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 ‘과열’ 잡을 수 있을까?
부동산 대책, ‘과열’ 잡을 수 있을까?
  • 최준혁 기자
  • 승인 2020.03.0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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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추가대책 발표 가능

(내외방송=최준혁 기자)  

패닉에 빠진 부동산 시장

지난해 12월 16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을 때 부동산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18번째 대책인데, 규제의 강도 면에서 역대급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강력한 규제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담보 전면금지를 시행하고, 시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 해서도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40%에서 20%로 축소하는 규제안을 내놨다. 정부는 주택 보유세를 강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일시적으로 면제해 ‘서둘러 파는 게 좋다’는 신호를 보냈다. 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최고 80%까지 늘리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도 서울 13개구로 확대하는 등 전폭적인 규제를 현실화했다.

고가주택의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시세 13억원)에서 시세 9억원 이상으로 조정함으로써 규제 적용 대상 주택 기준을 한 번에 4억원 가량 낮춘 효과를 얻었다. 서울에 시세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45만 8778가구에 이른다. 서울 전체 아파트의 36.6% 수준이다. 강남구나 서초구는 시세 9억원을 넘는 아파트가 90%에 달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 8014만원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투기 자본을 강력히 규제해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계로 자본이 유입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인데,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내놓은 규제안이 실거주 목적의 주택 마련까지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 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즉,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이 서울에서 집을 구입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투기와의 전쟁’에 나선 정부

부동산 과열을 잡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책이 나온 후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함으로써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추가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부동산을 경기활성화의 수단으로 쓰지 않고 투기규제를 지속하겠다는 견해와도 일맥상통한다. 정부는 주택 공급확대도 차질 없이 병행해 신혼부부와 1인가구 등 서민 주거보호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장기간 장관직을 수행하게 될 것” 이라고 강조하며, 정책 운영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규제정책을 주도해온 김 장관은 앞으로도 실수요 외에 투기 수요에 대한 규제를 일관되게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시도 정부정책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부동산 규제가 서울의 공급 부족을 야기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매물 잠김과 유동자금의 영향”이라고 일축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불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차단하고 규제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공원 조성에 있어 일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며, “용산공원은 녹지 중심 공원으로 만들자는 게 국민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부동산 국민공유제’ 도입을 제안하며, 서울시 부동산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부동산 국민공유제는 부동산 세입으로 부동산 공유기금을 조성한 뒤 이를 이용해 국가가 토지나 건물을 매입해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안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은 출범시부터 현재까지 초지일관하고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탈세 추적 등과 같은 추가규제의 추진속도가 빨라질 것”이며, “실수요자에게 주거공간을 돌려주고 주택정책이 아닌 주거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는 집값 안정과 1인가구, 신혼부부의 주거 지원책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고강도 추가 대책 예고

문 대통령은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잡고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재차 밝히며,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12·16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3년 전보다 집값이 지나치게 많이 뛴 곳에 대해선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언급해 고강도 추가대책을 예고했다. 집값이 많이 뛴 서울 강남 등지에 대해선 대통령 취임 초, 즉 3년 전 수준으로 가격이 낮아질 수 있도록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9억원 이하나 9억∼15억원 등 주택 가격구간별로 대출 규제를 피해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실제로 풍선효과가 확인될 경우 LTV 규제를 강화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주택 가격구간을 더욱 낮추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최근 서울 목동 등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재건축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하는 등 재건축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 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국토부는 또 2월부터는 한국감정원과 함께 직접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명세나 자금조달계획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며, 편법증여 등을 잡아낼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 상당 기간 효과가 있다가도 다시 우회하는 투기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 투기자본의 생리”이고, “지금의 대책 내용이 뭔가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끊임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언제든 추가대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가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이 바르다고 본다”며, “앞선 대책에서 고가·다주택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했고, 주택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사실상 보유세를 인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2·16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해 최대 0.8% 포인트까지 종부세율을 높인 바 있는데, 이와 같은 보유세 강화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엇갈리는 전망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단기효과는 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불확실하거나 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대책 발표 이후 30주 넘게 이상과열을 보였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끊어졌고, 투기성 매수와 매도 거래도 자취를 감췄다. 서울 시내 주요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는 급매물을 알리는 안내문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 억제정책을 보면 핵심은 대출 제한과 보유세 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문제는 현재 강남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세력은 굳이 대출이 필요 없는 부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보유세 부담도 견딜 수 있는 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어떻게든 강남에 집 한 채 마련해보고 싶어 대출을 원하는 중산층의 경우, 정부 정책으로 인 해 그마저도 기회를 부자들에게 박탈당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부동산에 자본이 몰리는 건 세계적인 현상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시중에 자금을 풀지만, 갈 곳 없는 돈은 주로 부동산으로 몰리고, 자산 가격에 거품이 생기는 것이 현재 과열의 근본원인이다. 지난 12개월 실적 기준, 미국 S&P500 주가지수 PER은 25배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투자수익률이 4%(=1/25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시대가 열리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사실, 국내 집값 폭등은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 올 4월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건설사들은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매매가 대세 흐름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서 비적용지역으로,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에서 9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로 급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현재 전세가가 강세를 띠고 있는 9~15억원 이상 아파트가 급락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다만, 9억원 이하 아파트는 규제에서 벗어나 집값 상승의 여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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