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눈을 감겨주기 위해 여기 섰습니다”
“딸의 눈을 감겨주기 위해 여기 섰습니다”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0.08.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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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프로배구단 고 고유민 선수 어머니, 국회서 진상규명 위한 기자회견가져
구단 갑질·왕따·악성 댓글 등으로 극단적 선택…구단 “경찰조사 통해 진실 밝힐 터”
▲ 고 고유민 선수의 어머니 권 모 씨가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며 오열하고 있다. 송영길(뒷줄 오른쪽 첫번째) 의원은 안경을 벋고 권 씨의 10분간 발언 동안 착찹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 고 고유민 선수의 어머니 권 모 씨가 딸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며 오열하고 있다. 송영길(뒷줄 오른쪽 첫번째) 의원은 안경을 벋고 권 씨의 10분간 발언 동안 착찹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내외방송=정수남 기자) “딸의 눈을 감겨주기 위해 여기 섰습니다.”

프로배구 선수 고(故) 고유민 선수의 어머니 권 모 씨의 일성이다.

권 씨는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박정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재한 기자회견에서 “딸은 차마 눈을 감지 못한 채 스스로 운명을 달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 고유민 선수는 구단의 부당한 처우를 극복하지 못하고 25세의 나이로 지난달 말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고 고유민 선수가 이달 1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지훈 변호사는 “구단과의 갈등에 따른 악성 댓글, 구단·코칭스태프의 의도적 따돌림, 구단의 사기 갑질 등이 고 선수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고인이 현대건설에서 뛸 당시 가족·동료와 나눈 메시지를 통해 ‘감독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나랑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며 “의도적 따돌림이 훈련 배제로 이어졌고, 고인은 기량 저하에 따른 불안감과 소외감으로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고 선수는 레프트로 활약하다 2019~2020시즌 중 주전 리베로가 빠지자 리베로로 포지션을 바꿔 경기에 투입됐다. 다만, 훈련에서 배제되면서 새로운 포지션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는 게 박 변호사 설명이다.

박 변호사는 “프로구단은 선수들의 인권을 존중할 의무가 있고, 체력과 전술적 기량 유지를 위해 선수를 팀 훈련에 차별 없이 참여시켜야 한다”며 “현대건설 배구단은 명백하게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 선수가 이 같은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제를 복용했지만, 이도희 감독과 배구단은 이 사실을 알고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대건설 배구단은 고 선수를 상대로 트레이드를 해 줄 것처럼 속여 계약 해지에 합의하게 한 후, 갑자기 고 선수를 임의 탈퇴로 공시했다”고 그는 부연했다.

다른 팀에서 배구를 계속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던 고 선수가 임의 탈퇴 공시로 어느 팀에도 가지 못하게 되자 이를 비관했다는 것이다. 임의 탈퇴 선수가 되면 해당 구단으로만 복귀할 수 있고, 다른 팀으로는 갈 수 없다.

고 선수가 자신의 상황과 배구를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스스로 유명을 달리 한 것이라는 게 박 변호사 분석이다.

권 씨는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딸이 꽃다운 25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며 “13살에 배구를 시작해 평생 배구밖에 모르고 살았던 아이가 구단의 부당한 처우에 죽음으로 대응하기까지의 마음 고생을 생각하면 애가 끊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포항에서 사는 서민이고, 현대건설은 공룡기업이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도움을 받을 곳은 언론밖에 없다. 딸이 저 세상에서는 즐겁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며 오열를 토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송영길 의원은 “프로 운동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주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배구단 한성호 단장은 내외방송과의 통화에서 “안타깝다. 경찰 수사를 통해 객관적이고도 투명하게 진위를 밝히겠다”면서도 “고인과 고인 가족, 구단과 코칭스태프간 이전투구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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