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餘地)가 없는 싸움에 승패는 없다
여지(餘地)가 없는 싸움에 승패는 없다
  • 배동현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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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현 칼럼리스트
▲배동현 칼럼리스트

(내외방송=배동현 칼럼니스트)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세월은 점점 빨라지고 좋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도 살림살이는 왠지 살아갈수록 각박해지고 삭막해져 삶의 여지(餘地)가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람이 발을 딛고 있는 땅은 몇 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넓이 때문에 벼랑에서는 엎어지거나 자빠지고 만다. 좁은 다리에서는 번번이 시내에 빠지곤 한다. 어째서 그럴까? 곁에 여지(餘地)가 없기 때문이다. 군자가 자기를 세우는 것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다. 지성스러운 말인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지극히 고결한 행동도 행여나 하여 의심을 품는다. 이는 모두 그 언행과 명성에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안지추가 지은 ‘안씨가훈’중 ‘명실’에 나오는 말이다. 여지의 유무에서 군자와 소인이 갈린다. 사람은 여지가 있어야지, 여지가 없으면 못쓴다. “군자는 늘 소인을 느슨하게 다스린다. 그래서 소인은 틈을 엿보아 다시 일어난다. 소인이 군자를 해치는 것은 무자비하다. 그래서 남김없이 일망타진한다. 쇠미한 세상에서는 소인을 제거하는 자도 소인이다. 한 소인이 물러나면 다른 소인이 나온다. 이기고 지는 것이 모두 소인들뿐이다.” 군자의 행동에는 늘 여지가 있고, 소인들은 여지가 없이 각박하다. 요즘 세태를 보면 꼭 소인배의 싸움과 다를 바가 없다.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한 바위섬의 영유권을 놓고 벌이던 분쟁이 자연의 힘(?)으로 해결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섬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분쟁의 씨앗이던 뉴무어 섬이 지난해 바닷물 아래로 완전히 잠겼다고 보도했다.

인도 자다브푸르대학의 해양학자 수가타하즈라 교수는 인디펜던트에 “위서 사진과 현장에 나가본 어부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과 뉴무어섬은 완전히 물속에 잠겼다”고 확인했다. 그리고 “양국이 수십년 동안 싸우고 대화해도 풀 수 없던 문제가 지구온난화에 의해 간단히 해결됐다.”고 덧붙였다.

면적 10㎢에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2m 남짓한 무인도 뉴무어섬은 1971년 방글라데시가 건국된 직후부터 인도와 영유권 분쟁의 대상이 됐다. 방글라데시는 섬을 ‘사우스 탈파티’라고 부르며 섬을 포함한 해상경계선을 문제 삼아 왔다.

그동안 이 섬은 1981년 병력을 보내 일방적으로 점령한 인도의 점유지로 돼 있었다. 하즈라 교수는 벵골만의 수위가 지난 10년간 5㎝ 이상 상승해 주변 10여개의 섬도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지금 속도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한다면 방글라데시 국토의 20% 가까운 면적이 2050년까지 물에 잠길 것이라고 인디펜던트는 예언했다. 여지(餘地)가 없는 싸움에는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결과물조차 없어진다는 결론이다

금년부터는 탄소 감축 목표치를 미달할 시(時)는 돈 내고 채워야만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도쿄의 일본 최고급 백화점 다카시마야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3년에 걸쳐 전국 18개 점포의 조명 15만개를 현재의 할로겐 램프에서 LED(발광 다이오드)로 모두 바꾼다. 발열과 전기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소요 비용은 18억엔(약230억원). 그러나 전기요금이 70%이상 절약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이걸 감안한 비용절감 효과는 연간 5억엔가량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도체 재료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히타치 화성공업은 사내 12개 부문과 9개 자회사별로 올해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 목표치를 할당, 내년부터 그 결과를 실적 평가에 반영키로 한다고 발표했다. 인구 1300여만명의 도쿄도가 금년초부터 연간 1500t(원유 환산기준) 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 빌딩, 대학 등 1400여곳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목표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 서부 일부 지역 등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나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다.

의무화 대상이 되는 사업장들에는 최근 3년간의 평균 배출량 대비 6~8%를 삭감토록 의무화 한바있다. 1년이 지난 뒤 도쿄도가 지정한 제3의 검증기관으로부터 인증서를 받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목표를 채우지 못한 회사는 자연에너지를 사든지 이산화탄소 배출 인증서의 목표치를 채우고도 남긴 회사로부터 사든지 해야 한다. 이른바 ‘탄소배출권 거래’다. 이걸 못하는 회사는 30%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도 열외 일수는 없다. 백성들의 주머니형편을 감안한다면 무조건 전기요금만 천정부지로 올린다 해서 해결 될 일은 아니다. 여지가 없는 사람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말만 한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 대들고, 사람을 문다. 이렇게 되면 뒷감당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그 확신이 대책 없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피해는 말로써는 다 표현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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