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할 수 있다'는 믿음, 아시안게임 2연패의 가장 큰 힘 됐다"
[인터뷰] "'할 수 있다'는 믿음, 아시안게임 2연패의 가장 큰 힘 됐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10.1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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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임철우를 만나다
인터뷰에 응한 임철우 선수. (사진=임동현 기자)
인터뷰에 응한 임철우 선수.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 9월 26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펜싱 플뢰레 단체전에서 허준, 하태규, 이광현, 임철우로 구성된 대한민국 대표팀이 중국을 45-38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남자 플뢰레 단체전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으며 개인전에서의 부진함도 한번에 날리며 '펜싱 강국'의 위엄을 보여줬다.

'플뢰레는 약하다'라는 선입견이 그들을 힘들게 했고 코치의 공석이라는 문제도 있었지만 이들이 중국의 무시무시한 응원 속에서도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단합력이었다. 그리고 노련한 선수들을 뒷받침하며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려했던 선수들의 노력과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아시안게임 2연패의 주역 중 한 명, 임철우 선수. 그는 이제 13일부터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시작으로 파리올림픽을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어제의 영광을 뒤로 하고 다시 피스트에 서게 될 임철우 선수를 그의 소속팀인 성북구청의 훈련장인 성북펜싱체육관에서 만났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알레!

임철우, 이광현, 하태규, 허준(왼쪽부터)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 플뢰레 단체 임철우, 이광현, 하태규, 허준(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메달을 딴 후의 느낌을 먼저 듣고 싶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까지 준비하는 시간이 정말 길었다. 2년을 준비했는데 아시안게임이 1년 늦춰졌고 펜싱은 1년마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기에 또 선발전을 치루어야했다. 다행히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또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과 경쟁해 4명 안에 들어야 비로소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상당히 길고 힘들었기에 금메달을 받는 순간 '끝났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는데 딱 하루 지나니 허탈감이 들더라. 많은 시간이 걸렸기에 그런 느낌이 든 것 같다.

예정대로 2022년에 열렸으면 지금과는 다른 기분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로는 2022년에 열렸다고 해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에 미루어진 게 잘됐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코치가 없는 상태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는데 힘든 점은 없었는지?

아무래도 중심을 잡아주시는 분이 안계시니 힘든 감이 없지 않았는데 조종형 (대한펜싱협회)부회장님께서 남녀 6종목을 전체적으로 잘 통솔해주시면서 코치님이 계실 때처럼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다. 또 허준, 하태규 형이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뛰셨고 아시안게임 출전도 오래 하셨기 때문에 형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결승전때도 부회장님께서 벤치에 앉으셨는데 비록 코치님이 안 계시지만 우리끼리 정말 잘해보자며 단합한 것이 금메달의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4강전과 결승전에서 피스트에 오르지 못했다.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 같은데 

단체전에 출전하는 4명 중 1명은 후보 선수다.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경기력이 떨어질 경우 언제든 바로 투입되어야하기에 늘 준비를 해야하는 상태다. 비록 직접 뛰지는 못하지만 뒤에서도 같이 뛴다는 마음이 있기에 아쉬움은 없었다. 같이 응원을 해주고 힘을 북돋아주는 역할도 크기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고 제 자신도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중국과의 결승전 초반과 중반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한때 20-25까지 밀렸다가 역전하면서 우승을 일궜는데

8강전, 4강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상대가 홈팀 중국이기에 압도적인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경기장에 들어섰더니 수많은 관중들의 함성이 상상을 초월했다. 그 분위기에 압도되면서 초반 승부가 썩 좋지 못했다. 

출전을 준비하는 저도 (선수들에게) 잘 들렸을 지는 모르겠지만 기합을 더 크게 불어넣었고(웃음) 피스트에 올라선 형들과 이광현 선수도 지지 않으려고, 압박감을 이겨내려고 한 번 더 화이팅을 했던 게 역전의 계기가 됐고 마침내 역전이 된 순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우리를 이끌어낸 것 같다. 

마지막에 허준 형이 43점을 획득한 순간 '이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수차도 5점 차이였고 분위기가 워낙 허준 형이 압도적이기에 다른 선수들과 뛰어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웃음).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플뢰레 단체가 금메달을 땄을 때 허준 선수가 '찬밥 대우 때문에 서운함이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대회도 플뢰레가 다른 종목에 비해 관심을 덜 받은 느낌이 들었는데

시합 끝나고 기자님들이 이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허준 형이 "남자 플뢰레가 결코 못하는 게 아닌데 다른 종목이 잘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성적이 저조하다고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우리도 상대적인 비교를 당한다는 점에서 힘이 들었는데 단합력만큼은 어느 종목에도 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더 열심히 해보자며 뭉쳤는데 이번에 금메달을 땄기에 이런 비교가 씻겨나가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

(기자 주 : 한국 남자 펜싱 플뢰레 단체는 이번 대회 금메달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으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부터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매 대회마다 메달을 따내며 아시아 최강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승이 결정된 뒤 환호하는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우승이 결정된 뒤 환호하는 선수들. (사진=연합뉴스)

선수들간의 '단합'이 우승의 비결이었는데 그 단합을 이뤄낸 과정이 궁금하다

허준 형, 하태규 형은 대표팀에 10년 정도 있었고 경험도 많기에 힘들 때 많이 자문을 구했다. 자신의 노하우를 잘 알려주시고 분위기도 이끌어주셨기에 저와 이광현 선수가 형들을 믿고 따르고 의지했다. 

