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문화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속될까? 그 '가능성'을 논하다
[특별기획] '문화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속될까? 그 '가능성'을 논하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04.0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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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문화콘텐츠학회연합학술대회 ‘문화도시 출구전략모색’ 지면중계 ②
공주 금산성 금서루. (사진=임동현 기자)
공주 금산성 금서루.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2024 문화콘텐츠학회연합학술대회 ‘문화도시 출구전략모색’이 지난 3월 22일~23일 양일간 충남 공주 아트센터고마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공주문화관광재단과 안동대학교 글로컬사업단, 문화콘텐츠 관련 10개 학회가 주최한 행사로 문화도시와 문화콘텐츠를 주제로 백제의 고도(古都)인 공주를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다.

충남 공주는 백제의 왕도이자 역사문화도시이며 군밤축제, 대백제전, 구석기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또, 공산성, 마곡사, 무령왕릉, 공주한옥마을 등 관광지와 석장리 유적지, 공주제일교회 등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과연 ‘백제의 왕도 공주’를 ‘문화도시 공주, 새로운 문화의 산실 공주’로 발전시킬 전략은 무엇일까? 이날 학술대회를 통해 나온 전략들을 내외방송을 통해 소개한다. 

아울러 내외방송은 이날 대회를 통해 나온 각종 문화 콘텐츠에 대한 의견들을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문화 콘텐츠를 이해하고 힌트를 제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지면중계 ①에 이어)

세상을 투영하라! 공간큐레이팅을 통한 문화도시의 지속가능성과 발전 사례 : 뮤지엄의 문화콘텐츠 경험을 중심으로(최미옥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1세기를 맞으면서 뮤지엄은 과거의 시간을 담은 장소만이 아닌 미래지향적 장소로 거듭날 필요성을 인식, 수집과 보존 외에도 전시를 중심으로 교육과 휴식이라는 '문화 향유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뮤지엄이 가지는 사회·인문학적 연구 기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 담론들이 뮤지엄 전시주제로 제시되면서 집단 지성 및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뮤지엄의 정체성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건축과 공간으로 대변되는 구축 프로그램이다. 동시대 뮤지엄들은 유물(또는 작품)의 수집과 보존을 넘어 도시민의 교육과 힐링 공간, 나아가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홍보의 장 역할도 맡고 있다. 그렇다면 뮤지엄이 그 지역이 가진 역사, 문화, 환경과 어떻게 연결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지역 정체성을 담고, 지역민의 사회적 기억과 공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뮤지엄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세계 3대 자연사뮤지엄인 프랑스 파리 자연사뮤지엄의 '진화대역사관'은 가장 대중적이고 공간 큐레이팅이 탁월한 곳이다. 아트리움 구조의 의 거대한 중정을 가진 공간형태로 설계되었는데 지하층에서부터 4층에까지 각 층별 실제 생태계 서식지의 고도 맥락을 적용해 전시물이 분류되고 배치해 건축공간 자체가 거대한 자연을 담도록 했다. 특히 '생명의 대이동' 전시는 마치 노아의 방주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짝을 이룬 동물들이 줄지어 행진하는 스테이지로 자연 생태계에 대한 경이로움을 절로 갖게 한다.

또 홀로코스트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인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뮤지엄과 추모공원은 도심 한가운데 2,711개의 콘크리트 블록을 나열해 지금까지의 메모리얼 방식을 완전히 파괴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함에 있어 완벽한 감정이입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창의적 공간을 구현했다. 유대인뮤지엄은 건축의 강렬한 조형성과 공간 자체에 스토리를 담도록 한 연출로 인해 그 어떤 역사적 기록물이나 시각물보다 홀로코스트 참상과 참회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표현한다.

그렇다면 문화도시의 허브로서 뮤지엄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물리적 장소를 넘어 지역민의 정신적 존재로서 공존해야한다. 지역 문화거점으로서 뮤지엄이 활용되고 상생되어야하며 그 경험의 감동이 지역민에게는 긍지와 화합의 구심점이 되고 외지의 방문객에게는 지역을 대표하고 소개하고 싶은 장소로 자리매김해야한다.

공주제일교회. (사진=임동현 기자)
공주제일교회. (사진=임동현 기자)

문화도시의 공간과 생태주의적 문화콘텐츠 : 공간적 전환에 착안하여(김연재, 공주대학교)

문화는 역사와 지리의 시공간성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력을 발휘하며 창조적으로 진화한다. 지역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적 의식의 장이 바로 문화공간이다. 문화는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특수한 지리 속에 삶의 총체적 방식과 그 수용력을 통해 축적되고 발전되어왔다.

