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와 로마, '따로 또 같이' 지나온 역사
고대 그리스와 로마, '따로 또 같이' 지나온 역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6.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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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제우스’를 그린 킬릭스, 아풀리아, 기원전 330년~기원전 320년 도기, 7.7 x 30.0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에우로페를 납치하는 제우스’를 그린 킬릭스, 아풀리아, 기원전 330년~기원전 320년 도기, 7.7 x 30.0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서울=내외방송) 상설전시관에 '고대 그리스·로마실'을 신설한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대 그리스·로마의 신화와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를 개최했다.

이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2019년부터 조성한 이집트실 (2019~2022년), 세계도자실(2021~2023년), 메소포타미아실(2022년~현재)에 이어 개최하는 네 번째 세계 문명·문화 주제관 전시로 세계적인 서양 고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공동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그리스나 로마 중 한쪽에 집중했던 기존의 전시와 달리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게에 초점을 맞춰 두 나라의 신화와 문화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각각의 역동적인 역사와 풍요로운 문화를 가진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왜 역사 속에서 함께 묶어서 이야기가 나오는 지 그 의문을 풀어볼 기회다.

1부 ‘신화의 세계’에서는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래된 신화를 바탕으로 신들의 모습이 그려진 그리스 도기와 토제 등잔, 로마 시대의 대형 대리석 조각상, 소형 청동상 등 55점을 전시한다. 중요한 신들의 권능과 관장 영역, 관련된 일화를 전시품과 영상으로 소개하며 고대인들에게 신화가 왜 필요했는지를 보여주고, 그리스의 신화를 로마인들이 받아들이면서 세계관을 공유하게 됐음을 강조한다. 

또 신의 모습을 아름다운 인체로 표현한 이유와 신화의 종교적 성격에 대해 알려주는 전시품들이 소개되며 여러 신들에 대한 이미지와 정보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LG디스플레이의 투명OLED로 구현해 전시 효과를 높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초상', 로마, 161~180년, 대리석, 70.5 x 66.0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초상', 로마, 161~180년, 대리석, 70.5 x 66.0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2부 ‘인간의 세상’에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독자적 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상 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적으로 서로를 도운 두 문화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리스가 기원전 2세기 로마에 점령당하지만 그리스의 신화, 철학, 문학, 조형 예술은 로마에 깊이 영향을 줬다. 이로 인해 그리스의 문화 요소가 로마 제국 곳곳에 전파될 수 있었고, 그리스의 원본 걸작들이 대부분 없어진 지금에도 그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됐다. 

2부 공간은 초상 조각들이 주로 전시됐던 로마 시대 빌라의 모습으로 꾸몄다. 관람객들도 한가운데 차려진 연회에 초대받아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처럼 신과 죽음, 그리고 현실에 대해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참석자가 될 수 있다.

3부 ‘그림자의 제국’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후관을 살펴본다.  그리스·로마인들은 죽음으로 삶이 완전히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 형태로 이행하거나 전환된다고 생각했고, 산 자가 계속 기억해 준다면 망자는 영원히 산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가족뿐만 아니라 행인들이 죽은 이의 이름을 읽고 새겨진 형상을 보고 그를 기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무덤의 위치를 길에서 가깝게 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도록 호화롭게 꾸몄다. 유골함과 석관에도 글과 이미지를 새겨 죽은 이를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하데스로 가는 문’을 새긴 묘비, 로마, 3세기, 튀르키예 마르마라 에레일리시 출토 대리석, 124.0 x 127.0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하데스로 가는 문’을 새긴 묘비, 로마, 3세기, 튀르키예 마르마라 에레일리시 출토 대리석, 124.0 x 127.0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전시 말미에는 다시 처음의 질문,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로 돌아온다. 신화의 공유는 생각과 가치의 공유로 이어졌고 이 공통된 세계관과 사후관이 그리스와 로마의 기반이었다. 뿐만 아니라 로마는 그리스라는 자양분을 토대로 예술과 철학과 문학을 꽃피울 수 있었고, 그리스는 로마 덕분에 잊히지 않는 영원한 고대의 문화로 살아남게 되었다. 

이 전시는 신화, 초상 미술, 장례 등의 주제를 통해 마치 이인삼각처럼 얽혀 있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함께 나누고 또 따로 이루었던 예술과 문화와 역사의 장면들을 강조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전시장에는 음악평론가, 물리학자, 패션디자이너, 사제, 배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8명의 명사의 인터뷰를 모은 <나의 원픽>이 상영된다. 전시품을 한 점씩 골라 각자 분야의 시각으로 본 감상을 들려주는 것으로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무료이며 발달장애인, 시각장애인을 위한 쉬운 해설 정보와 촉각전시물, 점자안내판이 준비돼 있고, 전시 설명은 7월 1일부터 하루 3회(11:00, 13:00, 15:00)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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