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작가, 진정한 순수로 소통하고자 한 뱅크시 내면을 보다
얼굴 없는 작가, 진정한 순수로 소통하고자 한 뱅크시 내면을 보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1.09.0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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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 작품에 목말라 하던 사람들을 위한 특별 대형 전시...진한 감동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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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Flying Copper'와 화염병 대신 꽃을 들고 있는 'Banksy Thrower'. (사진=쇼 온 컴퍼니)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벽화 아티스트, 미술가로 시작해서 조각 등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영역을 넓혀간 작가 뱅크시는 시대 풍자적인 특유의 작품들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얼굴 없는 화가’, ‘거리의 아트 테러리스트’라 불리며 자신의 작품을 조용히 하나 둘 좋아하기 시작했던 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함께 묵묵히 즐기기도 하는 이 시대의 진정 뜨거운 감자로 급 떠올랐다.

아무도 모르게 그림만 그려놓고 사라지면 그 자리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명당이 된다. 절대 자신을 밝히기는 바라지 않아 조용히, 익명으로 활동하는 신비주의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뱅크시의 예술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화제다.

이는 바로 더서울라이티움 제1전시장에서 지난 8월 2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열리고 있는 ‘아트 오브 뱅크시(Thw Art Of Bansy : Without Limit) 월드 투어 인 서울(World Tour in Seoul)’이다.

‘아트 오브 뱅크시’ 월드 투어는 이미 2016년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암스테르담, 멜버른, 유럽과 호주 등을 거쳤고, 서울에서는 12번째 투어를 하고 있다. 뱅크시의 작품은 여러 형태로 국내에서 전시된 적이 있지만 이번의 경우는 보다 큰 규모로 공식적인 뱅크시의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형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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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명 조끼를 만드는 실로 제작한 'Welcome Mat'.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에서는 지난달 31일 '아트 오브 뱅크시'를 찾아 생생한 현장 체험을 전달하기 위해 순간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가 멋있어 그의 인기는 날로 더해가는 지 모르겠다.

현존하는 화가 중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가장 많은 뱅크시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기네스 팰트로, 리키 마틴 등 해외 스타들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이소라, 배정남, 드렁큰 타이거 등의 스타들의 팬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뱅크시는 디즈멀랜드 프로젝트로도 유명하다. 실제 디즈니랜드처럼 그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 사람들이 놀러와 즐길 수 있도록 했던 바 있다.

‘디즈니랜드’를 풍자하기 위해 뱅크시가 실제 설치 미술 등을 통해 만든 ‘디즈멀랜드’ 즉 우울한 놀이공원을 컨셉으로 전시된 이번 무대에서는 디즈멀랜드에서 사용됐던 오리지널 지폐, 소품, 대형 설치미술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뱅크시의 주된 기법은 종이에 그림을 그려 오려낸 후 스프레이로 뿌리는 스텐실이다.

디즈멀랜드는 이번 전시에서 원작을 비롯, 디지털 맵핑, 대형 설치물, 오리지널 소품들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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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여왕의 얼굴을 원숭이로 표현한 'Monkey Queen'.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가장 먼저 눈에 띈 작품 ‘Flying Copper’는 날개를 달고 있는 경찰관의 모습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무겁고 딱딱하기 짝이 없는 경찰이라는 존재가 귀여운 날개를 달고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던 발상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Banksy Thrower’는 마치 화염병을 손에 쥐고 던지려는 모습인데 손에는 살짝 화염병이 아닌 꽃이 들려 있다. 이렇게 발상 자체가 특이한 뱅크시의 작품은 더 없는 감동을 주거나 순수함과 마냥 좋은 것들을 바탕으로 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움찔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쥐’는 뱅크시의 상징적 캐릭터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쥐도 새도 모르게’ 빠르게 움직이고, 번식 속도도 왕성한 동물이 바로 쥐다. 여러 작품에서 쥐가 등장하는데 ‘Gangsta Rat’이나 ‘Rat Babe’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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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은 내려놨다. 소년에게 히어로는 바로 간호사, 의료진이다. 코로나 시대에 딱 맞는 작품이다. 제목은 'Game Changer'.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Game Changer’가 발길을 사로잡았는데 소년이 간호사의 모습을 한 히어로 인형을 들고 있는 장면을 나타냈다. 소년의 옆쪽에는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이 팽개쳐져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의료진들이 스파이더맨이고 배트맨의 역할을 한다.

‘Di-Faced Tenner’는 영국에서 실제 발행돼 사용되고 있는 화폐와 같은 종이에 영국 여왕 대신 다이애나 공주의 얼굴을 새겨 넣은 지폐다. 뱅크시는 2004년에 예술의 일환으로 100만 파운드 어치의 가짜 화폐를 발행해 Notting Hill Canival(노팅힐 카니발) 등에서 이 화폐를 뿌렸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이 화폐를 사용하며 먹고 즐겼다.

