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김준호 기자) 사랑하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의 순간이 온다면 그때 반려인의 심정은 어떨까. 흔한 표현으로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과 슬픔을 겪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의 충격으로 반려인 중에는 또 다시 반려동물과 이별하게 될까 봐 입양을 주저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히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수많은 시간과 정을 함께 나눈 또 다른 가족이었으므로 똑같은 고통을 다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반려동물이 죽은 후 연인과의 이별이나 가족의 죽음 등과 같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그만큼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잘 극복하는 것도 반려인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 된 셈이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체계적인 차별화된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21그램 권신구 대표를 만나 반려동물의 장례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우리나라 반려문화의 명암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에 이르고, 2027년에 반려동물 산업의 규모가 6조원으로 성장한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15년 정도임을 감안하고 보호자가 평생동안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고 가정한다면, 최소 3~4번의 반려동물의 이별을 경험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국내 반려동물의 장례율은 20% 남짓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머지 80%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입니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땅에 묻어주거나, 동물병원을 통해 의료 폐기물로 보내지거나, 반려동물 사체가 생활폐기물로 분류되어 있다는 이유로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경우입니다.
많은 보호자들이 묻어주는 행위도 반려동물을 위한 좋은 장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어 있어서 땅에 묻어주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입니다. 결국 반려동물과의 이별하는 방법 중에 보호자와 반려동물을 위로하면서도 합법적인 장례 방법은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방법뿐입니다. 최근 젊은 보호자들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필요성과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지만, 아직 갈 갈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남다를 것 같은데요?
반려동물의 죽음은 어린 자식의 죽음과 비슷한 심리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반려인의 입장에서는 공감할 수 없는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죽음과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이라 보호자는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힘든 상황의 고통과 슬픔을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숨기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의 죽음이 이른바‘인정받지 못하는 슬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적인 편견을 없애고, 반려동물 장례 문화를 변화시켜야만 국내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21그램의 모든 구성원들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동기에 대해
21그램을 창업하기 전에는 건축설계를 했습니다. 일의 특성상 건축설계는 다른 사람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일이 대부분인데, 다른 사람의 꿈이 아닌 나의 꿈을 실현시켜보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반려동물 장례식장 설계를 의뢰받고,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국내 반려동물 장례식장과 산업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열악한 장례식장과 산업의 모습을 알게 되었고, 반려동물 장례산업과 문화를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21그램을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21그램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그런 것이 있다면요?
21그램은 영혼의 무게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사람의 모습은 다르지만 영혼의 무게는 같고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장례에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보호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보호자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다면 좋은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공감을 통한 위로’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반려동물 장례업체 중 21그램만의 차별화된 사업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크게 3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반려동물 장례공간과 장례지도사의 전문성, 기업 철학입니다. 건축가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장례를 위한 차별화된 장례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독립적으로 구성된 대기공간과 개별 추모실 공간은 가족단위의 장례식장 방문객을 고려해서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좋은 공간만으로는 보호자를 위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장례지도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보통 3시간 내외로 진행되는 장례예식이지만 보호자에게는 평생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장례 지도사는 실수가 없어야 하며 보호자의 심리상태에 공감하며 차질 없이 장례를 진행해야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장례 지도사를 양성하고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단단한 기업철학이 필요합니다. 21그램은 지난 7년간 국내 반려동물 장례산업과 문화의 혁신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이런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헬프센터에서의 교육과 광주 장례식장 등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많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서 21그램의 장례서비스에 대한 중요한 가치가 ‘공감을 통한 위로’라고 말씀드렸는데, 충분한 위로는 단순히 좋은 장례서비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이별하기 전에 미리 보호자가 알아야 할 것들을 챙겨서 당황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장례 이후에도 지속적인 보호자 케어를 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회복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21그램은 단순히 장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별의 준비, 장례서비스, 치유와 회복이라는 3가지를 좋은 장례서비스라고 정의하고 구체적인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21그램 기초수습키트 판매와 헬프센터에서의 원데이클래스는 미리 아이와의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되고 있어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열악한 국내 반려동물 장례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약관리시스템을 구축해서 전국의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사단법인 한국동물장례협회와 함께 e동물장례정보포털을 구축해서 반려동물 장례정보뿐만 아니라 가까운 장례식장의 위치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거나 출시될 서비스가 있다면요?
앞으로 도심에 21그램 케어센터(가칭)라는 공간을 통해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과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반려동물의 건강한 삶을 위한 건강검진 프로그램과 데이케어를 제공하고 미용과 스파 공간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며, 다양한 보호자 교육을 통해 단순한 오프라인 공간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보호자를 중심으로 지역 커뮤니티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소신이 있다면?
반려동물 산업에서 장례 산업이 차지하는 의미는 매우 크고 중요하지만, 아쉽게도 지역사회에서는 혐오시설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의 사체를 무분별하게 땅에 묻는 행위는 전염병이나 혐오 문제로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하면서 유기동물의 증가와 개물림 등 비반려인과 반려인의 갈등도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21그램은 좋은 장례식장으로 혐오시설에 대한 편견을 해결하고 좋은 장례문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국내 반려동물 장례산업과 문화를 혁신해서 국내 반려동물 산업을 리드하는 21그램이 되겠습니다.
고객들의 반응과 서비스 확대 추진사항에 대해
21그램의 좋은 장례서비스를 전국의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실제로 21그램의 장례서비스 후기를 보시고 지방에서 오시는 보호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중요한 의무감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오픈한 경기광주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12월에 천안아산에 2호점이 오픈합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21그램의 차별화된 장례서비스를 전국에서 만나 보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반려문화에서 개선 및 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일명 강아지공장을 통해 무분별한 번식을 통해 입양문화가 발전해왔고 국내 반려동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유기동물도 매년 늘어나고 있고, 부족한 보호자 교육으로 인해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도 커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보호자라면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특히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 없이 반려동물 입양을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반려동물 입양하려면 사전 보호자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철저한 동물등록과 더불어 말소관리를 통해서 국가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21그램이 노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국회에서 ‘2021년 대한민국 동물복지대상’ 기업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장례 산업과 문화의 혁신을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건강한 삶과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케어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