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한번 느껴봐...360도 설치미술의 극치를 보여준 '비욘더로드'
너도 한번 느껴봐...360도 설치미술의 극치를 보여준 '비욘더로드'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1.09.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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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한 듯 멋스러운 공간...예술적 시각으로 보면 조금 다르다
시작과 끝, 섹션에 대한 순서가 없는 공간, 출구를 못 찾으면 계속 빙빙 돌게되는 특이한 전시회
버려진 도시, 세상이 끝난 후의 도시에 남겨진 느낌...방탈출 카페 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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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미. 여기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것들로만 가득할 것 같았던 전시회.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시작과 끝이 따로 없는 하나의 세계 안에서 탈출 욕구마저 생기지만 점점 음악에 취해 그 분위기에 적응하게 되는, 감탄하게 되는 전시회가 있으니 지난 7월 23일부터 오는 11월 28일까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다. 

색다른 시공간, 그 곳에 초대 받은 우리, 대체 전시를 통해 무얼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체험형 전시 정도는 많이 존재하지만 오감을 자극해 조금 더 심도있게 몰입하게 만드는 이러한 전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런던 사치(Saatchi) 갤러리 프리미엄 후 아시아 최초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제임스 라벨(UNKLE)이라는 뮤지션의 음악을 배경으로 해 음악, 비주얼 아트 등으로 꾸며 360도 설치 예술의 극치를 보여줬다. 

전시의 전반적 분위기는 어둡고 컬러풀하다. 음산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보통의 전시회는 순서대로 관람을 하지만 이번 전시는 순서도 시작과 끝도 없다. 어느 방에 먼저 들어갔다 나오든 어떤 안내도 돼있지 않다. 미로와 같고 계속 돌고 도는 형태로 원하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정해진 동선 형태의 전시회와 달리 자유롭게 사람들을 풀어놓은 듯한 전시 분위기에 사뭇 놀라움도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장미꽃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있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참으로 아름다운 전시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음악이 심상치 않았다. 음악은 어둡고 강렬하게 내리치는 듯 했다. 

전체적으로 드라이아이스가 깔려있는 상황이었는데 특히 눈에 띈 잉크가 물에 퍼져나가는 듯한 작품과 함께 잘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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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줬던 버스정류장과 공중전화부스. 실제로 보면 더욱 영화 세트장처럼 영화의 한 장면일 것만 같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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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게 정지돼 있는 것만 같았던 버스정류장. 가장 인기 포토존이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낙서로 가득한 버스정류장과 공중전화박스. 시끄럽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까지 한 음악과 함께 그곳은 버려진 도시의 한 부분 같기도 했고, 세상이 끝나버린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뒤집어보면 다이나믹한 리듬, 빠른 비트의 음악과 낙서로 가득한 거리는 젊음, 생동감, 살아있는 거리라 느껴볼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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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형 거울 안에 각종 향수들로 꽉 채워진 방.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큰 삼각형 속에 향수병이 종류대로 진열돼 있는 방이 눈길을 끌었다. 빨간색 방이었다. 기자는 빨간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열과 해맑을 정도로 밝고 맑은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색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빨간색 방이 섬뜩하게만 다가올 수 있지만 예술적인 시각으로 보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음악이 대체적으로 무거웠는데 지지직 거리는 티비와 벽에 끝없이 쓰여진 UNKLE 음악의 가사와 한국 아티스트를 통해서도 표현된 글씨들, 몽환적인 분위기에 압도 당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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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테이블과 그림, 피아노가 있던 방.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텅빈 방에 큰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촛대와 화려한 감성의 예술적인 의자들이 놓여져 있다. 그러나 너무 어둡고 주변에 그려진 그림들은 드라큘라의 성 안에 갇힌 기분이 들 정도였다. 피아노가 놓여져 있고, 피아노 연주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 스태프가 함께 있어줘서 무서움을 달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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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난로가 거울로 돼있다.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녹색 방은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빈 의자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벽난로에는 거울이 자리하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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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공간 교회. 제목은 '안식처'(Sanctuary)이지만 음침한 기분도 들었고, 웅장함에 매료되기도 했다. 교회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면 계속 빙빙 돌게 된다. 출구를 못 찾으면 스태프에게 물어보도록.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마지막 공간은 교회다. 교회를 모티브로 했다. 음침했지만 가장 멋졌던 공간이다. 오르간 음악이 나올 때는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교회를 모티브로 했지만 왜 무서울까 한참을 생각해봤다. 교회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면 마치 방탈출 카페를 체험하는 듯하게 빙빙 돌게 된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이 시대를 사는 한 사람으로서의 시각으로는 예수가 말했던 대로 어디를 가도 머리 둘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를 가도 안정감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불안정하게 살아가는 오늘날의 시대를 되돌아보게 됐다. 맨 끝의 교회는 제목이 '안식처'였으나 안식처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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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 스트리닝 룸. 중간에 영상을 보는 장소가 있었다. 모두 삼삼오오 앉아 쉬면서 영상을 봤다. 이곳이 진정한 안식처 같았다. '더 로드', '로스트 하이웨이', '로마' 등의 세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교회는 성행하고 신을 찾지만 예수는 배척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느꼈을 머리 둘 곳이 없다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나올 수 있었다. 

당찰 정도로 새롭게 시도된 이번 전시회는 아예 다른 세상, 외국 내지는 세상이 끝나고 난 후 남겨진 세계를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들었다 놨다 했던 이번 전시회를 찾아간다면 두려움보다 진심으로 전시회가 전하고자 하는 각자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가벼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찾길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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