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5.18 망언,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데스크 시선) 5.18 망언,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 설동성 기자
  • 승인 2023.03.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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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성 정경팀장
설동성 정경팀장

(서울=내외방송)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5.18과 관련된 노래 ‘오월의 노래’의 한 대목입니다. 군인들은 무고한 시민들에게 왜 총을 쐈고, 왜 칼로 찔렀을까요. 그런데 이 과정의 진실을 밝히고 사죄해야 할 최고 지휘관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참고로 그 사람의 손자가, 자기 할아버지는 나라를 지킨 영웅이 아니라 범죄자, 학살자일 뿐이라고 했는데요, 이 부분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최고 지휘관이 사라짐에 따라 명확한 진실 규명은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역사(歷史)의 몫으로 넘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과 40여년 전의 일을 역사로 돌리기에는 너무 근거리에 있습니다. 아직도 현장이 생생한 현재진행형입니다. 단적으로 5.18을 폄훼하는 일들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대표적입니다. 김 최고위원은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의 헌법 수록 반대에 동의한다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전 목사가 "전라도한테 립서비스하려고 한 거다“라고 하자, 김 최고위원은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니냐"고 응답했습니다.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을 치를 때 내놓은 공약입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18 기념식에 참석해 "5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5.18 정신의 헌법 수록 공약이 립서비스였단 말인가요? 김재원 최고위원은 처음에는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가, 파장이 계속되자 한발 더 나아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사과의 진정성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권은 이 발언의 폭발성을 의식한 듯, 불을 끄느라 부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5·18 정신 헌법 수록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당직자들은 연일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 5.18 정신은 지켜져야 한다”며, 징계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진화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권 인사들의 5.18 관련 망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보수 성향의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은 최근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의 망언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깊이 깔린 왜곡된 역사 인식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이 투쟁으로 쌓아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전복하려는 역사 쿠데타“라고 맹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5.18 정신을 헌법에 담겠다던 약속이 립서비스였느냐”고 물었습니다.

5.18 정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보편적 인권, 자유, 폭압적 권력 행사에 대한 저항도 포함될 것입니다. 저항권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기 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항권의 개념을 정립한 17세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에 따르면, 부당한 정치권력에 대한 무력 저항은 사회구성원들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무고한 시민들이 다른 나라도 아닌 같은 나라의 군인들로부터 총과 칼로 죽거나 다칠 때, 당연히 저항권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5.18 당시 시민들은 자위권 차원에서 시민군을 만들어 저항했던게 아닐까요. 국민들의 눈과 귀가 막혀서 소식이 오가지 못할 때, 사방이 꽉 막힌 절해(絶海)의 고도(孤島) 광주에서, 저항이 막바지에 이른 시민군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절망감을 안은 채 눈을 감았을까요? 아니면 그래도 자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일말의 희망감을 간직한 채 마지막을 견뎌냈을까요. 5.18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에는 저항하던 시민군의 최후가 그려집니다. 현장 군 지휘관이 폭도는 총을 버리라고 하자, 시민군은 이렇게 외칩니다. “우리는 폭도가 아니야..”     

과거에도 보수진영에서 5.18을 폄훼하는 망언들이 나왔고, 그때마다 나라 전체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매번 결과는 흐지부지였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상황이 재연될까요. 그냥 넘어가면 그만일까요. 치고 빠지기 전략인가요?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5.18 망언을 들어야 할까요. 

5.18 망언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식자층입니다. 그것도 오피니언 리더들입니다. 이들도 역사 인식은 있을 겁니다. 보수진영이든 진보진영이든 기본적으로 인간애, 인권에 대한 생각은 같지 않을까요? 보수진영이라고 다를까요? 민주당의 주장대로 현재의 여권에 깊이 깔린 왜곡된 역사 인식일까요? 그러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고차원적인 철학이 아니더라도, 부디 합리적이고, 보편적이고, 상식적이고,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5.18에 접근해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월의 노래’ 한 대목을 다시 인용하겠습니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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