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를 메우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인간관계에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를 메우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 정옥희 기자
  • 승인 2022.02.0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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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의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JILL BY JILLSTUART)’가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를 가방 라인의 전속모델로 발탁했다.
LF의 영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JILL BY JILLSTUART)’가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ROZY)’를 가방 라인의 전속모델로 발탁했다.

(내외방송=정옥희 기자) 미디어의 발달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최근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새로운 디지털 인간으로 탄생하게 된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가 대세 중 대세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기존 캐릭터 산업과 달리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을 합쳐 만든 가상의 인물 중 온라인상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을 의미한다.

‘버추얼 휴먼’, ‘가상인간’, ‘메타인간’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다. 현실세계처럼 ‘메타버스’ 속에서 새로운 인간체가 등장한 것이다. 온라인 매체 버추얼휴먼즈에 게시된 전 세계의 가상인물은 100명이 넘는다. 이들은 1998년에 한국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시초격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버 가수 ‘아담’과 비교하면 완성도, 상품성, 인기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MZ세대의 큰 관심을 받는 데다 사생활 논란의 위험이 없어 인기 광고모델로 떠오르는 추세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인스타그램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인스타그램

광고 한 편으로 국내 대표가 된 ‘로지’

지난해 여름 한 여성이 신한라이프 광고모델로 데뷔하며 실제 인간과 비슷한 표정과 몸짓으로 춤을 춰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가 만든 국내 최초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로지’(Rozy)이며, M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으로 본명은 오로지, 나이는 영원한 22살, 키는 171cm, 몸무게는 52kg, 혈액형 O형, MBTI는 ENFP(재기발랄한 활동가), 관심사는 세계여행, 요가, 러닝, 패션, 에코 라이프 등이다. 올해 1월 기준 11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로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보통 사람처럼 활동하다가 2020년 12월에 자신이 가상인간임을 밝힌 후 ‘신한라이프’ 라는 신생보험회사의 모델로 뽑힌 것이다. 이 광고의 출연으로 그녀가 가상인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SNS 공간에서는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던 많은 남성을 비롯해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폭발적으로 급증했고, 그녀가 출연한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20여일만에 1000만을 넘길 정도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로지는 신한라이프 외에도 반얀트리 호텔, 쉐보레, 구찌×삼성전자, 마틴골프 등 다양한 분야의 광고에 출연하며 지난해에만 광고비로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가 실제 연예인 대신 각종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로지는 톱스타 못지않은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GS리테일도 로지와 2022년도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로지는 GS25가 올해에 펼칠 메인 캠페인 ‘언제나, 어디서나, 오로지 GS25’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릴 미켈라(Lil Miquela), 슈두(Shudu)(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왼쪽부터 릴 미켈라(Lil Miquela), 슈두(Shudu)(사진=인스타그램 캡처)

한 해 광고모델로 130억 벌어들인 ‘릴 미켈라’

버추얼 인플루언서 출현은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로지가 있다면 미국에는 릴 미켈라(LilMiquela)가 있다. 릴 미켈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미국 스타트업 브러드(Brud)가 만들었는데,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수, 유튜버,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19세 브라질계 미국인 소녀로 얼굴에 살짝 주근깨가 있고 짙은 눈썹, 처피뱅(눈썹이 보이게 앞머리를 더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을 했는데,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300만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녀는 2016년에 데뷔해서 무려 13개의 싱글 앨범을 발매했다. 노래는 물론 댄스에도 능하고 패션 잡지인 ‘보그’의 표지 모델로 기용되기도 했으며, 샤넬, 프라다, 캘빈클라인, 버버리, 루이뷔통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모델로 기용돼 2020년에만 13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미국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미국 내 광고 모델로 출연해 화제가 됐고, 2018년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이 선정한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 공주 형상화한 바비인형 ‘슈두’

