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 가정주부의 수다, 부부가 손잡고 같이 들어보세요"
[인터뷰] "세 가정주부의 수다, 부부가 손잡고 같이 들어보세요"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8.16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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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더 가구' 배우 오윤홍 곽근아 이윤희, 최병로 연출가
(왼쪽부터) 연극 '더 가구'의 배우 오윤홍, 곽근아, 최병로 연출가, 배우 이윤희. (사진=이건웅)
(왼쪽부터) 연극 '더 가구'의 배우 오윤홍, 곽근아, 최병로 연출가, 배우 이윤희. (사진=이건웅)

(서울=내외방송)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는 40대 중후반의 여성 3명이 목공방에서 수다를 떤다. 이들은 각자의 마음을 털어넣으며 그에 맞춘 가구를 만들어낸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지만 정작 '나'를 잃어버린 여성들. 그들이 자아를 찾아가며 다시 성장해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낸 연극 <더 가구>가 16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된다.

내외방송은 <더 가구>의 중심인 세 여배우 오윤홍, 곽근아, 이윤희, 그리고 최병로 연출가와 함께 '공연 전 수다'를 함께 했다. 오랜만의 연극무대에 대한 설레임을 안고 연습에 매진 중이던 이들에게 잠시 시간을 요청했고 이들은 흔쾌히 '수다'에 응해줬다. '수다'를 통해 들어보는 연극 이야기가 이제 시작된다.

먼저 자기 소개와 역할 소개를 부탁드린다

오윤홍(이하 오) : 제일 큰 언니 '현경' 역을 맡은 오윤홍이다. 셋이 같은 대학 동문인데 목공방에서 우리끼리 수다를 떨면서 자기 인생을 이야기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제가 맡은 현경은 남편과 자식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곽근아(이하 곽) : 1년 후배 '복희' 로 나오는 곽근아다. 자기 중심적인 삶을 사는 여성이고 아이 없이 딩크족으로 살고 있는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 생각보다 완전 달라 앞으로 결혼 생활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하는 캐릭터다.

이윤희(이하 이) : 가장 막내인 '소민' 역의 이윤희다. 어린 나이에 사진작가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살다가 인생의 회의를 느끼면서 우울증이 생겼다. 겉으로는 굉장히 밝고 활달하지만 속은 썩고 있는, 내적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여성이다.

<더 가구>는 어떤 작품인지?

:  김학선 작가가 3~4년 전부터 대학로 무대에 계속 올렸던 작품이다. 이번에 기획사에서 작가의 허락을 받고 새로운 기획, 새로운 멤버로 제작됐다. 셋 다 전문적인 직업이 있는 이들이 아닌 가정주부인데 '내가 지금까지 뭐하고 살았나'하는 고민, 자아실현에 대한 갈등 등이 작품에 많이 녹아있다.

: 40대 중후반의 가정주부들의 수다가 주 내용이다. 주부로 살면서 느끼는 상실감과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느끼는 결핍 등을 수다를 통해 전하고 때로는 앙금이 있어 으르렁거리고 충돌하기도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해소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최병로 연출가(이하 최) : 사실 대학로에서 했던 연극을 보지 못했다. 처음 대본을 보고 같은 또래의 세 중년 여성의 이야기이기에 감성적인 여성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고 조명과 음악 등에서 감성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려 했다.

여성들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에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을 '길'을 의미하는 조명으로 표현하려 했다. 과거의 모습, 미래의 모습 등을 길에 포커스를 맞추며 감성적으로 다가가려 노력했다.

배우분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선택하게 됐는지?

: PD가 작품을 보더니 '저 역은 이 배우가 딱이야'라며 캐스팅을 미리 정해놨다고 들었다(웃음).

: 우리가 사실 동갑내기고 '돼지띠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있다. 그 모임을 만든 사람이 PD다. 2년 전에 서로 만났는데 처음엔 존대를 하다가 동갑이고 해서 반말을 시작했더니 순식간에 초등학교 동창처럼 느껴지더라(웃음). 서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PD가 '여성 세 명이 나오는 연극이 있는데 한 번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 제안에 우리도 홀렸다(웃음).

아무래도 '수다'가 주내용이라면 세 배우의 앙상블이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 호흡을 잘 맞추고 있는지 궁금하다

: 거의 3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기에 신인이나 다름없다.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친구들이 잘 도와주고 있다. 아무래도 친구다보니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부분이 많다.

: 친구다보니 아무래도 편하다. 그전에 했던 연극에서는 젊은 배우들이 나이든 연기를 했다고 하는데 이번엔 나이에 맞는 배우들이 하니 공감을 많이 하게 된다.