이광현 선수는 나이가 비슷하기에 서로 의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사실 이광현 선수가 붙임성 있는 선수는 아닌데(웃음) 둘이 서로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도 힘이 되는 것 같다. 사실 이광현 선수에게 많은 힘을 넣어주려하는데 그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웃음).

결승을 앞두고 숙소에서 형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마음 속 생각들이 모두 '할 수 있다' 딱 하나였던 것 같다. '기술적인 것보다 패기로 뛰어야한다. 파이팅을 더 해야한다'고 말해주시면서 선수들마다 기를 더 불어넣으려한 것이 컸다. 선수들이 뛰는 중간중간 응원 소리를 들으면 힘을 얻고 더 잘하게 되는데 그 시너지가 컸다.

아쉽게도 개인전은 '노골드'를 기록했다. 개인전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아시안게임 대표가 확정되고 개인전을 2명만 뛰게 되는데 이광현 선수와 제가 나가게 됐다. 너무 잘해야한다는 생각이 많았고 특히 개인전 성적에 따라 단체전 시드 배정이 결정되기에 그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사실 컸다. 

하루도 쉬지 않고 개인 훈련을 해왔고 힘들게 준비해서 왔기 때문에 후회없이, 결과에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뛰었는데 1점 차이로 지고 말았다. 아쉬워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이 나오니 아쉬움이 생기게 되더라. 하지만 단체전 결승까지 가면서 그 마음이 많이 사라졌고 금메달로 완전히 씻어냈다.

소속팀(성북구청)의 서상원 감독님도 많은 도움을 주셨을 것 같은데

시합 나가기 전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감독님께서 "너무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뛰어라. 중요한 경기니 포인트 관리 잘해야한다"고 세세하게 말씀해주셨다. 경기를 하다보면 흥분을 해서 칼 동작이 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지적하시며 "동작을 조심해야한다, 공격력을 갖추려면 멀리서 하기보다 가까이에서 붙여서 해야한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후회없이 은퇴하고 싶다' 임철우 선수의 목표다. (사진=임동현 기자)
'후회없이 은퇴하고 싶다' 임철우 선수의 목표다. (사진=임동현 기자)

항저우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시점에서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한다

대표 선발전과는 다르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큰 대회고 서울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것이기에 열심히 하려한다. 경기력은 항상 자신이 있다. 다만 테니스 엘보 증세가 있어 경기에 지장이 생기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되기는 한다.

파리올림픽이 9개월 정도 남았다. 이제 피스트에 오르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한 시합이 남았는데 출전권을 따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있을 시합에서 정말 잘해야하고 다시 한 번 뭉쳐야하는 게 숙제다.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하는데 모든 선수의 마지막 꿈이 바로 올림픽 아닌가. 이번에 출전권을 따면 정말 몇십년만에 따내는 것이기에 간절한데 지금도 쉬지 않고 훈련을 하고 있고 다음 시즌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기에 준비된 것을 후회없이 하면 올림픽 티켓을 충분히 따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허준 선수가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앞으로 이광현 선수와 더불어 남자 플뢰레를 이끌게 될텐데
 
펜싱은 늘 경쟁이다. 누가 배턴을 이어받느냐가 아니라 대표팀 안에서도 8명이 경쟁해 최후의 출전자를 결정한다. 우리 자리는 언제든 후배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남자 플뢰레를 이끌고 더 성적이 올라온다면 후배들이 올라오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펜싱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옛날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든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그만큼 실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남자 플뢰레가 강하다는 것을 이번 금메달로 보여줬으니 앞으로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 플뢰레가 중심이 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앞으로 어떤 펜싱 선수가 되기를 원하는지?

펜싱을 한 지도 이제 17, 18년이 되고 있다. 국군체육부대에 다녀온 후 정말 하루도 안 쉬고 했는데 그때부터 가진 목표가 '후회없이 은퇴하자'였다. 열심히 하니 국가대표도 되고 아시안게임도 가고 금메달도 땄는데 이제 다시 한 번 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할 것 같다. 열심히 해서 은퇴할 때 '후회없이' 칼을 놓겠다는 게 내 목표다.

앞으로의 미래가 정말 기대가 된다. 순항하고 있기에 제 목표를 길게 잡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하면 후회없이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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