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외뉴스=석정순 기자) 정신과 의사가 진료 도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을 접한 의료계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박모(3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께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외래동 3층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상담을 받던 중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울증이라고 불리는 양극성 기분장애를 앓고 있는 박씨는 이날 예약 없이 자신의 담당 의사인 임 교수를 찾아와 상담 도중 갑자기 진료실 출입문을 잠갔다. 위협을 느낀 임 교수는 급히 도망쳤지만, 박씨가 뒤쫓아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임 교수는 가슴을 흉기에 찔려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가 지난 오후 7시30분께 결국 숨졌다.
임 교수를 살해한 범인 박모씨는 2015년경 심한 조울증을 이유로 입원한 후 약 1년 반이 지나 퇴원했다. 하지만 박씨는 사건 당일까지 1년여간 외래진료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실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한 해 2만 명에 육박하는 중증 정신질환자는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병원에 들러 치료받는 게 필수지만 이를 강제하는 ‘외래치료 명령제’는 절차가 까다로워 거의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공개한 ‘국가 정신건강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 5만4152명 중 퇴원한 지 한 달 안에 한 번이라도 정신과에 들러 진료를 받은 환자는 3만4304명(63.3%)에 불과했다.
또한 전체 중증 정신질환자 중 지역 정신건강 서비스에 등록된 환자의 비율이 약 30%에 불과하다.
퇴원 후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에 등록해 관리를 받도록 권고되지만 의료기관이 퇴원 환자의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센터에 넘기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 임 교수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오는 2일 부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