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정 칼럼] 캥거루족
[김서정 칼럼] 캥거루족
  • 김서정 박사
  • 승인 2024.10.18 11: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캥거루(사진=픽사베이)
캥거루(사진=픽사베이)

캥거루족이란 대학을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와 같이 살거나 용돈을 받고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부모라는 단단한 방어막 속으로 숨어버린다는 뜻으로 ‘자라족’이 있고, 일본에서는 1990년대에 문제가 됐던 20∼30대의 캥거루족의 상당수가 35~44세 연령대의 중년이 돼서도 부모에 의존하는 중년 캥거루족이 있다. 이들을 ‘기생(寄生:parasite) 독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캥거루족 현상은 청년 실업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 상황이 반영(反映)돼 있다고 봐야 한다.

캥거루는 태어날 때부터 허약하고 성숙하지 못한 미숙(未熟)한 새끼를 낳는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주머니 속에 아기 캥거루를 넣고 다니면서 젖도 먹이고 다른 동물로부터 보호한다. 이처럼 캥거루족이란 부모의 지원 속에 있는 청년들을 뜻한다.

최근에는 맞벌이 부부가 출산을 앞두고 자녀 양육을 이유로 부모와 동거하는 새로운 캥거루족도 늘고 있다고 한다.

서로 용어는 다르지만 미국, 일본, 중국, 영국 등도 우리나라와 같은 캥거루족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트위스터(twixter)라고 하는데 이는 중간에 낀 세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니트족(NEET)이라고 하는데, 이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머리글자를 따서 표현한 것으로 ‘일할 의지도 없고, 그래서 교육이나 훈련을 원하지 않고 무위도식(無爲徒食, 하는 일 없이 먹기만 함)하는 청년 무직자’를 뜻한다.

지난 2011년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3포(三抛) 세대’라는 말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주택’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면 5포 세대, 여기에 ‘희망’과 ‘꿈’까지 포함시키면 7포 세대가 된다. 

이러한 표현들은 현대 자본주의 시대의 초경쟁 상황에서 청년들이 버티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이 더 위험하게 된다는 뜻이다.

캥거루족 문제는 총체적, 구조적 문제이므로 단순히 개인에게 맡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다행이지만 동시에 캥거루족 당사자들의 태도 변화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장 중심 교육이 되지 못하는 공교육 및 사교육 개혁에서 해결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교육개혁이야말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캥거루족의 태도 변화와 캥거루족 생산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즉, 무엇보다 캥거루족이 많아지는 것은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닌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가장 많이 접촉하는 것이 부모이므로 가정에서 부모의 사고방식 변화를 통해 캥거루족의 생각과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일련의 무위도식하는 청년 캥거루족의 생각과 태도 변화를 위해서는 첫째, 20세에 도달하면 언제까지 부모 집에 거주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용돈과 부모와의 동거 시기를 협의하고, 언제 독립할 것인지를 스스로 다짐하고 약속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먹여주고 입혀주는 생활이 당연한 것으로 습관화 돼 있는데, 여기서 벗어나려면 20살 정도 됐을 때 부모 의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러한 처방은 아르바이트 등 사회에 적응하는 기회를 스스로 갖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둘째, 결혼한 자녀에 대한 간섭이나 지나친 지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기 인생은 자신이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부모 집에 방문하는 것도 미리 약속을 하고 방문하도록 함으로써 서로 독립된 인격체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도 좋은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자주 방문하더라도 미리 연락하도록 하는 것이 독립심을 키우는데 좋고, 부모와의 지나친 애착에서 벗어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정서적 유지는 자주 하도록 한다. 독립적 인격체로서 대화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사교적인 사람이 소외된 사람보다 사회생활 적응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끝으로, 경제지원 문제로 인해 캥거루족 자녀가 반항하고 가족과의 사귐에 등을 돌리겠다고 한다면 분명하고 단호한 부모의 입장을 밝혀 캥거루족 발생을 예방하고, 캥거루족이 자립하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과 사회적 여건 준비가 절실하며 오히려 최저 임금을 받으면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는 탈 물질주의와 성스런 품성의 심리적 접근도 필요하다. 

대부분 저임금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라면 과소비적 과잉욕망과 잉여소비에서 즐거움을 찾거나 소비수준에서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마음은 진정한 것이 아니므로 공허하기에 항상 자아실현의 모색이 필요하다.

 

김서정 박사(사진=김서정 박사)
김서정 박사(사진=김서정 박사)

● 김서정 박사
- 시인
- 상담심리학 박사
- 『작은 영웅의 리더십』 저자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