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지나간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우리의 '상상'
10년간 지나간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우리의 '상상'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8.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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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기획전 'SeMA 앤솔러지 : 열 개의 주문'
구기정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 깊은 곳'. (사진=임동현 기자)
구기정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 깊은 곳'. (사진=임동현 기자)

(서울=내외방송) 과거-현재-미래는 늘 연결돼 있다. 과거를 통해 우리는 현재를 구상하고 그 현재는 미래를 만드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이렇게 연결돼 있고 소통하고 있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이 관계를 깨지 않는 한 이들의 소통은 지속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수시로 진행하게 된다.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에서 지난 3일부터 열리고 있는 <SeMA 앤솔러지 : 열 개의 주문>은 북서울미술관의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시다. 이 전시는 10년을 돌아보는 전시라기보다는 개관 후 10년이 지난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과거와 미래를 상상하는 '상상'의 전시다. 그리고 그 상상이 앞으로의 미술관에서 현실로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미술 작가 9명과 시인 한 명, 도합 10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회화, 드로잉, 조각, 사진, 영상, 사운드, 텍스트,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인공 생태계의 자연과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자연을 얇은 상자 안에 응축시킨 구기정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 깊은 곳>으로 시작하는 전시는 <베를린, 캔디, 히잡을 쓴 여자>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전병구의 회화들로 연결이 된다. 

박이소 '당신의 밝은 미래'. (사진=임동현 기자)
박이소 '당신의 밝은 미래'. (사진=임동현 기자)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흰 벽을 비추는 밝은 조명들을 볼 수 있다. 바로 박이소의 2002년 작 <당신의 밝은 미래>다. 나, 그리고 우리의 '밝지 않은 현실'을 지나치게 밝은 조명을 통해 역설적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이 작품은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 작품은 무엇으로 우리에게 보여지고 있을까? 여전히 밝지 않은 현실? 혹은 밝혀야 하는 미래? 아니면 20여년 전 빛을 비추었던 시절의 기억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 작품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계속 빛을 비추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빛을 비춘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비록 막연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밝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 믿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야하는 나그네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에 펼쳐진 여러가지 사물들과 벽에 걸린 그림들. 바로 박경률의 <만남의 광장>이다. 회화와 조각, 사물들이 흐트러진, 혹은 적재적소에 놓여진(이것은 어디까지나 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우선이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관람객들은 그 사이를 거닐며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하게 된다. 

박경률 '만남의 광장'. (사진=임동현 기자)
박경률 '만남의 광장'. (사진=임동현 기자)

물론 이미 만들어놓은 작품이고 전시가 돼 있기에 우리가 함부로 옮기거나 손을 대기는 어렵다. (지나갈 때 발 조심은 필수다. 깨지면 안 되니까) 우리는 거닐면서 '왜 이걸 여기에 놨지?', '다른 곳으로 옮기면 안 될까?' 심지어는 '이런, 왜 이렇게 어질러져 있어?'(이 생각도 충분히 할 만하다!) 등의 생각을 할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이런 생각이 바로 예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상상'이다. 하나의 작품, 하나의 현실의 시작은 바로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하는 '상상'에서 나온다.

끝으로 북서울미술관의 과거와 미래의 접점을 볼 수 있는 두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기슬기의 <현재전시>는 북서울미술관이 지난 10년간 전시한 포스터들을 모아서 설치한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는 포스터에 있는 텍스트들을 모두 제거하고 이미지만 남긴 채 포스터들을 설치했다.

텍스트, 즉 포스터가 전하는 전시에 대한 정보가 떨어져나간 순간 이미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됐고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선을 보이게 된다. 과거가 현재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도구가 된 셈이다.

기슬기 '현재전시.' (사진=임동현 기자)
기슬기 '현재전시.' (사진=임동현 기자)

권혜원의 <초록색 자기로 된 건축물>은 '미술관'을 배경으로 한 단편 SF영화다. 가상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과거를 탐색하는 동안 기록과 기억, 픽션이 섞이고 진실과 허구가 뒤섞인다.

과거와 미래가 뒤섞인 것 같지만 그 뒤섞임 속에도 분명 통하는 부분이 있다. 뒤섞임만으로 끝난다면 이 작품은 '혼돈'만 주고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분명 그 뒤섞임속에도 과거와 미래의 소통이 분명 존재한다고.

<SeMA 앤솔러지 : 열 개의 주문>은 북서울미술관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기도 하지만 그 10년간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그리고 10년 전의 상상과 현재의 상상이 앞으로 어떻게 이뤄질 지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하는 전시다. 상상을 통해 보여주는 작가의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 그리고 그 제안 속에서 이루어질 관람객들의 상상이 무엇일지가 궁금해지는 전시이기도 하다.

권혜원 '초록색 자기로 된 건축물'. (사진=임동현 기자)
권혜원 '초록색 자기로 된 건축물'. (사진=임동현 기자)

다만 '쓸데없는(?) 걱정'이 하나 있다. 북서울미술관은 주택지, 공원과 밀접해 있고 무료 전시로 진행돼 가족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전시가 많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 미술관에 '상상을 요하는', 시쳇말로 '난해한' 작품들이 들어선 것이 자칫 시민들과 미술관의 문턱을 오히려 더 높이는 결과를 만드는 건 아닐 지 걱정이 된다. 괜시리 드는 우려이기는 하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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