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재 작가 "제 작업으로 '역사 속 인물' 남기는 것이 평생의 테마"
[인터뷰] 이동재 작가 "제 작업으로 '역사 속 인물' 남기는 것이 평생의 테마"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6.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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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정체성, 아름다운 시어 빛내는 크리스탈의 반짝임"
이동재 작가. (사진=2023.6.9 임동현 기자)
이동재 작가. (사진=2023.6.9 임동현 기자)

(서울=내외방송) 한용운, 이태준, 이육사, 전형필, 김환기, 조지훈.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 성북에 거주했고 성북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성북에는 크리스탈을 하나하나 붙이며 이들의 초상을 만들고 예술인들의 삶을 알리는 작가가 살고 있다. 바로 이동재 작가다.

지난 9일부터 서울 성북구 종암동 문화공간이육사에서 지역예술가 초청전 <시목(詩木), 어울리는 가지들>이 열리고 있다. 이동재 작가가 크리스탈로 표현한 예술인들의 초상과 시인들의 시, '시목'을 표현한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쌀과 콩, 팥, 그리고 크리스탈을 하나하나 붙이며 작업을 해 온 이동재 작가의 수고가 아름다운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작품을 통해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는 이동재 작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픈 마음에 전시가 열리는 문화공간이육사를 찾았다.

문화공간이육사에서 <시목, 어울리는 가지들>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2019년에 서울 성북동 60화랑에서 <짓고 쓰고 그리다>라는 전시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 때 전시했던 콘텐츠들과 함께 새로 '시목(詩木)'을 선보였고 이전 전시에 없었던 이육사 선생의 존영을 이번에 전시했다. 60화랑이 원래 종로구 가회동에 있었다가 성북구 성북동으로 왔고 나도 2017년도에 성북동으로 이사왔는데 묘한 인연으로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인 인물을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고 때마침 장소에 대한 인연을 생각해 성북에서 활동한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발표했는데 지금 전시를 준비해주신 학예사분이 당시에 전시를 보고 '이런 전시를 다시 해보고 싶다'고 하셨고 문화공간이육사에 전시하는 것이 더 뜻깊다 해서 이번에 전시를 하게 됐다. 

지역예술인으로서 이번 전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성북동에서 살아오면서 느꼈던 기운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지역적인 인연으로 성북에서 활동했던 예술인 분들을 바라본다는 것이 뜻깊고 그 마음을 가지고 작업한 작품들이 지역의 공간에서 전시된다는 점 역시 뜻깊다. 작품을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있고 후대까지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예술가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동재 작가의 '시목(詩木)'. (사진=2023.6.9 임동현 기자)
이동재 작가의 '시목(詩木)'. (사진=2023.6.9 임동현 기자)

쌀, 콩, 팥, 크리스탈 등 작은 물체를 이용해 인물의 초상을 제작하는데 이 작법을 시도한 이유는?

2003년 경에 농산물을 주제로 한 테마전에 전시 작가로 초청됐는데 콩이나 팥 등으로 작업을 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낟알들이 가지고 있는 일정한 크기와 색깔이 있고 이를 접목해서 작품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특별한 오브제로 새롭게 인식했다. 특히 쌀의 경우 한국인만의 정서가 담겨져 있는데 그에 주목해 쌀로 인물의 초상을 그린 시리즈를 5,6년 이상 발표했다. 

처음에는 재료에 주목하면서 언어유희처럼 콩으로 '미스터 빈'을, 그리고 녹두로 '녹두장군'을 표현하는 시리즈를 만든 바 있다.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차원의 작업들이 일반적인데 역사 속 인물을 다루다보니 하나의 시리즈가 되더라. 별로 초상을 만드는 '스타 시리즈'를 한 적이 있는데 이소룡, 제임스 딘, 마릴린 먼로 등 '스타'들과 체 게바라,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그리고 안중근 의사 등 계급장의 '별'을 연상케하는 인물을 표현했다. 안중근 의사의 경우 '장군'의 의미로 별을 오브제로 작업했는데 역사적인 인물을 재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에 의미가 부여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 문재인 정부 당시 쌀로 백범 김구 선생을 만든 작품이 청와대에 전시된 적이 있었다. 백범 선생이 쓴 친필 휘호와 나란히 전시됐는데 이런 것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제게도 감흥으로 다가왔다. 역사적인 인물의 모습을 저의 작업으로 남기는 것이 평생의 테마가 됐고 인물을 재인식시키는 것이 작가의 임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텍스트'로 하나의 미술 작품을 표현한 작품들, 시의 글자를 크리스탈 물방울로 표현한 작품들을 인상깊게 봤다. 이 작품들을 통해 드러내고픈 의미가 무엇인지?

