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범죄자 된 故 이선균, 시민으로서의 권리 훼손당했다"
[인터뷰]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범죄자 된 故 이선균, 시민으로서의 권리 훼손당했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02.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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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연대회의'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지난 12일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사진=고영재)
지난달 12일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사진=MBC 갈무리)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해 12월 27일, 배우 이선균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해 10월, 한 일간지의 최초 보도 이후 2개월여의 기간 동안 3차례의 소환 조사, 간이 시약 검사 등 검사 전 과정 등이 모두 언론에 노출되었고 그의 사생활이 담긴 녹취록이 뉴스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거듭된 음성 판정에도 불구하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그를 계속 유죄로 이끌었고 결국 이는 당사자의 죽음까지 이어졌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문화예술인들이 뭉치기 시작했고 이들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은 경찰과 KBS, 국회에 성명서를 제출하며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를 전했다. 그렇게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 결성이 되고 활동을 시작했다.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문화예술인들. 이들의 목소리를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을 알려달라

이선균 배우의 소식을 듣고 문화계가 전체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한 분이다보니 그와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모두 비통해했고 그 비통함 속에서 '이런 일이 정말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단체 대표들끼리 연락을 하게 됐고 '우리가 뭐라도 해야하지 않느냐, 준비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미리 준비해서 제안을 해보자' 그렇게 해서 활동이 시작된 거다.

'뭐라도 하자'라는 문화예술인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성명서로 옮겨갔고 성명서 초안이 나오면서 이 성명서 내용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에 공감할 단체들도 나올 것이라 봤다. 그렇게 제안을 하고 동의를 구하면서 지금의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로 만들어졌다. 총 30개 단체가 참여했고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박찬욱 감독, 배우 윤여정 송강호 류승룡 황정민 정우성 김남길 등 개인 2,831명이 현재 참여한 상태다.

故 이선균 배우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단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시민으로서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것이 지켜지지 않았다. 유독 유명인에만 피의사실 공표가 당연한 것처럼 이루어지고 내사 단계부터 피의자로 낙인찍히고 '여론재판'으로 공개수사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설사 피의자라 해도 재판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기소가 되기 전에는 당연히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기소 후에도 재판부가 유무죄를 가리게 되어 있다. 하지만 연예인은 법적 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이미 피의자가 되고 개인 사생활을 포함한 여러가지 불필요한 부분들이 경쟁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다 노출이 되니 이건 무죄가 나와도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하다. 연예인도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가 굉장히, 심하게 훼손되었다.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 게 아니라면 제발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호소하셨는데 그 호소의 의미를 다시 전한다면?

법적으로 피의사실 공표가 인정되는 부분은 중대범죄, 그리고 공익에 부합되는 지 여부다. 그렇다면 먼저 이선균 배우가 중대범죄자인가? 해당없다. 두 번째는 신상공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느냐인데 여기에서 이른바 '알 권리' 차원의 공개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이것이 공익에 부합되는 사항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극히 사적인 대화까지 노출하는 것을 '알 권리'라고 할 수 있을까? 

언론의 자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번에 KBS를 비롯한 이선균 배우의 사생활을 노출한 언론들은 공익과는 거리가 멀다. 왜 국민이 이들이 쓴 선정적인 기사를 억지로 봐야하는가? 국민은 '모를 권리'도 있으며 이전만큼 모든 TMI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문화가 많이 바뀌었는데 이를 역행하고 있는거다. 

유명인은 이름만 공개되어도 신상이 공개되는 거나 다를 바 없고 연예인의 경우 많은 계약관계가 물려있는데 이게 한순간에 망가지는 거다. 그 부분에 대해서 언론이 책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무책임하다. 이것은 법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취재 윤리차원에서 되짚어보아야하고 본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커넥션이 관행처럼 되는 것도 고려해야한다고 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화예술인들. (사진=문화예술인 연대회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문화예술인들. (사진=문화예술인 연대회의)

성명서에서 밝힌 세 가지 요구의 진행 과정을 듣고 싶다. 먼저 경찰청에는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고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지?