이러한 특징의 문화도시는 '생태주의적 문화콘텐츠'에서 조명될 수 있다. 생태주의적 문화콘텐츠, 즉 문화생태주의의 관점은 철학적 설계사의 시선에서 문화도시의 공간적 세계 속에 전통적인 문화의 영역, 즉 풍수지리적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을 새삼 열어놓고 있다. 문화생태주의의 저변에는 '공감'의 정서가 깔려있다. 공감은 자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타자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생태주의는 문화의 조정과 통합의 작동방식에서 끊임없이 창조되면서 진화하는, 결코 완결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생명력의 흐름과 같은 것이다.

문화도시의 공간에 접근하는 관점, 즉 문화생태주의는 폐쇄되고 고립된 닫힌 체계도 아니며 또한 완전히 개방적인 열린 체계도 아니다. 이는 일정한 위계적 질서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서로 소통하고 통합하는 일종의 자생적 유기적 질서를 지닌다. 그 속에서 생명현상의 불가역적 세계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생명정신의 가역적 세계를 지향한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체계에서야 비로소 문화생태주의의 시계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결코 완결되거나 완성되지 않는 연속적 과정으로서, 인간사회가 끊임없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세계를 지향한다. 

문화도시는 '역사적 중건'과 '시대적 전환'이 맞물릴 때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활짝 열린다. 문화도시의 공간은 가상적 현실의 프리즘에서 지역공동체로부터 문화공동체로 진화하는 문화생태주의적 차원을 지닌다. 문화생태주의 차원에서 보자면, 역사의 가상은 시대의 현실에 투사될 때 목표지향성 혹은 가치지향성의 구체적인 이정표를 지닌다.

(사진=세종시)
(사진=세종시)

세종시, '한글'로 미래를 꿈꾸다 :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여정과 흔적(이재민, 대전세종연구원)

2020년과 2021년, 세종시는 문화도시 공모 선정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실패했다. 선정되지 못한 이유는 자못 분명하다. 법정 문화도시 추진을 위한 전략이 부족했고, 가장 중요한 주체라 할 수 있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종시가 가진 주요한 자원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여 세종만의 문화도시를 구현하지 못하였는 데다가 '특혜받은 도시'라는 외부적인 시각의 차이, 지역 내 문제의식에 대한 외부에서의 공감이 부족했다.

2023년 12월, 대한민국 문화도시 공모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후 세종시는 '한글'을 콘텐츠로 잡았다. '세종'이라는 지역 이름이 우리나라 제일의 위인인 세종대왕의 묘호에서 연유하기 때문에 세종의 최고 업적인 '한글'을 활용하기에 무관하지 않으며 2014년 한글진흥 조례를 제정했고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한글진흥을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하면서 '시와 시민이 함께 만드는 한글사랑 도시 세종'이라는 비전을 수립했다.

또 시민 인식 확산을 위한 콘텐츠 구현을 위해 관내 많은 공공 건축물은 한글의 디자인적 요소를 활용해 설계되어 한글을 도시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했고, 세종시의 많은 예술인은 한글을 활용하여 시각·공연 예술 등 많은 예술작품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했다. 이 같은 콘텐츠를 통해 시민들은 자연스레 한글을 일상 속에서 받아들이게 되었고, 한글도시 세종이라는 정체성 구현의 단초를 마련하였다.

마지막으로 민간에서는 한글을 활용한 빵, 디저트 등을 개발하여 보급하였으며, 이는 세종시 대표 관광 기념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는 한글을 활용한 폰트, 디자인, 예술 작품 등이 꾸준히 생산되고 있으며, 한글을 활용하는 것에 관해 여러 설문조사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는 답변을 나타내었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 세종시는 한글문화도시로서 도약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으며,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문화도시 비전은 '세계를 잇는 한글문화도시, 세종'이다. 훈민정음을 이루는 '자주·애민·실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이 세 가치를 이을 수 있는 '이음'의 가치를 설정해 한글문화를 통해 충청권을 선도하고, 나아가 세계에서의 한글문화를 창달하기 위한 사업을 구상했다. 세종시의 문화적 정체성 구현을 위해 문화도시 사업이 하나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미래유산 구축을 위한 플랫폼 사례 연구 : '처음책방' 소장 도서를 중심으로(김기태, 세명대학교)

