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가다]환상일까 허상일까?...인간이 만들어낸 비애
[전시회를 가다]환상일까 허상일까?...인간이 만들어낸 비애
  • 정지원 기자
  • 승인 2022.09.1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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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OCI 미술관에서 열려
놀이공원 환상 속 느껴지는 비애...인종차별·남아선호사상·노인문제 등 대두
신선우 작가의 전시회 '환상특급 시즌4: 블루, 볼케이노, 썸머'가 서울 종로구 OCI 미술관에서 한창 열리고 있다.(왼쪽부터)'에피소드X(2022년)'와 '갓쓴남(He is not Human, 2022년)', '첩보 임무(Love truth, and pardon error, 2022년)'와 '수(Water, 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신선우 작가의 전시회 '환상특급 시즌4: 블루, 볼케이노, 썸머'가 서울 종로구 OCI 미술관에서 한창 열리고 있다.(왼쪽부터)'에피소드X(2022년)'와 '컷X(2022년)', '슬라이드(2022년)'와 '슬라이드(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막연하게 '5차원 세계'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은 모두 날아다니고, 첨단 과학으로 둘러싸여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무엇이든 실현되는 그런 삶일까.

지난 13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OCI 미술관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 '환상특급 시즌4: 블루, 볼케이노, 썸머'를 찾아 환상 속 비애를 느껴봤다.

신선우 작가의 '억울한 여성(Son is here, 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신선우 작가의 '#orientalove(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어둠 속 파란색 기둥에 놓인 흰 쪽지다.

신선우 작가는 이 쪽지를 통해 "주인공은 없습니다. 조연과 엑스트라도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전해준다고 안내한다.

쪽지를 들고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아시아 국기들과 말 조형물이 보인다.

작가는 왜 아시아 국가만을 언급한 것일까?

기자는 남아선호사상을 떠올렸다.

넓은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누군가.

그 사람은 강하게 기합을 넣으며 달리고 있는 남성이다.

남성을 상징하는 말이 아시아 국기 위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는 듯한 이 작품은 아직까지 여러 아시아 국가가 벗어나지 못한 남아선호사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작품 이름에 사랑이 있다고 모두 같은 사랑은 아니다.

국기들의 색이 반전돼 있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사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

신선우 작가의 '출발합니다(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신선우 작가의 '출발합니다(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환상특급은 놀이공원에 있는 놀이기구 이름같다.

하지만, 롤러코스터 레일 아래에는 짚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은 흑인들이 기어가고 있다.

그 위에는 백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좋은 옷을 입고 놀이기구를 타며 손을 흔들고 있다.

가운데 원주민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비장한 뒷모습으로 서 있다.

이 남자의 앞에는 자연을 나타내는 돌산과 현대 문명을 나타내는 놀이기구가 함께 나타난다.

혼란을 느낀 것일까?

이 남성은 그 어디에도 갈 수가 없어 갈팡질팡한다.

환상특급은 놀이공원에서의 환상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신선우 작가의 '두 장소, 두 개의 원(Two pages, two dogs, 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신선우 작가의 '두 장소, 두 개의 원(Two pages, two dogs, 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40여년 전 하늘색 달의 축복을 받으며 아기 2명이 태어났다.

이 아기들은 훗날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된 것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힘 없이 축 처져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의 심장은 뛰고 있기는 한 것일까.

여성의 얼굴에 보이는 삼각형은 마치 지금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흰 가운을 입은 이들은 의사가 아니라 어둠의 경로에서 활동하는 이들일지도 모른다.

신선우 작가의 '다음 것(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신선우 작가의 '다음 것(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전통가면을 조각내 벗기고 헤드폰과 인기 캐릭터의 모습을 덧입히자 가면 속 사람은 피와 살이 뜯겨져 나가고 있다.

강압적인 현대 문명의 개발로 삶의 터전을 뺏긴 원주민들은 이 같은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이 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에 맡겨두겠다.

(왼쪽부터 첫째 줄)신선우 작가의 '억울한 여성(Son is here, 2022년)'과 '패턴(Symbol)', '수신 완료(M)'와 '보관(Hide them)', '왁싱(Prepare for the day)' (둘째 줄)'암(Cancer)'과 '순환(Penetration)', '한국인(Ching chang chong)' (셋째 줄)'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라(Fisher of men)'.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왼쪽부터 첫째 줄)신선우 작가의 '억울한 여성(Son is here, 2022년)'과 '패턴(Symbol)', '수신 완료(M)'와 '보관(Hide them)', '왁싱(Prepare for the day)' (둘째 줄)'암(Cancer)'과 '순환(Penetration)', '한국인(Ching chang chong)' (셋째 줄)'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어라(Fisher of men)'.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피라미드 모양의 작품들은 꿈을 나타낸 것처럼 환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질감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작품의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이 다르다.

빨래를 하는 듯한 여성은 아들이 없어서 억울하다.

멍석을 말고 있는 모습은 보관일까 정말 무언가를 숨기고 은폐하려는 것일까.

한국인을 그렸다고 하지만 한국인 유학생을 비난하는 표현을 제목으로 붙인 것, 그리고 어부가 물고기가 아닌 사람을 낚으라고 하는 것 등은 신 작가가 말하고픈 세계에 비일비재하게 숨어 있는 어두운 면일 것이다.

신선우 작가의 '에피소드X(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신선우 작가의 '에피소드X(2022년)'.2022.09.13.(사진=정지원 기자)

오래 전부터 수상도시에서 생활해 온 한 할머니가 웃고 있다.

수상도시에는 아름다운 자연이 존재하는 한편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놀이기구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의미하는 신전과 독수리상은 뒤뚱거리고, 거의 끄트머리에 그려져 있다.

롤러코스터 레일 위를 눈까지 덮은 긴 옷을 입은 채 걷고 있는 여성의 얼굴은 무표정하다.

워터슬라이드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젊은 세대와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 속 도태되는 역사 세대를 나타낸 것은 아닐까?

이 할머니의 웃음은 시대를 해탈했다는 무언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신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 바라봤는가?

오는 28일까지 신 작가만의 환상을 느껴보기 바란다.

한편, 신선우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올해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과 우수창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될 만큼 좋은 작품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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