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블라인드 글, 무책임한 자유에 흔들리다
직장인 블라인드 글, 무책임한 자유에 흔들리다
  • 진호경 기자
  • 승인 2021.03.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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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본사와 팀블라인드 두 곳 영장발부, 전격 압수수색
LH 대국민 조롱글 작성자... 경찰 추적 어디까지 가능?
▲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LH직원의 조롱글(사진=블라인드 앱 캡쳐)
▲ 블라인드 앱에 올라온 LH직원의 조롱글(사진=블라인드 앱 캡쳐)

 

(내외방송=진호경 기자) LH 투기 사태가 터졌을 때 LH 직원이 올린 익명의 글은 국민들의 분노를 치솟게 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 꼬우면 너희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는 등의 국민들을 향한 비꼬는 말투의 글을 쓴 직원을 찾아내 처벌하라는 공론이 일자 LH는 지난 14일 글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모욕,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한편 지난 1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LH직원의 조롱글에 대해 “제가 보기에도 온당치 않은 행태”라며 “모든 방법을 동원한 조사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18일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소속 수사관 10명은 LH 진주본사와 블라인드 앱 운영사인 ‘팀블라인드’ 두 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경찰은 팀블라인드 건물 정보를 잘못 알고 찾아가는 바람에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가 뒤늦은 오후 6시에 팀블라인드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이미 직원들은 퇴근한 후였다. 경찰은 19일 다시 팀블라인드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계획이다.

경찰 일선에서는 정 총리가 지시한 블라인드 조롱글 작성자에 대한 수사 자체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라인드는 가입자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가입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앱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한다 해도 작성자를 찾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조롱글의 대상이 일반 국민이다 보니 명예훼손의 당사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이 접수됐기 때문에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며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고 범죄가 성립되는 지 여부는 수사 진행을 지켜보며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철저한 익명을 보장하는 블라인드 앱의 글 작성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블라인드 앱은 회원들의 데이터를 비공개로 처리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인증 시 쓰는 이메일을 암호화해서 계정과 이메일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다. 앱을 만든 팀블라인드 측도 글 작성자를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팀블라인드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협조를 하고 싶지만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고 고충을 전했다.

지금으로써 가능한 것은 팀블라인드 차원에서 조롱글 작성자가 LH 직원인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외부에서 이메일 주소를 보는 것은 간단한 기술적인 문제라고 한다. 블라인드 앱 회원 가입 시 회사 이메일을 통해 인증코드를 요청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를 근거로 경찰은 LH 본사와 팀블라인드 한국지사 내 서버와 전산기록 등을 일일이 대조하는 방식으로 조롱글 작성자를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방법이 조롱글 작성자를 정확하게 찾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블라인드 앱 가입자를 추려내고 그들의 스마트폰을 포렌식해도 가입자들이 앱을 삭제해 버리거나 휴대폰을 초기화하게 되면 데이터 추출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블라인드 앱에 가입한 국내 직장인은 320만 명 정도다. 이번 사태 때문에 직장인들은 ‘더 이상 직장 내 문제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쓸 수 없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일각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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