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남인의 정신적 본산, 세심마을과 농어촌 인성학교
영남 남인의 정신적 본산, 세심마을과 농어촌 인성학교
  • 이건웅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
  • 승인 2024.02.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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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② 경주 옥산서원

2019년 6월 30일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서원’은 소수서원(경북 영주), 도산서원(경북 안동), 병산서원(경북 안동), 옥산서원(경북 경주), 도동서원(대구 달성), 남계서원(경남 함양), 필암서원(전남 장성), 무성서원(전북 정읍), 돈암서원(충남 논산) 등 총 9곳으로 모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된 이름이 높은 서원들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세계유산으로써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의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 교육시설의 한 유형으로,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 중반에까지 향촌 지식인인 사림에 의해 건립되었다. 이 유산은 교육을 기초로 형성된 성리학에 기반한 한국 사회 전통문화의 산 증거들이다.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은 동아시아 성리학 사립교육기관의 한 유형인 서원은 중국에서 기원했지만, 이를 보다 더 발전시켜 한국적 특성을 잘 나타내고있다.

조선 시대 교육기관은 향교와 서원이 있었는데, 성균관이나 지역의 향교가 공립교육기관이었다면 서원은 사립 교육기관의 역할을 했다. 한국의 서원 9곳은 가장 완비된 형태로 지금까지 400여 년 전승되어 온 제향의례, 서원이 자리 잡은 위치와 배치 공간의 탁월함, 유산 보존의 온전함, 각 서원이 행하는 지역문화 활동의 중심 역할, 다양한 도서와 책판, 고문서의 소장 전수, 서원 건물의 성격과 이해를 위한 안내 역할을 하는 현판과 기문 등은 서원의 진정성과 완전성을 잘 보여준다. 이에 ‘한국의 서원’ 9곳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옥산'은 임금에게 하사받은 이름으로 옥산서원은 대표적인 사맥서원이다. 흥선대원군 때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은 서원으로 이언적 선생의 저서와 역대 명인들의 글씨와 문집이 보존되어 있다. (사진=이건웅)
'옥산'은 임금에게 하사받은 이름으로 옥산서원은 대표적인 사액서원이다. 흥선대원군 때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은 서원으로 이언적 선생의 저서와 역대 명인들의 글씨와 문집이 보존되어 있다. (사진=이건웅)

옥산서원

옥산서원은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있는 서원이다. 문묘 종사와 종묘 배향을 동시에 이루고 영남학파의 정신적 지주로 추대된 이언적을 주향하는 서원으로서 도산서원과 함께 영남 남인의 정신적 본산이다. 

1967년 사적 제154호로 지정되었고, 병산서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중복으로 등재되었다. 2010년 7월 31일 양동마을의 일부로 먼저 등재되었다. 이언적의 고택인 무첨당과 그의 가문인 여강 이씨의 본진이 양동마을에 있기 때문에 그런 관련성으로 세계유산에 함께 등재되었다. 

옥산서원은 경상도 동남부 지역 사림의 근거지로써, 경주 지역 사림의 주도로 건립된 서원이며 성리학을 교육하고 사회적 확산을 주도했던 조선의 교육기관으로 무형적인 가치 또한 매우 탁월한 세계유산이다. 문화유산으로는 옥산서원, 전통한옥 독락당, 정혜사지 13층 석탑 등이 있으며, 국가지정 보물만 2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옥산서원 정문의 이름은 역락문이다. '논어'의 첫머리의 “배워서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따온 것이다. (사진=이건웅)
옥산서원 정문의 이름은 역락문이다. '논어'의 첫머리의 “배워서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 따온 것이다. (사진=이건웅)