유럽에서는 가상 패션모델이 등장했다. 2017년 4월 영국 패션사진작가 카메룬 제임스 윌슨이 3D 이미지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낸 가상 모델인 ‘슈두’(Shudu)는 완벽한 몸매와 짙은 피부색, 강렬한 눈빛 등으로 인기를 얻어 SNS 인스타그램에서 22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두고 있다. 월슨은 “많은 모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독특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다”며, “가상 모델은 런웨이를 걸어다닐 수는 없지만, 쇼핑하거나 고객을 응대하는 데 디지털 대변인이 될 수 있다”며 가상 모델을 통해 패션·광고업계가 원하는 그대로의 이미지를 구축, 새로운 차원의 광고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2018년 8월 3차원(3D) 이미지 기술로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디지털 슈퍼모델인 슈두가 인터넷상에서 상당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인스타그램·스냅챗의 필터와 사진편집 프로그램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동시에 일반 사람들이 ‘좋아요’를 얻으려고 그림의 한 부분이 되고 디지털 아바타로 표현되는 시기에 슈두가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슈두는 최근 ‘오버 더 리밋’(Over the Limit)이라는 콘셉트로 한국의 로지와 콜라보레이션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이마(Imma), 김래아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왼쪽부터 이마(Imma), 김래아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이케아·포르쉐 모델로 7억 번 ‘이마’

일본에는 2019년 스타트업 AWW가 만든 버추얼 인플루언서 ‘이마’(Imma)도 일본에서 뜨거운 존재가 됐고 곧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가구회사 이케아는 일본 동경의 하라주쿠 매장을 런칭하면서 이마를 모델로 등장시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광고 속 이마는 하라주쿠에 있는 이케아 매장에서 3일 동안 먹고 자며 요가하고 청소하는 등 일상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실제로 하라주쿠 매장에서는 이 영상을 대형 화면에 틀었다.

이마는 포르쉐, SK-II 등 기업 모델로 발탁돼 화제가 됐다. 그는 일본 아마존 패션쇼 홍보 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마는 분홍색 단발머리 소녀로 2019년 일본 패션지 표지 모델로 데뷔했다. 2020년 한 해 가구 브랜드 광고 수입 등으로 7억원의 수익을 기록했으며 현재 SNS를 통해 사진과 영상 등을 공유하며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35만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마를 만든 AWW는 시드 투자도 100만 달러(11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김래아’ 곧 가수 데뷔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많지만, 국내에서는 로지의 인기가 단연 독보적이다. 이러한 인기를 반영하듯 로지의 뒤를 잇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도 등장했는데 LG전자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모션 캡처 작업과 딥러닝 기술, 자연어 학습 등을 통해 목소리를 입히고 움직임을 구현한 ‘김래아’를 공개했다. 이름 ‘래아’(來兒)는 ‘미래에서 온 아이’라는 뜻으로 CES 2021에서 최신 기술을 적용한 LG전자의 상품을 영어로 소개했다.

그녀는 서울에서 사는 23세 여성으로, 음악을 만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싱어송라이터 겸 DJ로 활동하고 있다. LG전자는 6일 ‘CES 2022’에서 김래아의 연내 첫 데뷔 앨범 출시 계획을 밝혔다. 특히 가수 윤종신 등이 속한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미스틱스토리와 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LG 월드 프리미어 영상에서는 댄스곡에 맞춰 춤을 추는 김래아의 뮤직비디오 일부도 공개됐다. LG전자는 현재 김래아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운영하고 있는데 1월 초 기준 팔로워는 약 1만 4천명이다.

롯데홈쇼핑은 VR, AR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가상모델 루시.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롯데홈쇼핑은 VR, AR 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가상모델 루시.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접수

김래아 이외에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버추얼 인플루언서와 함께 활동하는 걸그룹이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데뷔시킨 에스파는 현실세계의 멤버와 가상세계 ‘ae에스파’가 공존하는 콘셉트로, 현실세계에서 활동하는 4명의 멤버와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4명의 자아가 있다. 자이언트스텝은 SM의 ‘에스파’의 가상캐릭터를 제작하기도 했는데, 4명의 가상인간 멤버를 만들고, 관련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자이언트스텝 외에도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 디오비 스튜디오, 펄스나인 등이 가상인간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펄스나인의 딥리얼 AI 기술로 탄생한 가상 걸그룹 ‘이터니티’(Eternity)의 멤버 다인(DAIN)이 지난해 8월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펄스나인 유튜브 채널과 원더케이 채널을 통해 솔로 데뷔 앨범 ‘노필터’(No Filter)의 뮤직비디오도 공개됐다. 가상인물의 시선처리, 얼굴각도, 입모양 등에 변화를 줄 수 있어 실제 사람과 흡사하다. 다인의 타이틀곡 노필터는 AI 음악 생성기술 콘텐츠 제작사 엔터아츠의 프로듀서 NUVO와 AI작곡가 에이미 문이 제작했다.

