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홀로 남겨진 싱가포르 아줌마, 문화 장벽을 부수다
한국에 홀로 남겨진 싱가포르 아줌마, 문화 장벽을 부수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1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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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싱가포르 합작 영화 '아줌마'
한국-싱가포르 합작영화 '아줌마'. (사진=싸이더스)
한국-싱가포르 합작영화 '아줌마'. (사진=싸이더스)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29일 개봉하는 허슈밍 감독의 영화 <아줌마>(Ajoomma, 2022)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와 합작한 영화로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작품이다. 영화 <아줌마>는 한국의 중년 여성을 칭하는 일반 명사를 타이틀로 하고 있지만 사실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남편과 사별한 중년의 싱가포르 여성 림메이화(후이팡 홍 분)는 아들과 함께 살고 있지만 늘 외롭다. 그 외로움을 채워주는 것은 유일한 가족인 아들이 아닌 한류 드라마다. 정확히는 어릴 적 납치로 인해 엄마와 헤어진 ‘여진구’가 기억을 더듬어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림메이화는 드라마를 보면서 자주 눈물을 흘리곤 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들은 미국으로 취업 면접을 보러 떠나면서 새해 첫날 아들과 함께 떠나기로 한 한국 여행은 취소된다. 하지만 겁 많고 의기소침한 림메이화는 각성한 듯 뒤늦게 한국 여행에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싱가포르판 <어바웃 슈미트(ABOUT SCHMIDT)>라고 불리는 영화 <아줌마>는 미망인이 된 주부가 한국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면서 자신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어로 ‘아줌마’나 ‘아저씨’가 긍정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원빈의 <아저씨>를 떠올리면 굳이 편견에 사로잡힐 이유는 없다. 

'아줌마'는 한국에 홀로 남겨진 싱가포르 '아줌마'의 이야기를 담는다. (사진=싸이더스)
'아줌마'는 한국에 홀로 남겨진 싱가포르 '아줌마'의 이야기를 담는다. (사진=싸이더스)

감독은 아줌마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이 영화를 통해 긍정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시사회장에서 밝히기도 했다. 또 영화 <아줌마>는 감독 허슈밍이 7년 동안 준비한 자전적인 데뷔 영화로 극 중의 커밍아웃은 실제로 감독이 엄마에게 하는 고백과 같다. 

영화 <아줌마>는 2022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이미 개봉했고 호응도 좋았다. 영화는 대만과 태국 등에서도 개봉했고, 국내에서는 2022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초연된 데 이어 올해 11월에 드디어 개봉한 것이다. 

이 영화는 몇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 한국과 싱가포르가 처음으로 합작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 영화는 싱가포르영화위원회와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싱가포르와 한국이 공동 제작한 최초의 영화다. 

이 영화에서 권우(강형석 분)의 장모 역을 맡은 이윤희 배우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첫 합작 영화에 배우로 참여해 영광이었고, 이러한 국제 공동프로젝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배우 '여진구'를 만나는  림메이화(후이팡 홍 분). (사진=싸이더스)
배우 '여진구'를 만나는 림메이화(후이팡 홍 분). (사진=싸이더스)

둘째, 이 영화는 가족 영화지만, 동성애를 우회적으로 담고 있다. 아들은 동성애자이고 홀어머니를 두고 애인과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감독이 시사회에 밝혔듯이 주인공 엄마는 감독의 엄마가 모델이다. 이는 곧 자신의 커밍아웃을 영화화한 것을 의미한다. 

셋째, 이 영화는 한류 드라마가 소재다. 림메이화가 떠난 한국 여행은 한류 드라마 촬영지 답사를 소재로 한 여행으로 한류 스타 여진구도 깜짝 등장한다. 이는 한류가 싱가포르를 포함해 아시아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다. 

마지막으로 문화적·언어적 장벽을 영화적 문법과 배우의 연기 등으로 잘 버무린 영화다. 주인공 후이팡홍과 정동환 배우는 오랜 연기 생활에서 묻어난 자연스러움이 영화의 깊이를 한껏 올려 준 일등 공신들이다. 둘은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영화 안에서 하나가 된다. 최근 주목받는 강형석의 연기도 자연스럽고 사랑스럽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얼마나 사랑받을지는 전적으로 관객의 선택에 달린 문제지만, 문화의 장벽을 허무려는 새로운 시도에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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