‘Consumer Jesus’도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데 의미를 알면 더욱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있고 그가 들고 있는 쇼핑백의 무게로 그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 이것은 종교행사 이면에 숨겨진 상업적 의미에 대한 비판이다.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어찌하여 자본주의 정신이 가장 성스러운 구역에까지 침범할 수 있었을까”라고.

‘Parachuting Rat’은 영상 작품으로 뱅크시 인스타그램에 그가 직접 올려놓은 것이다. 본인으로 추정되는 청소부로 위장한 신원 미상의 예술가가 등장, 스텐실 기법으로 쥐들을 그려넣는다. ‘Sale Ends Today’도 의미를 알면 더욱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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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le Ends Today'. 자신의 작품이 유명해진 것이 예술계나 과대광고 등이라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그렸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망토를 쓴 여인들이 ‘Sale Ends Today(오늘 세일 종료)’라고 쓰여진 표지에 대고 기도를 하고 있다. 이는 뱅크시가 본인의 작품과 명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점을 드러내 주는 작품이고, 그의 작품이 유명해진 계기가 된 예술계와 과대광고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알려지고 싶지 않아 얼굴마저 가렸지만 세상을 풍자하고 한 번씩 메시지를 던지면 사람들은 감동을 받거나 움찔한다. 그의 작품이 광고화 즉 상업화 되는 자체를 반대했기 보다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이고 세상적인 것들에 뱅크시의 순수한 의도를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몸짓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Welcome Mat’은 구명조끼에서 나온 실로 만든 작품이다. 세계에 영향을 미친 난민 및 이주민 사태에 대한 고발과 비판을 담고 있으며, 환영 메시지와 함께 병치돼 아이러니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육류 섭취에 대한 강한 비판을 드러낸 ‘Meat Truck’, 런던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뒤편에 그려져 있는 스텐실 작품 ‘Les Miserable’, 군주제와 영국 정부에 의문을 제기하며 영국 여왕의 모습을 원숭이 얼굴로 표현한 ‘Monkey Queen’, 아이를 통한 순수함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갈망 등을 표현한 ‘Girl and Balloon’ 등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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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volved Parliament'. 영국 하원의원들을 침팬지로 그린 작품으로 지금까지 뱅크시 작품 중 가장 값비싸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뱅크시가 영국 하원에서 토론 중인 정치인들을 침팬지들로 대체해 작품으로 그려낸 유화 작품인 ‘Devolved Parliament’는 현재까지 뱅크시의 작품 중 가장 값비싼 작품이기도 하다.

드러내지 않았지만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을 뱅크시. 그렇지만 그의 순수한 의도는 들어주지 않고 상업화의 산물로만 취급하는 이 시대에 그러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의미하는 작품도 조용히 만들어내는 그의 의지. 감춰지기에는 너무도 다재다능한 예술성을 지닌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거대한 작품들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기염을 토해냈다.

스토리가 있어 더 보고 싶은, 지루하지 않은 전시회였고, 숙연하게 만드는 의미를 담은 작품들엔 많은 공감이 되면서 나만의 마음이라는 사진첩 속에 조용히 담아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기 어려운, 감질 맛나기 그지없는, 다소 어두운 이미지였던 뱅크시 작품이 이렇게나 때론 유쾌하고 멋지고, 순수하고, 열린 소통이 되는 것이었다는 것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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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트인 공간에서 뱅크시의 예술세계를 엿본다는 건 정말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란 생각을 더욱 갖게 됐다. 마음의 양식이 필요하다면 '아트 오브 뱅크시'를 단연 추천한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탁 트인 공간에서 속이 후련해지고 내 감정과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과 함께 여름의 끝자락에서 마음의 양식이 고파 방황하고 있다면 더욱,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면 당장 ‘아트 오브 뱅크시’를 추천한다.

‘아트 오브 뱅크시’를 개최한 쇼온 컴퍼니 관계자는 “사람들은 뱅크시를 단순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보는데 조각, 설치미술, 행위 예술 등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면서 “많은 관람객들이 뱅크시를 보통의 아티스트로만 알고 있다가 다양한 것들을 만드는 아티스트라는 것을 이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된다. 뱅크시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벽에 그린 벽화를 가져오긴 힘드니까 환경을 재연해낸 경우가 많다. 행위 예술가, 조각가, 다양한 예술 분야에 영향을 끼치는 인물인 뱅크시가 각 작품들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그것에 집중하면서 전시회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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