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음식이 만날 때] ‘마음의 온기’ 느끼게 하는 팥죽 한 그릇
[마음과 음식이 만날 때] ‘마음의 온기’ 느끼게 하는 팥죽 한 그릇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3.12.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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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사진=pixabay)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12월, 점점 한 해를 마무리할 준비를 할 때입니다. 집집마다 김장이 시작되고 점점 두꺼운 옷을 꺼내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올해는 11월 초까지 더운 날씨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발을 동동 구른 적도 있었죠. 이래저래 계절은 겨울로 가고 날은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겨울이 온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죠. 바로 짧아진 낮입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침 햇살에 눈을 떴는데 이제는 일어날 시간에도 바깥이 어두컴컴합니다. 분명 일어나야할 시간인데 밖은 아직 어둡고 날은 춥고 하니 이불 밖을 나가기가 싫어집니다. 말 그대로 ‘이불 밖은 위험해’가 된 것이죠. 겨울 추위를 뚫고 오늘도 일터로 나가시는 여러분들의 하루하루를 늘 응원합니다.

겨울 이맘때 부쩍 생각이 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팥죽입니다. 아마도 동짓날 먹던 기억 때문이겠죠. 팥죽에 조랭이떡이나 수제비 같은 것을 넣어 먹으면 그 맛은 한층 더 좋았고 사이사이 먹는 동치미 국물은 입맛을 더 돋우었습니다. 그렇게 한 그릇 먹으면 배가 든든해지지요. 겨울을 나는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팥죽은 ‘액을 막기 위해’ 먹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짓날에는 팥죽을 문에 바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귀신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죠. 팥죽의 색깔이 바로 액운을 일으키는 귀신이 싫어하는 색이라고 합니다. 지나간 해의 액을 떨쳐내고 새해에 다가올 액을 미리 막자는 뜻에서 먹었던 구수한 팥죽은 미리 느끼는 새해의 맛이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팥칼국수’라고 해서 팥죽에 칼국수를 넣어 먹는 음식도 나왔습니다. 팥칼국수를 먹는 이들은 두 파로 나뉜다고 하네요. 소금파와 설탕파. 무엇을 넣어야 더 맛있는지는 취향의 차이기에 여기서 판가름할 순 없겠지만... 사실 드시는 분의 입에 맞는 음식 맛이 정답이 아닐까 싶네요.

그러고보니 팥죽은 성경에도 나옵니다. 바로 에서가 ‘팥죽 한 그릇’에 동생 야곱에게 ‘장자권’을 팔아넘기는 그 사건 말입니다. 배고픔이 얼마나 컸기에 그 귀한 권리를 동생에게 선뜻 주었을까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어리석은 결과를 일으키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에서를 비난하기에는 우리 역시 욕망으로 인해 너무나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겨울이 다가오지만 마음만은 늘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문득 이 시간, 따뜻한 팥죽으로 마음의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겨울이 춥다고 하지만 우리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다면 얼마든지 겨울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온기가 사그라들지 않는 겨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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