가상현실(VR) 게임에서 활약하는 가상인간도 등장했다. 자이언트스텝은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와 함께 제작한 가상인간 ‘한유아’를 지난 2020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한유아는 스마일게이트의 VR 게임 ‘포커스온유’의 주인공으로 자이언트스텝의 기술이 적용되면서 더욱 더 사실적인 외모를 갖게 됐다. 한유아는 게임뿐만 아니라 1월 패션잡지 ‘Y매거진’ 화보 모델로 데뷔한 데 이어 2월 말에는 정식 음원을 발매해 가수로 데뷔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에서도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러브콜

이 외에도 롯데 홈쇼핑이 자체 개발한 가상모델 ‘루시(Lucy)’, 국내 스타트업 디오비스튜디오가 만든 가상 유튜버 ‘루이(Rui)’ 등이 있다. 지난해 가상모델에서 쇼호스트로 데뷔한 루시는 SNS 팔로워 7만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로 외식·주얼리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며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TV홈쇼핑 방송을 통해 루시의 목소리를 최초로 공개했고, 올해에는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기반으로 사람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가상모델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 공식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도 활동중인 버추얼 인플루언서 루이는 지난해 CJ온스타일과 더엣지 브랜드의 콜래보레이션 이벤트를 진행했다. 더엣지의 데님재킷과 데님 팬츠를 입고 가수 이무진의 신곡 신호등을 열창했다.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를 통해 일반인에 처음 공개된 이후 그동안 50여개의 곡 커버와 댄스 챌린지 등 70여개 영상을 공개했다. 루이는 댄스부터 발라드, 랩, 춤까지 못 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으로 MZ세대가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20년 전 ‘아담’과는 다른 버추얼 인플루언서

우리나라에서 가상인간의 개념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지금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의 사례와 전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아담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1집 타이틀곡 ‘세상엔 없는 사람’으로 데뷔했다. 당시로는 가상인간이라는 SF영화 같은 개념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었으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한계로 결국 사라졌다. 이때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20년 전과 다르게 지금의 기술은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했고, 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는 거부감이 없다. 2016년 최초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3D 애니메이션 기술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의 로지와 일본의 이마가 등장하면서부터 모든 근육을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작업을 거치면서 피부의 솜털까지 표현하는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적용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인간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첨단 3D 모델링 기술에 스스로 예측과 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기술이 접목되고, 음성표현 기술들이 더해지고 있다. 여기에 버추얼 인플루언서에게 세세한 직업, 나이, 성격, 취미까지 부여해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디테일한 설정까지 결합되면서 점점 더 정교화되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더 크게 무너지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SNS로 팬들과 실시간 소통을 하기도 한다. 사진이나 영상을 봤을 때, 실제 인간과 별다른 차이점도 없다. 춤을 추거나 웃는 얼굴은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다.

발망의 ‘버추얼 아미’(가상 군대)로 불리는 3명의 가상 모델 마고와 슈두 그리고 지.(사진=발망)
발망의 ‘버추얼 아미’(가상 군대)로 불리는 3명의 가상 모델 마고와 슈두 그리고 지.(사진=발망 제공)

‘스쳐가는 유행’ 아닌 ‘지속가능한 열풍’

가상인간 신드롬이 나타난 핵심 배경엔 ‘기술력’이 있다. SNS를 통해 나타난 가상인간 로지는 스스로가 가상인간임을 드러내기 전까지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했다. 실제 그녀가 출연한 광고 영상 아래에는 “처음 보는 신인 모델이라 생각했는데, 기사를 보고서야 가상인 줄 알았다”는 댓글이 가장 큰 공감을 받았다. 오히려 가상인간임을 밝히자 MZ세대는 현실의 인간과 같은 로지에게 더 열광하며 단숨에 인스타그램을 달구었다. 그녀가 출연한 광고의 유튜브 조회수는 어마어마하게 증가했고. 하루에도 수십개의 광고 제의가 쏟아진다고 한다.

