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서원’은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 총 9곳으로 모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 이름이 높은 서원들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세계유산으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 교육 시설의 한 유형으로,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에까지 향촌 지식인인 사림에 의해 건립되었다. 이 유산은 교육을 기초로 형성된 성리학에 기반한 한국 사회 전통문화의 산증거들이다.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은 동아시아 성리학 사립교육기관의 한 유형인 서원은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이를 보다 더 발전시켜 한국적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조선 시대 교육기관은 향교와 서원이 있었는데, 성균관이나 지역의 향교가 공립교육기관이었다면 서원은 사립교육기관의 역할을 했다. 한국의 서원 9곳은 가장 완비된 형태로 지금까지 400여 년 전승되어 온 제향의례, 서원이 자리 잡은 위치와 배치 공간의 탁월함, 유산 보존의 온전함, 각 서원이 행하는 지역문화 활동의 중심 역할, 다양한 도서와 책판, 고문서의 소장 전수, 서원 건물의 성격과 이해를 위한 안내 역할을 하는 현판과 기문 등은 서원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잘 보여준다. 이에 ‘한국의 서원’ 9곳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소수서원
경북 영주에 소재한 소수서원은 1962년 사적 55호가 되었고,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소수서원(紹修書院)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서원으로서 한국 서원의 강학, 제향과 관련된 규정을 최초로 제시해 이후 건립되는 서원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소수서원은 교육기관으로서 서원이 강학, 제향, 회합과 유식 등의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춘 기본 모델로 평가받는다.
영주 소수서원은 풍기 군수였던 신재(愼齋) 주세붕(周世鵬) 선생이 고려말 유현인 안향(安珦) 선생의 연고지에 조선 중종 37년(1542)에 사묘를 세워 선생의 위패를 봉안하고, 다음 해인 1543년, 학사를 건립해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을 창건하였다. 처음 이름은 백운동서원이었고 이후 소수서원으로 개명된다.
명종 5년(1550) 퇴계 이황 선생이 풍기 군수로 재임하면서 나라에 건의,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게 되어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공인된 사립 고등교육기관으로 퇴계 선생의 제자들을 포함하여 4,000여 명의 유생들이 배출했다. 이곳에 주향 회헌 안향(1243~1306) 선생은 도첨의중찬(都僉議中贊) 등을 거치면서 문교 진흥에 진력한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자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소수서원은 높게 뻗은 소나무 숲을 지나 죽계천을 감싸고 돌면 여유롭고 아늑한 서원을 마주한다. 소수서원은 규모가 상당하다. 서원의 면적은 8만 9,975m²(문화재 지정 구역 1만 8,657m², 문화재보호구역 7만 1,318m²)로, 강학당, 문성공묘, 일신재, 직방재, 지락재, 학구재, 전사청, 장서각, 경렴정, 고직사 사료관, 영정각, 취한대 등 수많은 건물이 있고, 이 중 숙수사지 당간지주(제59호), 문성공묘(제1402호), 강학당(제1403호)은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중 인상적인 건물은 경렴정(景濂亭)이다. 경렴정은 다른 서원의 누정과 달리 정자의 형태이다. 경렴정은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晩對樓), 달성 도동서원의 수월루(水月樓), 경주 옥산서원의 무변루(無邊樓)와 같이 모두 누각의 형태지만 경렴정만 정자 형태이고, 또 한 가지 서원 안이 아닌 서원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경렴정에서 바라보면 경(敬)과 백운동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경자바위가 있다. 이 글씨는 퇴계 이황이 쓴 글씨라고 한다.