: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친해서 좋은 부분도 있지만 경계가 없다는 부분도 분명 있다. 매일매일 무엇인가를 해결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 세 배우가 너무 친하니 사실 힘들다. 서로 한 마디씩만 해도 여러 말이 나온다(웃음). 하지만 그 부분이 장점이기에 재미있다. 수다를 떨 때는 때로는 가식도 떨고 행복해하는 척도 하는데 독백에서는 자신의 감성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어떻게 보면 극중의 고민이 지금 우리의 고민인 것 같고 나이에서 오는 공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왼쪽부터) 배우 오윤홍, 곽근아, 이윤희. (사진=이건웅)
(왼쪽부터) 배우 오윤홍, 곽근아, 이윤희. (사진=이건웅)

포스터를 보니 "못 산 자들이여, 망치를 들어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의미는?

: 말 그대로 망치로 못을 박자는 뜻도 있고 잘 못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 해보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보통의 가정주부들이 꿈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를 깨보자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 연극에 나오는 대사이기도 한데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고 본다. 배역을 놓고 말하면 '망치를 든다'는 것은 각자 자기 의지로, 자기의 길을 가자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각각 배역을 연기하면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느낌이 있을 것 같은데

: 여태까지 심각한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정반대다. 나이를 먹으니 확실히 캐릭터를 만나는 기쁨이 있다. 

: 싱크로율이 가장 높다. 점점 복희가 되어간다(웃음). 복희는 아이가 없는데 저는 아이가 있다. 만약에 내가 복희라면 나도 복희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선택은 연극에서 확인하시길 바란다(웃음).

: 이제 아이를 다 키웠는데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가 했던 고민들을 이 연극에서 하고 있다. 그 시절의 저를 되새기며 깊이 새겨졌던 아픔을 애써 끄집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그 감정을 다시 꺼낸다는 게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소민의 안으로 들어가려한다.

이 연극을 통해 관객들이 어떤 느낌을 가지길 원하는지?

: 힘들어도 다시 으싸으싸?(웃음) 희망을 가져보자 이런 마음이 들 것이라 본다.

: 꼭 해피엔딩이어야 희망적인 결말은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 선택은 가장 행복해지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객관적인 결말이 아니라 가장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선택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 선택이라는 것은 항상 살면서 하게 되는 것인데 솔직히 말하면 최선인지 아닌지는 바로 알 수가 없다. 최선의 선택은 할 수 있지만 그 선택이 '행복한 선택'인지를 알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야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극중 인물들이 이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 자기 자신과 싸우지 말고 나를 받아들이면서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아라. 이것이 극이 전달하는 메시지다. 인물들을 보면 처음의 모습과 마지막의 모습이 달라져 있다. 내적으로 성숙해진 것이다.

: 이제야 <더 가구>가 어떤 연극인지 알겠네. '주부들의 성장 드라마'!(웃음) 

연극 '더 가구' 연습장면. (사진=쏭기획)
연극 '더 가구' 연습장면. (사진=쏭기획)

연출가가 생각하는 <더 가구>의 관전 포인트는?

: 세 여배우다. 각자의 개성들이 다 있고 대사들을 들어보면 그 나이에 느낄 수 있는 좋은 말들이 많이 나온다. 사실 연출의 변을 쓸 때 배우들의 대사를 많이 썼다. 예쁜 대사들이 많다.

그 대사들을 혹시 일부라도 들어볼 수 있을까?

: 소민의 대사다. "타인이 보는 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보는 세상이 중요하다".

: 복희가 한 말이다. "꽃이어서 색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색이 있어서 꽃이라고 부른다".

: "못 산 자여, 망치를 들어라!"도 명대사다(웃음).

이제 공연이 시작되는데 설레임이 클 것 같다

: 가정주부들, 여성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자기 삶에 대해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이 코믹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졌기에 절대 무겁지 않다. 재미있다.

: 현실에서 우리와 같은 선택을 하기 쉽지 않지만 연극을 보고 '저런 선택이 가능하구나'라는 대리만족이라도 느꼈으면 좋겠다. 평범한 게 가장 아름답다는 느낌을 얻을 것이다.

: 사실 남편들이 봐야한다. 여자들이 무슨 고민을 하는 지 알아야지. 가정주부들이 일상에서 희생하는 부분이 많은데 남편들이 이 희생을 알아야한다. 부부가 손잡고 이 작품을 보셨으면 좋겠다.

: 부인 말로 들으면 부부싸움이 되지만(웃음) 연극으로 보면 분명 아내를 이해하게 될 거다. 꼭 같이 와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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