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뉴스=한병호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이재수(60)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3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이 전 기무사령관과 김모 전 참모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뒤 밤늦게 두 사람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관련 증거가 충분히 확보돼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수사 경과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현시점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13년 10월부터 1년간 기무사령관으로 재직한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에 대한 여론이 불리하게 조성되자 기무사 내에 '세월호 TF'를 만들어 세월호 유족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민군 합동수사단은, 이 전 사령관 등이 지난 2014년 4월부터 7월까지 기무사 대원들에게 세월호 TF 구성을 지시한 뒤 안산 단원고 학생 사찰, 유가족 단체 지휘부의 과거 직업과 정치 성향, 가입 정당 등 정보뿐만 아니라, 실종자 가족이 머물던 진도체육관 일대에서 개개인의 성향과 가족관계, 음주 실태를 수집해 유가족들에게 불리한 여론 형성을 위한 첩보 수집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찰 내용은 일일동정 보고서와 특별보고서 형태로 정리됐으며 ‘정보보고’ 및 ‘중요보고’ 등으로 명명돼 대통령비서실과 국방부 장관, 각 군 총장 등에게 보고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이 전 사령관은 세월호 관련 진보단체 시국 집회에 대응해 보수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 수 있도록 경찰청 정보국에서 입수한 집회 정보를 재향군인회에 전달토록 지시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전 사령관 휘하에 있던 부대장 소강원(소장) 전 610부대장, 김병철(준장) 전 310부대장, 손모(대령) 세월호 태스크포스(TF) 현장지원팀장 등 3명이 유가족 사찰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기무사의 가장 윗선이던 이 전 사령관과 2인자였던 김 전 참모장은 구속을 일단 피했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과 김 전 참모장의 영장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수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