크리스탈도 쌀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을 했는데 반짝이는 특성이 인물의 캐릭터, 정체성을 더 드러나게 하는 것 같다. 시를 그대로 운율에 맞게 크리스탈로 옮긴 작품들인데 반짝이는 사물을 통해 아름답고 의미있는 시어를 표현했다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시라기보다는 쟁반 위에 놓인 구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해석은 관객들이 하는 것이 맞다. 보시는 분들에 따라 얼마든지 자유로운 의미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재미있는 해석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된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일 거란 생각이 든다

사실 과정 자체는 단순 반복이다. 지루하기도 한데 그 과정에서 작품이 완성되면 제 스스로 얻는 쾌감이 있다. 제가 조각을 전공해서 여러 물질을 다루는 것에 익숙한데 페인팅은 가만히 앉아 집중해서 그리는 경우가 많지만 조각은 나무를 깎는 등 큰 액션이 있고 조금 거친 면도 있다. 하나하나 붙이는 작업을 하다보니 가만히 앉아서 버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20년 이상 작업을 해서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는데 아무래도 계속 숙이고 작업을 하다보니 목이나 허리에 무리가 와서 병원 신세를 진 적도 있다(웃음).

이동재 작가가 크리스탈로 표현한 성북의 문화예술인들.
이동재 작가가 크리스탈로 표현한 성북의 문화예술인들. (좌로부터) 김환기, 이태준, 한용운, 이육사, 전형필, 조지훈. (사진=2023.6.9 임동현 기자)

근현대 문화예술인들을 작품으로 표현하면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제작했는지, 각 인물마다 어떤 특징을 잡아내려했는지?

아무래도 그분들과 제 작업이 연관되는 부분을 살피게 되더라. 김환기 화백의 경우 사물과 동물, 우리나라 산을 즐겨그리다가 나중에 미국에 가신 후 추상으로 점을 찍는 점묘화를 중점적으로 그렸는데 점묘화와 제 오브제인 '알갱이'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시로 느끼는 감흥을 크리스탈에 담아 나열한 것도 연관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이태준 선생의 경우 명작을 사 모으는 것을 좋아하시고 화초를 좋아하시는 것이 저와 비슷하다(웃음). 그분의 작품을 통해 저와 비슷한 점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인물은 역시 그 인물의 대표 이미지로 작업을 하기 마련이고 초상 작업이다보니 누구나 알아볼만한 사진을 찾아서 사용하는데 이번엔 크리스탈로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관련되는 무엇인가가 있다면 연결시키는 것도 컨셉 중 하나다. 이번 전시는 예술인들을 나란히 보여주는 것이기에 검은색 크리스탈로 작업했는데 각각의 캐릭터로 작업한다면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지역 관련 문화인을 표현하려다보니 캐릭터 하나하나를 부각시키지 않고 나란히 표현했다. 

작가에게 '성북동'이란 어떤 곳인가?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오랜 시간 아파트에서 살면서 주택에 살고픈 마음을 계속 가졌는데 우연찮게 지인의 소개로 성북동으로 오게 됐다. 고지대라 다니기가 조금은 그렇지만(웃음) 주거환경이 좋고 앞마당이 펼쳐져 있어 놀러오시는 분들마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나'라며 깜짝 놀란다.

이전에 김환기 화백의 부인이신 김향안 씨가 처음 성북동에 미술관을 지으려다가 '자신이 생각한 풍경과 완전히 다르다'면서 결국 부암동에 환기미술관을 지었는데 지금은 이 곳이 더 전원적이고 녹지가 많아 참 좋다. 거주지를 옮기면서 전시를 하고 지금의 전시도 하게 된 것도 인연이라고 본다.

크리스탈로 표현한 시인들의 시. (사진=2023.6.9 임동현 기자)
크리스탈로 표현한 시인들의 시. (사진=2023.6.9 임동현 기자)

지역예술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려면 지자체 등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성북동에 성북구립미술관이 있고 이 곳 종암동에 문화공간이육사가 있다. 구립으로 미술관, 문화공간이 있는 지역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성북이 문화인프라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로서 지역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고 지자체가 지원을 해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예술인이 지역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결국 서로 소통이 되어야 한다.

제 작품을 지역 주민에게 보여주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한 기회고 작가로서 더 기여할 방법이 있다면 기여하고 싶다. 계속 소통하는 기회가 마련됐음 좋겠다. 

전시를 보는 분들께 하고픈 말이 있다면

제가 표현한 문화예술인들이 성북이라는 지역에서 활동하신 분들이신데 정말 대단히 빛나는 예술인들이 여기에 계셨다는 문화적인 자부심을 자연스럽게 받아가셨으면 좋겠고 그분들에게 애정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12월에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 준비를 곧 해야할 것 같고 지금까지 크리스탈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기존과 다른, 다양한 작업을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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