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비추는 모습은 또 다른 형태의 그림자
온전한 '나'...밝고 어두운 그림자 함께 존재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어느 평화로운 휴일을 떠올려 보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는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생각난다.
휴일을 꼭 밖에서만 보내라는 법이 있으랴.
조용하게 차 한잔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해보거나 나른한 오후에는 낮잠을 즐기는 것도 좋다.
따사로운 햇빛 아래에서도, 어둑어둑한 달빛 아래에서도 그림자는 언제나 우리를 따라다닌다.
키가 커졌다가도 작아지고, 덩치가 거대해졌다가도 아주 얇아지는 마법을 부린다.
지난 21일 '내외방송'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도스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 '그림자와 짝을 이루는'에 방문해 빛과 그림자가 주는 깨달음을 얻었다.
있는 그대로 내 모습을 보여주는 호수는 마치 거울 같다.
작은 움직임에도 일렁거려 내 얼굴이 잠시 일그러지지만, 분명히 내 모습이다.
조혜은 작가는 '비춰지는 내 모습'에 주목했다.
조 작가는 '내외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에 있는 미러 레이크 호수를 방문했는데, 호수가 위와 아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그림자는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 생기는 것인데, 호수가 비추는 모습은 무언가를 반영하는 또 다른 형태의 그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잔디 끝에 서서 호수를 들여다보면 비춰지는 내 모습에 '나는 어떻게 생겼을까?',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떻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거나 괜스레 얼굴 이곳저곳을 만져본다.
이를 통해 조 작가는 그림자가 '나'를 비춰주는 빛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한 소년이 호수 위를 폴짝 뛰어오르고 있다.
그 아래 호수에는 소년의 그림자가 정확히 비춰진다.
조 작가는 아이들을 소재로 삼아 그림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육아를 하면서 전시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은 원천이기 때문이다.
같은 그림자지만 상반되는 느낌을 준다.
환하게 드러나 뜨겁고 밝은 그림자와 그늘처럼 춥고 어딘가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처럼 말이다.
밝고,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드러내고 싶은 것과 감추고 싶은 것이 있을 것이다.
조 작가는 "이들이 함께 손을 잡고 받아들여져야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했던 그림자는 어둡고, 그늘졌으며 형태가 드러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 조 작가의 작품을 통해 바라본 그림자는 나를 온전히 비춰주면서도 감싸주는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0월 2일까지 조 작가가 남긴 빛과 그림자의 메시지를 느껴보기 바란다.
한편, 조혜은 작가는 2017년 서울대학교에서 미술학 박사를 수료했으며 'Arena-muted(2017년)'와 'Embody(2004-2005년)' 등 개인전을 열었다.
또, 미국 뉴욕과 중국 베이징 등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성신여자대학교와 계원예술조형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