실제 사람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은 스타들을 능가하는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과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SNS에서 TV광고까지 활동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는 로지는 A급 스타들 자리를 잇달아 꿰차며 대세스타로 떠올랐다. 이처럼 가상 모델이 광고주 사이에서 인기있는 이유는 현존 인물 대비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타겟층으로 삼은 세대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모델을 직접 창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여기에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수백개의 얼굴을 조합해 하나의 얼굴로 합성했기 때문에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얼굴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이들이 결코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문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당분간 가상인간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따라서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활동하는 영역이 현실세계뿐만 아니라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로 확장된다면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가치와 효용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연예인의 활동영역을 대체하는 이유

초창기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주로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사진과 SNS상의 동영상 대화나 립싱크가 필요 없는 모델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가수, 뉴스 진행자, 쇼호스트처럼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실세계의 인플루언서는 개인 SNS에서 팔로워를 맺은 기반으로 제품 홍보와 판매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영향력이 강한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제품을 공동으로 출시하거나 모델로 기용하며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해왔지만,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광고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 홍보 효과만큼이나 스캔들로 휘말려 모델의 부정적 이미지가 브랜드에 전가될 수 있고, 인기 연예인의 과거 학교폭력, 음주운전, 사생활 논란, 뒷광고 논란은 사회문제로도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없는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를 보완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기업 마케팅을 목적으로 생성된 가상의 디지털 인물로, 현실 인플루언서보다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모델 컨디션과 시공간의 제약 등 현실세계의 연예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 코로나19 방역으로 광고 촬영현장에는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고, 인기 연예인일수록 스케줄을 맞추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들은 물리적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기업이 원하는 시간대와 장소에서 자유롭게 마케팅 표현이 가능하고, 인격체처럼 행동하지만 브랜드에 피해가 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사진=펄스나인 제공)
(사진=펄스나인 제공)

기업들 인플루언서 마케팅 지출비용 확대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9년 기업들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80억 달러(약 9조원)로, 2022년에는 2배에 가까운 150억 달러(약 17조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2017년 20억 달러(약 2조 2413억원)에서 2020년 100억 달러(약 11조 1570억원) 규모로 커졌다는 글로벌 마케팅 리포트도 내놓은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 중 점점 더 큰 비중이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집행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경제적 비용이 낮아진다는 점도 기업이 버추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다. 효성에프엠에스의 ‘가상 인플루언서란? 기업들이 주목하는 가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기준으로 팔로워가 300만이 넘는 현실 인플루언서의 홍보 게시물당 평균가격은 미국에서 약 25만 달러지만 동일한 팔로워를 보유한 릴 미켈라의 경우 9천 달러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허브는 2021년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규모는 138억 달러로, 2016년에 17억 달러에서 5년만에 8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가상인간 열풍 어떻게 받아들여 하나?

그러나 가상인간 열풍은 생산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대박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자와 경쟁해야 하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더 멋진 가상인간의 출현이 예상되기 때문에 약재일 수밖에 없다. 가상인간 릴 미켈라와 로지의 등장으로 엄청난 수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모여들고 광고모델 등으로 활동하면서 벌어들인 수익도 어마어마하다.

문제는 가상인간들이 뜨거운 인기를 등에 업고 인간 고유의 영역 곳곳을 침범해 진짜 인간들이 설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등장하면서 당장 활동하고 있는 가수, 뉴스 진행자, 쇼호스트, 광고모델부터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가상인간은 앞으로 사라지지 않은 채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됐다.

결국 인간의 생활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낸 물질이 결국 인간을 지배하고 마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히게 된 셈이다. 가상인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가상인간과 교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현실 속에서 관계를 맺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는 지적이 단순한 기우는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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