독락당과 세심대

서원은 내적으로 학문을 수양하고 외적으로 산수를 즐기는 곳이라 무희구곡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한국의 무희구곡에 가까운 곳은 옥산서원이다. 옥산서원 앞으로는 사철 마르지 않는다는 자계천이 흐르는데, 작은 폭포 용추 위로 걸린 외나무다리가 서원으로 드는 제 길이고 용추 위 백여 명도 앉을 만한 너른 바위가 세심대(洗心臺)다. 세심대는 넓고 평평한 바위엔 회재 이언적이 이름을 짓고, 퇴계 이황이 쓴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옥산서원과 독락당은 약 800m 떨어져 있다. 회재 이언적 선생은 사간원의 사간으로 있으며 권신(權臣) 김안로의 중임을 반대하며 직간하다가 파직당하고 물러나서 혼자 6년간 독서하면서 내공을 쌓은 열락의 공간이 바로 독락당(獨樂堂)이다. 

옥산서원 무변루가 2022년 보물(보물 413호)로 지정되었다. 무변루는 1572년 옥산서원이 창건됐을 때 함께 세워졌으며, 주변의 훌륭한 자연경관을 잘 조망할 수 있도록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규모는 정면 7칸, 옆면 2칸이며, 지붕은 맞배지붕으로 좌·우 측면에는 가적지붕을 설치했다. 

무변루의 현판은 석봉 한호(1543~1605)가 썼다. 본래 명칭은 납청루였으나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노수신이 무변루로 바꾸었다. 무변은 북송 유학자 주돈이의 글 ‘풍월무변’에서 유래했으며 ‘경계를 없애는 곳’을 뜻한다. (사진=이건웅)
무변루의 현판은 석봉 한호(1543~1605)가 썼다. 본래 명칭은 납청루였으나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노수신이 무변루로 바꾸었다. 무변은 북송 유학자 주돈이의 글 ‘풍월무변’에서 유래했으며 ‘경계를 없애는 곳’을 뜻한다. (사진=이건웅)

가적지붕은 맞배지붕 측면에 덧붙여진 한쪽으로 경사진 지붕으로, 양 측면에 가적지붕을 달아낸 누마루를 설치해 주변의 자연경관 조망을 무변루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건물의 아래층은 출입문으로 사용하고, 위층은 온돌방과 누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로 구성돼 있는데, 위층은 가운데에 대청마루를 두고 좌우에 온돌방을 둔 뒤 다시 좌우에 누마루를 구성하는 매우 독특한 평면을 이루고 있다.

2020년 10월 19일 문화재청, (재)한국의서원 통합보존관리단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옥산서원’에서 등재 1주년 기념 한·중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때 학술대회는 문화재청 세계유산축전 사업의 일환으로써, 조선시대 성리학 전파와 교육을 담당했던 전국 9곳 서원의 매력과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홍보하는 취지에서 열렸으며, 학술대회 진행에 앞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표지석 제막식도 열렸다. 

이번 행사는 주자와 회재의 연구 등 꾸준히 유교문화 교류를 해 온 경주시와 중국 남평시 두 도시 간 신뢰와 우의를 바탕으로 추진됐으며, ‘한·중 교류의 관점에서 본 옥산서원’과 ‘옥산서원의 위상과 활용방안’ 등에 대한 주제로 한국적 성리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다만 학술대회가 연속성을 갖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끝낸 점은 아쉬운 점이다. 

독락당은 회재 이언적 선생의 제사를 옥산서원 북편 600m 거리에 있는 사랑채다. 조선 중종 11년에 지어졌으며, 낮은 기단 위에 세운 앞면 4칸 옆면 2칸 규모다. (사진=이건웅)
독락당은 회재 이언적 선생의 제사를 옥산서원 북편 600m 거리에 있는 사랑채다. 조선 중종 11년에 지어졌으며, 낮은 기단 위에 세운 앞면 4칸 옆면 2칸 규모다. (사진=이건웅)

세심마을

세심(洗心)이란 “물(物)에 대한 사사로운 마음이 없고 그 물(物)이 내 마음을 흐리지 못할 때 비로소 마음을 씻었다”라는 의미다. 세심마을은 옥산서원을 둘러싸고 있는 옥산 1리를 말한다. 그리고 세심마을은 세심권역으로 확대해 그 일대를 거대한 하나의 권역으로 묶었다. 

