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蠱毒)하면서도 고독(孤獨)한 플레이어들...게임 통해 작가 최종 선발
고독(蠱毒)하면서도 고독(孤獨)한 플레이어들...게임 통해 작가 최종 선발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2.01.0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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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하나의 게임으로...개인의 주관과 게임의 법칙에 따르게 돼
눈이 즐거운 게 아니라 내적 충족이 더욱 깊어지는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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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들이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은 게임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 자신들의 협업에 대한 열정어린 영상을 만들어 관객과 소통했다. (사진=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고독한 플레이어'는 5인의 협력 큐레이터가 아티스트를 선발하는 방식과 과정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다. 

웅장하고 화려하고 큰 전시를 생각하지 말고 의미를 찾아가는 전시회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번 전시회는 서울 서교동에 있는 대안공간 루프에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열리고 있다. 

내외방송에서는 5일 대안공간 루프를 직접 찾았다. 작가들이 어떤 실험을 했고, 어떻게 작가를 선택해 함께 작품을 만들게 됐는지 궁금점을 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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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들이 모여 게임의 법칙을 정하고 이에 따라 작가를 도출해내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사진=이지선 기자)

염인화 큐레이터와 권희수 작가팀, 오주영 큐레이터와 민트박팀, 장진택 큐레이터와 정성진 작가팀, 이선미 큐레이터와 망무, 민구홍 매뉴팩처링팀, 조현대 큐레이터와 인세인박, 현다혜팀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선미 큐레이터와 망무, 민구홍 매뉴팩처링 작가 조의 작품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쉽게 눈에 띄어서가 아니라 가장 의미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망무 작가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작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늘어나는 배달문화에 따른 결과 즉 그것으로 비롯된 환경문제에 대해 집어냈다. 

과열된 배달로 인한 안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연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다음부터는 화면으로 만나본 큐레이터와 작가에 대한 소개다. 영상 위주의 전시여서 이색적인 느낌을 받았다. 

염인화 큐레이터와 권희수 작가의 콜래보는 3D 디지털 기술로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화면들과 함께 그것들이 어떠한 자전적이고도 페미니즘적인 종교관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큰 슬라이드 화면을 통해서 실제 사람처럼 나체를 표현한 작품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염 큐레이터를 화면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는데, 그는 권희수 작가가 역사적, 사회적 소수자들의 경험 특히 여성의 신체 이미지들을 가상 현실 기술로서 표현하고 확장하는 방식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제시한 유토피아적 디지털 시공간으로서의 레이무숨을 소수자들의 현실과 어떻게 재매개하는지 전시 관람을 통해 찾아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윤제원 총괄기획자를 통한 게임 알고리즘에 따라 권희수 작가와 매칭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오주영 큐레이터는 이번 고독한 플레이어 전시를 통해 민트박 작가를 소개하게 됐다. 민트박 작가는 네덜란드 기반으로, 사운드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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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무 작가의 작품.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작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늘어나는 배달문화에 따른 결과 즉 그것으로 비롯된 환경문제에 대해 집어냈다. (사진=이지선 기자)

오 큐레이터는 무엇보다도 자기만의 세계를 다양하고 여러 가지 기술들과 자신의 내러티브로 활용하는 장면들이 자신이 봤을 때 매우 독창적이었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고독한 어떤 작업을 지속한다고 생각하게 돼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법칙'에 따라 큐레이터들은 자신과 만나게 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감탄했고 또 이를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역할을 했다. 

장진택 큐레이터는 게임의 과정에 따라 정성진 조각가(작가)와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 특히 정 작가의 '미래를 겨냥한 유대의 신호탄'이라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장 큐레이터는 정 작가를 게임 혹은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효과들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게 됐지만 그것과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 조금 더 무거운 물성의 조각들을 제작하는 작가이고, 그러한 부분들이 '임무'와 '세대'라고 하는 동시대성을 반영하는 키워드와 잘 맞닿는 작가라고 생각했다고 표현했다.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듯 캐릭터 등을 단순 구현한 것 같지만 작가는 그만의 무거운 세계관을 갖고 현시대를 반영하고 평가하고 있었다. 그를 추천하고 있는 큐레이터와의 협업과도 같은 일을 펼친 것이고, 협업한 큐레이터 만큼은 작가의 작품을 120%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콜래보작업의 묘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줬다.

이번 기획은 전시를 하나의 게임으로 상정한다는 난해한 이야기를 접했다. 참여자들은 플레이어 즉 큐레이터들로 게임에 참여해 전시를 구현해 나가게 된다. 리서치 과정에서는 개인의 주관이 어느 정도 개입되지만 전시구성 과정에선 게임의 법칙에 따르게 돼 주관보단 주어진 알고리즘에 따르게 된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놀이의 과정을 통해 전시가 구현되고 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구현할 수 있다. 마치 게임이 같은 RPG라 해도 콘셉트와 목적에 따라 MORPG, MMORPG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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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등장할 법한 주인공을 나타낸 정성진 작가의 '미래를 겨냥한 유대의 신호탄' 작품. 단순히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게 아니라 그만의 무거운 신념을 담아 작업했고 그 신념이 플레이어(큐레이터)와 목표가 맞아 떨어졌다. (사진=이지선 기자)

작가 선정 방식은 독특했다. 플레이어 즉 큐레이터들이 각자 원하는 키워드를 선정해 5인의 플레이어들이 중복되게 선정한 키워드들을 추출하고 추출된 키워드를 기반으로 작가를 리서치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리서치 한 작가 중에 플레이어들이 중복되게 리서치 한 작가는 제외하고,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리서치 한 작가들의 선호도에 따라 순서를 정했다. 타 플레이어들이 리서치 한 작가들의 선호도에 따라 순서를 정하고 자신이 정한 최초 순번과 최후 순번이 타 플레이어와 중복될 경우 해당 작가는 제외한다. 

게임의 법칙은 복잡하고 난해했다. 전시회의 주제인 '고독은 홀로남아 고독하다'라는 뜻이 아니라 '항아리에 독이 있는 작은 동물들을 함께 넣어두면 자연스레 서로 싸우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한 마리에 모든 독기가 응축된다'는 고대 주술이다. 

전시는 고독(蠱毒)의 방법으로 정말 홀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고독(孤獨)한 플레이어를 발굴하고자 했다.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을 게임의 알고리즘으로 디자인해 피할 수 없는 경쟁을 놀이의 방식으로 치환했다. 

눈이 즐겁기 위해 전시회를 찾는 게 아니라 내면의 무언가를 더 중시하는 관람객이라면 흥미로울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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