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방송=서효원 기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중단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30일(현지시각) 미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이제는 ‘일시적’이라는 단어 사용을 중단하고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게 노력할 때”이며, “이제는 ‘일시적’이라는 단어 사용을 중단하고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연준은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11~12월에 한해 채권 매입을 통해 시중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 완화의 규모를 월 1200억 달러에서 매달 1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
또 테이퍼링 속도 가속에 대해 “지난 번 FOMC 이후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고 있고 매우 강한 고용시장과 강한 소비데이터를 보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매우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으며 다음 회의에서 이를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FOMC 이후 발표된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변동성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자 테이퍼링 시기를 앞당길 것을 시사한 것이다. 오미크론은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하면서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FOMC가 열리는 14~15일이면 새로 출현한 오미크론 변이의 경제 위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월 의장은 예상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는 점도표(금리전망표)와 경제전망도 업데이트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2주 후 열리는 FOMC에는 점도표(금리전망표)와 경제전망도 업데이트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테이퍼링 가속에 무게를 두되, 각종 지표와 데이터, 시장 상황을 더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오미크론 불확실성에 휩싸인 뉴욕 증시는 1% 넘게 떨어졌다.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유럽에도 직격타를 날렸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문가 예상치였던 4.5%도 뛰어 넘는 4.9%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에 금리인상 압박이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 30일 유럽중앙은행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4.9% 급등해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0월 물가상승률 4.1%보다 높은 오름세다. ECB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2%)의 두 배 이상에 이르는 수준이다.
독일 통계청은 29일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 5.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전날에 발표된 11월 스페인과 벨기에의 소비자물가도 5.6%나 올랐다.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물가 상승 주범이었다. 원유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7.4% 급등했다. 식료품, 서비스, 재화 가격 모두 ECB의 2% 물가 목표를 크게 웃돌았다.
ECB는 심각한 통화정책 긴축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파월 의장처럼 높은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과거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경험했던 터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를 향한 긴축 압박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오미크론의 확산에 따라 봉쇄가 강화될 경우 물가 하락 추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