세심마을에는 옥산서원이 있고, 독락당과 정혜사 13층 석탑이 있다. 또한 쌍봉 선생 테마로 성산서당, 수재청, 하곡리 보호수가 있다. 화랑도 테마도 있는데, 금곡사, 화산곡지, 안동권씨 집성촌 등이 남아 있다. 

그중 세심마을은 농어촌 인성학교에 집중하고 있다. 농어촌 인성학교는 청소년이 농어촌 현장 체험 활동을 통해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정된 농어촌 마을 권역을 말한다. 도심과 학교를 벗어나 농촌에서 활동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눔과 배려를 배울 수 있다. 

또한, 창의적 체험 활동을 통해 자율적인 생활 자세와 개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을 개발하는 수준 높은 자질 함양을 지향한다.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며, 정혜사 터에 세워져 있는 탑으로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13층의 탑신을 올린 특이한 형태의 탑이다. 국보 40호로 지정된 보물이다. (사진=이건웅)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며, 정혜사 터에 세워져 있는 탑으로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13층의 탑신을 올린 특이한 형태의 탑이다. 국보 40호로 지정된 보물이다. (사진=이건웅)

세심마을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효 사상을 중심으로 우리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세심마을은 효를 중심으로 전통예절, 도자기, 민화, 전통먹거리, 사계절 농사, 천연염색, 유교테마존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향토음식 체험장과 조청 참기름 가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향토음식체험장은 60명이 수용 가능하고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체험프로그램은 약과 만들기, 꽃절편, 무지개떡케이크, 흑임자, 단호박양갱 만들기, 깨강정 만들기, 율란, 조란, 강란 만들기 등이 있다. 

세심마을은 농촌체험휴양마을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농협으로부터 팜스테이 등급평가 최우수마을로 인증을 받았으며, 경상북도로부터도 농촌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문화·복지 부문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옥산 세심체험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두부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으며, 세심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향을 잊고 사는 도시인에게 훈훈한 인정과 웃음을 찾아 주면서,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2~300명이 찾을 정도로 농촌체험 명소다.

세심마을은 옥산서원 인근 마을로 때 묻지 않은 하늘과 땅, 마음의 먼지를 씻어주는 바람과 물, 그리고 500년을 이어온 문화유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농촌체험관광휴양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8년부터 주민들이 힘을 모아 공동체 사업으로 운영하는 농촌체험 프로그램이다.  

농어촌인성학교는 청소년이 농어촌 현장 체험 활동을 통해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정된 농어촌 마을 권역을 말한다. (사진=임동현 기자)
농어촌인성학교는 청소년이 농어촌 현장 체험 활동을 통해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정된 농어촌 마을 권역을 말한다. (사진=임동현 기자)

이지출 체험마을 대표는 “일반 관광객은 볼거리와 놀거리 체험을 위주로 체험을 하고, 가족 단위나 어린이 체험자들은 고구마캐기, 떡메치기 등의 체험거리와 예절배우기, 고추장 및 김장담그기 등의 체험을 위주로 하고 있다”면서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체험객들을 맞기 위해 시설환경 정비와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앞으로 옥산서원 교육관 건립과 서원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 경주를 대표하는 관광콘텐츠로 육성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심마을에는 70여 가구의 주민들이 농사와 관광객을 상대로 한 민박과 맛집으로 생활을 꾸리고 있고, 최근에는 농촌체험 프로그램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옥산 세심마을은 회재 이언적 선생께서 성리학 연구에 전념하던 곳으로, 훌륭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경관, 그리고 넉넉한 인심을 자랑한다. 문화유산으로는 옥산서원, 전통한옥 독락당, 정혜사지 13층 석탑 등이 있으며, 국가지정 보물만 2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건웅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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