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풍경화
거친 붓 터치와 입체적인 물감 기법이 특징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360도로 쭉 이어진 같은 땅과 하늘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표현 방법은 다를 것이다.
특히 어떤 감정까지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이는 풍경의 색도 달라질 수 있다.
22일 '내외방송'은 서울 강남구 아트뮤제 갤러리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한임수 작가의 'Color of the Day' 전시회를 찾아 감정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풍경의 모습을 살펴봤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두 구역으로 나눠진다.
달이 고요하게 빛나고 있는 밤하늘과 붉은 갯벌을 주제로 한 풍경화가 펼쳐진다.
한 작가의 작품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아트뮤제 큐레이터는 "한 작가님의 작품은 붉은색의 순천만 갯벌의 모습을 중심으로 마치 직접 갯벌이 눈앞에 있는 듯 입체적으로 표현한 질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화 물감에 물을 거의 섞지 않고, 많은 양을 꾸덕꾸덕하게 덧발랐다.
이와 반대되는 푸른 하늘은 거침 없는 굵직굵직한 붓 터치가 눈에 띈다.
짐작건대 한 작가는 이 그림을 그릴 때 고민 없이 탁 트인 마음과 당당함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이번에는 슬프고 우울해보이는 하늘과 검은색이 섞인 붉은색의 갯벌이다.
갯벌 중앙에는 어디론가 이끄는 듯 구불구불한 길이 나 있다.
한 작가는 지나간 길을 기억하고, 새들의 울음소리와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들의 노래를 이 그림으로 표현했다.
지나간 시절의 그리움과 외로움,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큐레이터는 "이 작품은 현재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아다마스'에 협찬할 정도로 인지도가 있다"고 말해줬다.
여름하면 '한여름 밤'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별들과 함께 고요히 빛나고 있는 달이 순천만의 붉은 갯벌을 내리비춘다.
사람 한 명 없는 조용한 순천만에 별과 달만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듯하다.
23일이면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처서'.
방금까지는 여름밤이었다면 이번에는 갈대가 무성한 늦가을 밤의 모습이다.
해가 일찍 저버린 늦가을과 겨울 사이 갈대가 무심하게 바람을 따라 흔들리고 있다.
이때 한 작가는 고민의 방향에 따라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지 않았을까?
큐레이터는 "풍경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며 입을 뗐다.
이어 "한 작가님은 작품에 많은 이야기를 담지 않아서 감상자가 열린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한 작가의 풍경화를 통해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을 오는 9월 4일까지 느껴보기 바란다.
한편, 한임수 작가는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와 전남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한 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 김해와 전남 순천, 서울 등 30회의 개인전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한국미술협회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