날아가고픈 소망이 아닐까.
생명 활동이 활발해지는 여름, 거미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거미줄이 만들어지듯 새로 태어난 생명들이 꽃처럼 펴 있다.
반면 모든 것이 꽁꽁 얼어버리는 겨울은 어떨까?
최 작가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속에서는 생명들이 봄에 깨어날 준비를 한다"며 "생명의 순환을 그림으로 그렸다"고 설명해줬다.
그림에 대한 몰두, 그리고 그 속에서 탄생한 어머니의 그리움과 생명력은 그림을 보는 우리에게 치유를 선물해주는 것 같다.
오는 25일까지 이곳에서 최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를 느껴보기 바란다.
한편, 최금란 작가는 최근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장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대한민국국가미술특별초대전에서 국가미술대상을, 상하이국제아트페어전에서 은상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총 35회의 개인전을 열고, 250여회의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