'처음책방'은 초판본, 창간호 수만 본이 모여있다. 초판본, 그 중에서도 초판 1쇄본은 맨 처음 찍어낸 책을 가리키는데 대개 시간에 쫓기거나 과정상의 실수로 인해 오류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이를 염두에 두고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초판본의 진정한 가치는 그 작품의 원형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에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상을 반영한다거나 작가의 자기 작품에 대한 완성도 제고 차원에서 개정 증보가 이루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창간호에는 해당 매체의 정체성과 편집방향, 그리고 지향하는 정보의 특성 등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창간사와 창간 특집을 보면 그 매체가 주안점을 두고 다루고자 하는 분야의 당대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게 마련이다. 대개 정기간행물은 인물과 사건 중심이기 때문에 더욱 당대를 살피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초판본 혹은 창간호를 미래유산으로 삼아 후대에 전승하려면 무엇보다 유형물로서의 그것들을 전시하고 보존할 만한 공간의 마련과 함께 이를 다양한 기술과 접목하여 디지털화함으로써 세대를 초월하여 이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소장본 중 희귀도서로 AR/VR/홀로그램 등 실감형 콘텐츠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문학관 및 독자 체험관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AI 기술(딥페이크 기술 등)을 통해 생전 모습에 기반한 작고 문인을 구현하는 등 실감형 스마트 박물관을 구축함으로써 전 세계 이용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

서울 을지로 인쇄골목 및 삼례문화예술촌을 통해 널리 알려진 인쇄기 및 조판/제본 시설을 바탕으로 인쇄박물관을 구축할 수 있으며, 책박물관과 인쇄박물관을 중심으로 고서점 거리, 북카페, 공연장 등을 통해 상설 낭송회, 작가와의 만남,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상영회, 독서토론회, 책사냥 대회, 시로 만든 노래 경연대회 및 버스킹 등 다채로운 행사, 정기적인 도서전 및 고서 축제 등을 진행한다. 

신기술 등장에 따라 전자책(e-Book) 및 오디오북 등 새로운 매체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지만, 종이책은 여전히 우리 과거와 현재를 담고 있는 유력한 매체다. 특히, 작가와 필진의 노고와 상징성이 물씬 담겨 있는 초판본과 창간호는 길이 보존하여 후대에 물려주어야 할 문화유산임에 틀림없다. 이를 제대로 수집하고 보관하는 시설과 함께 신기술과 연계함으로써 우리 국민이 미래유산으로서의 우리 책의 가치를 향유하고 체험하는 공간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비틀즈 동상. (사진=pixabay)
비틀즈 동상. (사진=pixabay)

문화도시의 지속가능성과 발전모델(이승권, 조선대학교)

비틀즈의 고향으로 알려진 리버풀은 대항해시대의 주역으로 성공한 산업도시였다. 아프리카와 신대륙의 교역 중심지로 성장한 리버풀이었지만 후기산업사회에 들어서자 가난한 철강도시로 전락하였다. 한때는 세계 최강의 타이타닉호가 등록된 항구이자 세계 최대의 노예무역항이었다. 비틀즈의 낭만적 스토리만이 도시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와 같이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리버풀은 2008년 유럽문화수도 지정을 통해서 변화했다. 비틀즈, 리버풀FC, 문화페스티벌, 문화인재 양성을 위한 민관 협력, 앨버트 독(ALBERT DOCK)의 도시재생사업이 문화도시로의 전환에 큰 역할을 하였다. 리버풀은 부족한 문화 인프라를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재화와 서비스에 집중하여 문화도시를 만들었다.

라인강 주변의 도시들도 2010년 유럽문화수도 지정을 통해서 성공적인 문화도시로 전환했다. 루르 지방의 졸페라인 광산은 '라인강의 기적'을 이끈 중심이었다. 쇠락한 공업지구를 생태계 보전이 가능한 도시공원으로 조성하고 미래 자원으로 활용하였다. 100년을 훌쩍 넘긴 건물과 석탄산업의 자취를 그대로 간직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독일 중공업 중심지에서 쇠퇴의 길을 걷게 된 이 지역의 도시들은 경쟁력을 지닌 도시로 재탄생했다.

지속가능 문화도시는 역사문화유산이나 문화적 가치를 시민의 창의성과 연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도시공간이 역사와 문화, 그 정신이 구현된 공간으로 재생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마디로 과거와 단절된 도시공간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도시가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로 전환하고자 한다면 역사와 전통의 공간을 현대적으로 변용할 줄 알아야 한다. 시대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공간의 확보야말로 지속가능 문화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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