소수서원 선비마을 체험촌
영주는 전통적인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지역으로 조선시대 대학자 퇴계 이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소수서원이 있고, 문화유산 9개 서원 중 가장 관람객이 많고 도산서원과 더불어 입장료를 받는 서원 중의 하나다.
또한, 영주에는 부석사 외에 특별한 관광자원이 부족하여 관광객 수가 타 경북 지역에 비해 못 미쳤다. 이에 소수서원을 중심으로 영주지역의 각종 유교문화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하여 영주지역 유교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선비마을 선비촌 조성사업이 추진되었다.
나아가 영주의 선비문화를 고양하고 주변의 문화유적과 연계하여 영주가 예부터 선비마을의 중심지였다는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기 위해 유교적 선비문화 시설의 집중 조성이 필요했다. 이에 소수서원을 정비하여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영주지역 내 선비가 거주하던 고택·종택을 재현하여 한 곳에 모아 선비촌을 조성했다. 또한, 유교문화 체험과 교육을 위해 역사·문화 체험의 장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여 숙박과 교육 등이 가능했다.


선비촌과 역사·문화 체험장은 소수서원에서 느낀 옛 선비의 정취를 한옥 숙박과 유교문화 학습 등을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소수서원에서 공부하던 선비들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시설로서 강학당(교실), 일신재와 직방재(집무실), 학구재와 지락재(학습실), 장서각(도서관)이 있으며, 당시의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사료관과 충효교육관 등이 있다. 또한, 학문을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선현에 대해 제향하고 선현이 이룬 뜻을 본받고자 하는 시설로서 사당, 영정각, 전사청(제기창고), 성생단(제물검사대) 등이 있다.
소수서원은 문화재 활용 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유일하게 서원의 원래 기능인 강학과 제향 기능을 전향적으로 계승·발전시켜 오고 있다. 강학은 소수서원의 정신을 계승한 동양대학교에서 제향은 지역 유림들로 구성된 소수서원 운영위원회에서 책임지고 진행하고 있다. 생원반과 진사반 수업을 통해 실제로 소수서원 생원 또는 진사 학위증을 수여하여 조선시대 서원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 교수, 일반시민, 대학생, 외국인 등 참여 대상별로서 원선비인성 프로그램으로 선비 리더·시민 선비·미래 선비·글로벌 선비의 4개 과정, 선비촌 고택 체험 1박 2일, 선비 예절 및 인성교육, 소수서원의 강학 기능 및 선비의 멋과 풍류 체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영주 선비문화축제와 둘레길
경북 영주시는 2023년 5월 5일부터 7일까지 ‘2023 한국 선비문화축제’를 열었다. ‘신바람 난 선비의 화려한 외출’을 주제로 영주시 소수서원·선비촌·서천 둔치 일대에서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
소수서원 일대에는 ‘선비 시그널 촌’을 마련해 마당극 ‘덴동어미’와 거리 퍼포먼스 등이 이어진다. 어린이 장원급제, 발자국 런웨이 등 어린이들이 즐길만한 이벤트와 가족 참여형 체험행사도 마련했다. 서천둔치 일원에서 열리는 ‘컴백 신바람 퍼레이드–선비의 산책’은 선비정신과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에 맞게 재조명해 각양각색의 한복을 입은 시민들이 총 2.1km 구간에서 거리퍼레이드를 벌였다. 퍼레이드에는 전국 공모를 통해 선발된 10개 경연팀과 취타대, 대형 선비 퍼펫(인형), 풍물패 등 500여 명이 참여했다.

소수서원 둘레길은 소수서원 매표소에서 시작해 당간지주~취한대~광풍대~소수박물관~죽계교~영귀봉 경계~소혼대를 잇는 노선으로 총거리 약 1.3km이다. 최대한 기존 경관과 조화로운 노선을 구성하기 위해 기존 소수서원 외곽 노선을 활용하고, 영귀봉 경계 부분은 새로운 노선을 신설해 서원 주위를 일주하며 돌아볼 수 있도록 조성하고 있다.
일반 성인에게는 조금 짧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가벼운 산책을 겸할 수 있는 코스 구성으로 아이를 동반한 부모 등 가족 단위 여행객이 쉽게 걸을 수 있고, 문화관광 해설과 함께 하면서 걷기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소수서원 둘레길의 동선을 소수박물관과 선비촌 방면으로 연결해 소수서원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 체험 제공으로 관광객의 체류 기간을 증대하는 효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