현재까지 경찰청에서 이메일이나 전화 등으로 연락온 것은 하나도 없다. 수사에 착수했다는 것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연대회의 측에서 특별히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 우리도 여러분들이 아는 그 이상을 알지 못하고 있다. 공식적인 답변도, 계획이나 수사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이선균 배우 수사를 한) 인천경찰청을 경기남부경찰청이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지방경찰청이 지방경찰청을 조사하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를 수사할 수 없으니 이첩을 했다고 하는데 과연 경찰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을 때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할 수 있을 지. 이를 위한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경찰의 수사정보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언론사 '디스패치'를 압수수색했다고 하는데 최초로 보도했던 매체는 왜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이게 순서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이선균 배우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을 녹음했고 그 녹음 소스가 언론과 유튜브 채널에 나왔으면 경찰 내부에서는 누가, 언론에서는 누가 정보를 주고받아서 기사화가 됐을까? 이게 사람들이 제일 관심있어하는 것이다. 이선균 배우 본인이 가지고 있지 않다면 포렌식 조사를 해서 경찰에서 흘린건지, 피의자가 미리 휴대폰 정보를 빼돌려서 넘겨진 건지 그런 것도 궁금한 거다. 

디스패치와 MBC 'PD수첩'이 바로 수사자료가 정확한 건지, 수사 과정이 맞는지를 보도했는데 그것이 우리가 궁금한 사항이고 그 부분을 조사해야하는 것이다. 제발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하지 않았으면, 용두사미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KBS에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를 요구했는데 KBS는 문제의 보도에 대해 "고인의 사망과 관계없다"는 입장을 냈다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기보다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 전해진 것 같은데 이 역시 우리가 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거다. KBS도 공식적인 답변이 없다. 사생활이 범죄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건데 그 자체가 정말 황당하다. 

KBS가 범죄 사실을 입증한다는 미명 하에 사생활까지 포함된 보도를 했고 그 직후 이선균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이선균 배우가 3차 조사를 받았을 당시에는 기소 여부도 판단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는데 자기들이 멋대로 판단하고 보도한 거다. 언론이 수사관인가? 언론이 판단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앞뒤 다 자르고 한 두마디만 강조해 범죄자로 만들고 그걸 '알 권리'라고 하는 게 지금의 언론이다.

지금 이선균 배우는 고인이 됐고 경찰도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을 냈다. 끝난 거다. 이선균 배우가 마약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이제 의미가 없다. 더 이상 범죄사실 유무를 증명할 것이 다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제 다 끝났으니 기사를 삭제하는 것이 옳다. 지금 국민 여론이 KBS의 보도 행태를 좋지 않게 보고 있다. 시청자들도 알고 싶어하지 않은 것을 KBS가 보도한 거다.

고영재 대표(왼쪽) 등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관계자들이 경찰청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사진=문화예술인 연대회의)
고영재 대표(왼쪽) 등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관계자들이 경찰청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사진=문화예술인 연대회의)

마지막으로 국회의장에게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정 및 개정'을 요구했다. 가능성이 보이는지?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사 관련 공무원의 인권침해 방지법'을 국회 법제실에 의뢰했고 발의를 하겠다는 내용이 나왔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미디어와 관련된 법 제정을 검토하고 발의할 수 있으면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 공약으로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국회는 의원실에서 '이러이러한 검토를 하고 있다'는 연락을 해주는 편이다.

법안 제정 및 개정은 세 가지 축으로 본다. 첫 번째는 수사 피의사실 공표 문제 등에 대한 인권적 시각의 보완, 두 번째는 언론과 포털, 유튜브 등의 무분별한 보도와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한 보완, 그리고 예술인권리보장의 차원에서 검토를 해봐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애써주시는 의원들이 고맙다.

대중의 관심도를 높여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어떤 방법을 찾고 있는지?

이 부분은 아직 연대회의 내에서 논의 중에 있으며 향후 활동 및 조직체계 등도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 확정된 것이 있으면 알려드리겠다.

연대회의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연대회의는 우리가 요구했고 요청한 사안들이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결과물로 나올 때까지는 계속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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