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생 2막,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네"
[인터뷰] "인생 2막,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03.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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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니어의 행복' 꿈꾸는 시니어 밴드 '엔젤큐'
시니어 밴드 '엔젤큐'. (사진=임동현 기자)
시니어 밴드 '엔젤큐' 연습 장면.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지하 공간에는 밴드의 연주와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이들은 다름아닌 시니어 여성들, 70대와 60대, 50대 여성들이 한데 어울려 연주와 노래를 하는 이들의 이름은 무대에서 '큐'사인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노래하는 천사들 '엔젤큐'다.

엔젤큐의 시작은 2019년 동선동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시작이었다. 주민자치위원으로 재능기부에 나선 권영현 단장이 직장인밴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여기에 주민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밴드 결성이 시작됐다.

"5명 정도로 팀을 만들어서 연습을 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드리고 싶었는데 하시는 일들이 있고 여성분들은 살림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두신 분들이 계셨어요. 다행히 남아주신 분들이 계셔서 이분들과 함께 하기로 했고 기왕이면 우리가 곡을 직접 만들고 불러서 다른 밴드들과 차별화를 하기로 했죠. 한때 코로나 때문에 6개월 정도 연습을 못한 적도 있는데 그 시간에 조금 더 꿈을 꾸고 멋지게 해보자는 생각을 더 가지게 됐죠. 정말 열정있는 분들만 모여서 지금의 엔젤큐가 됐습니다".

음악이 구원이 되고, 활력이 되고, 삶의 희망이 되다

엔젤큐의 구성원은 7명. 드러머 송재숙(73), 기타리스트 유현복(70), 피아니스트 이지민(68) 김숙자(63) 김영숙(63), 베이시스트 안혜연(55), 싱어 송남경(53)이 그들이다. 이 중 송재숙, 유현복, 이지민, 안혜연씨는 엔젤큐의 원년 멤버다.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멤버들이 엔젤큐에서 활동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몸이 아프거나 급한 일 등으로 인해 공연을 하지 못하는 멤버의 역할을 대체하기 위한 멤버들이다.

특히 드러머인 송재숙씨는 엔젤큐에 들어오기 전까지 한 번도 드럼을 쳐본 적이 없는 '초짜'였다. "엄청 (드럼을) 잘 치세요.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치시는 분이야"라는 권영현 단장의 칭찬에 송씨는 "잘 치진 못하고 그냥 합주하면서 맞추는 정도에요"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원래 노래부르는 걸 좋아하고 연극하는 걸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색소폰을 배우고 싶었는데 어깨에 걸기엔 너무 무겁고 호흡도 길어야해서 자신이 없었죠. 그 때 선생님이 드럼을 배워보겠느냐라고 제안을 하셨어요. 마침 드러머가 필요하다고 하시면서요. 제가 따로 하는 일이 없어서(웃음) 꾸준히 연습을 했죠. 물론 지적도 많이 받았고요.  어떤 날은 연습을 했는데도 지적을 받으니까 빈정상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웃음) 꾸준히 하니까 차츰 실력이 늘어나더라고요. 그 과정을 거쳤죠".

사실 송재숙씨에게 '드럼'은 잃어가던 삶의 희망을 찾아준 '구원의 도구'였다. 남편과 사별한 후 우울증에 빠졌던 그는 드럼을 배우고 밴드 활동을 하면서 우울증을 이겨냈다. "음악만 들으면 날아갈 것 같아요. 음악이 절 치유해준거죠. 몸만 안 아프다면 100세까지 하고 싶어요". 송씨의 희망이다.

최근에 엔젤큐에 합류한 베이시스트 송경옥(64)씨는 18년간 뇌출혈로 장애를 겪고 있는 남편을 간호하고 있다. 그럼에도 송씨가 밝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음악이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옆에 환자가 있어도 밝아져요. 음악이 돌파구가 되고 활력을 주니까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죠.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지고 더 젊어지는 느낌이에요. 물론 힘든 것도 있지만 즐거움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게 음악의 힘이죠. 제가 말을 하지 않으면 남편이 아프다는 것도, 근 20년간 간호했다는 걸 다 모르실 정도에요(웃음)". 

