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섬유예술의 시작, 최초의 태피스트리를 선보인 작가 이신자
한국 섬유예술의 시작, 최초의 태피스트리를 선보인 작가 이신자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09.2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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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회고전 '이신자, 실로 그리다' 개최
'이신자, 실로 그리다'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신자, 실로 그리다' 전시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한국 섬유예술의 1세대 작가' 이신자(1930~ )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고 재조명하는 <이신자, 실로 그리다>가 22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다.

이신자 작가는 1970년대 '섬유예술'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시기에 '태피스트리'를 국내에 최초로 소개하며 한국 섬유예술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했던 작가다.

그는 일반적인 공예 기법, 틀을 벗어나 전통적인 섬유 소재 대신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 등 일상의 재료와 한국적 정서가 담긴 평범한 소재를 활용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자수를 망쳤다'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그의 파격적인 시도들은 한국 섬유예술계의 이정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초기작부터 2000년대 작품 90여 점과 드로잉, 사진 등의 아카이브 30여 점이 선을 보인다. 전시는 이신자의 작품세계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피면서 각 시기별 한국 섬유미술사의 변천사와 작가의 작품세계의 변모를 함께 볼 수 있도록 했다.

1부 '새로운 표현과 재료'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초기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거칠지만 자유롭고 대담한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장생도>(1958), <도시의 이미지>(1961), <노이로제>(1961) 등 크레파스나 안료를 칠하고, 천을 덧대는 기법인 아플리케(appliqué)를 하여 캔버스의 바탕을 새롭게 바꾸어 나가며 한국 섬유미술의 폭과 깊이를 확장했다.

2부 '태피스트리의 등장'(1970-1983년)은 작가가 1972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를 통해 태피스트리를 최초로 국내에 소개했던 당시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숲>(1972), <원의 대화 I>(1970년대), <어울림>(1981) 등은 전통적 태피스트리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올 풀기로 독특한 표면 질감을 유발하는가 하면, 이미 짜인 실을 밖으로 돌출시키는 부조적 표현으로 입체적인 질감을 형성한 작품을 선보인다.

숲, 1972, 면사, 마사, 나무; 태피스트리, 144×63 cm, 작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숲, 1972, 면사, 마사, 나무; 태피스트리, 144×63 cm, 작가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3부 '날실과 씨실의 율동'(1984-1993년)에서는‘한국 섬유미술의 개화기’라 일컬을 만큼 국내 섬유 미술계가 새 국면을 맞이한 시기의 작품을 다룬다. <숲의 왕자>(1987)와 같은 의상디자인과 무대막 등 작업 범위를 넓히고 자유로운 표현 방법을 구사한 작품과 작가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회화적 분위기와 서사적 의미를 완벽하게 담을 수 있는 태피스트리 작품 <추억>(1985>, <가을의 추상>(1987), <기구 I>(1985), <메아리>(1985)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길이가 19m에 달하는 <한강, 서울의 맥>(1990-1993)도 감상 할 수 있다.

4부 '부드러운 섬유-단단한 금속' (1994-2000년대)에서는 자연을 관조할 수 있는 하나의 창으로 금속 프레임을 배치해 3차원 세계를 구성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확장된 시각을 보여준다. 

특히 <산의 정기> 시리즈(1990년대)에서는 “어린 시절 울진 앞바다에서 본 바다 풍경과 아버지 손을 잡고 오르던 산의 정기엔 파도 소리, 빛, 추억, 사랑, 이별, 이 모든 것이 스며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평생을 지배해 온 주제인 자연의 영원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지평을 열며, 2005, 모사, 금속, 나무; 태피스트리, 73×93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지평을 열며, 2005, 모사, 금속, 나무; 태피스트리, 73×93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전시의 마지막은 작가의 밑그림과 드로잉 등의 아카이브와 인터뷰 영상, 활동 사진과 함께 이신자 작가의 태피스트리 기법과 재료 등을 재현하는 영상을 볼 수 있으며, 구현된 태피스트리를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

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 학예사 대담, 전문가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며, 관람객들의 감상 소감을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전시실 내 마련된다. 주제에 관심 있는 일반인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누리집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신청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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