싱어를 맡고 있는 송남경씨는 연신 '부족함과 미안함'을 이야기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많이 부족해요. 언니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어요. 제가 집에서 10개월 된 손녀를 보고 있다보니 집에서 소리를 지르기가 어렵거든요. 연습량이 부족해 미안한 마음뿐이죠". 하지만 막상 연습을 시작하니 웬걸,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음악의 흥을 돋운다.

이 부분에서 엔젤큐의 음악을 들어보자. 엔젤큐의 '주저주저주춤주춤'.

"힘들어도 해보자. 아, 되네, 되잖아"

사실 이들도 여전히 힘든 부분이 있다. 손가락이 아파 기타를 치기 어려운 상황이 오기도 하고 고령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밴드의 하나의 변수가 되고 있다. 마음처럼 연주가 되지 않을 때 느끼는 실망감과 좌절은 밴드 활동의 지속 여부를 고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불만족'이 바로 이들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남들이 (기타를) 치는 정도만 하다가 밴드에 들어오면 실력을 보여줘야하는데 맘대로 되질 않았어요. 멘붕이 많이 오죠. 실력은 안 늘고 자신감은 없어지고 몸이 많이 아파서 한동안 활동을 쉰 적도 있어요. 그만둘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연주자가 제 앞에서 연주를 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는데'라는 희망을 갖게 되요. 그게 제겐 엔돌핀이죠. 새로운 시작이고 마지막 기회이니 잘 참고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유현복).

"손가락도 아프고 힘도 드니까 (연주를) 못한다는 생각만 들고 내가 힘드니까 자꾸 불만이 생기는 거에요. 근데 여기서 그만두자니 그동안 연주했던, 배웠던 시간이 아깝더라구요. 나이는 들었지만 뭔가 해보자는 마음으로 여기에 온 건데 그 기회를 잘 살려야죠. 그래도 배웠으니까 여기까지 왔고 선생님도 잘 참아주셔서 신뢰가 생겼죠. 이왕 시작했는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생각하고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이지민).

"무겁죠. 힘든 건 사실이에요. 저 혼자라면 즐기면서 할 수 있는데 팀이다보니 즐길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고요. 결국은 자기가 컨트롤을 잘해야해요. 여러가지 유혹들이 몰려올텐데 잘 뿌리칠 수 있는, 자신만의 컨트롤이 중요하다고 봐요. 마음잡고 연습 잘하면 지금처럼 잘 갈 수 있을 것이고 안 그러면 불협화음이 나겠죠.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봐요"(안혜연).

"'힘들어도 해보자, 우리도 할 수 있다'. 하니까 되잖아요. '아, 되네. 되잖아'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다 되요. 이분들 모두 성격들이 좋으시고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에 잘 참고 이겨내셨죠. 나도 할 수 있다. '아, 되네, 되잖아'. 정말 열심히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는데 우리들 이름이 나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아, 되네, 되잖아'를 느낄 수 있게 영향력을 미쳐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권영현 단장)

'엔젤큐'를 이끄는 '천사'들. (사진=임동현 기자)
'엔젤큐'를 이끄는 '천사'들. (사진=임동현 기자)

모든 시니어들의 '재미있는 2막 인생'을 위해

엔젤큐는 동선동 주민 행사는 물론 복지관, 요양센터 등을 찾아 지속적으로 공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4~5월경 앨범 발매를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다. '노래가 좋아', '2막 인생', '주저주저주춤주춤' 등이 앨범에 실릴 곡이다. 

특히 '2막 인생'은 드러머 송재숙씨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라고 한다. 가수가 꿈이었지만 자식들 결혼시키고 남편을 떠나보낸 사람이 음악을 통해 '이제부터 내 인생 2막이 시작되는거야'라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북구를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 시니어 밴드로 나아가려는 엔젤큐. "우리나라에도 시니어 밴드가 있다는 것을 알아만 줘도 감사하다"는 멤버들의 말에 권영현 단장은 더 큰 목표를 이야기했다. 바로 '모든 시니어들의 행복한 2막 인생'이 그것이었다. 그 엔젤큐의 영향력이 대한민국 시니어들의 행복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전해본다.

"우리만 즐기는 걸로 끝내고 싶지 않아요. 우리 엔젤큐를 보고 많은 분들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우리도 밴드를 만들어보자'해서 시니어 밴드들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서 전국의 시니어들이 재미있게 2막 인생을 열면서 모두 행복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네' 그게 엔젤큐의 목표입니다.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시고 박수를 주신다면 아마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도 설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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