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팩토리는 일자리를 빼앗는가?
스마트팩토리는 일자리를 빼앗는가?
  • 모지환 기자
  • 승인 2019.12.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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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방송=모지환 기자) 산업혁명의 여파로 제조업이 급성장하던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일어난다. 산업화 과정에서 방적기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자신들의 노동을 값싼 임금으로 만들었다면서 근로자들이 폭동을 일으켜 수많은 제조기계들을 부숴버린 사건이었다.

러다이트 운동의 신화

이 운동을 주도했던 노동운동가 네드 러드(Ned Ludd)의 주장은 명확관화했다. “기계들이 근로자들의 일을 대신해버렸다. 기계가 많아질수록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생존은 위협받게 된다”는 논리였다.

‘기계가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은 매우 그럴듯해 보여 이후 19세기와 20세기에 일어난 수많은 노동쟁의 현장에서 생산설비와 기계를 파괴하는 사보타주의 근거 논리로 이용되었다.

러드의 주장에 따르면 산업화 과정에서 대량실업이 발생해야만 했지만 역사적 사실은 그 반대를 가리킨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동안 제조업이 고도로 산업화되면서 전 세계 노동인구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것이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믿고 있다. 진실이 아님에도 믿는 것을 우리는 신화라고 부른다.

스마트팩토리와 일자리 문제 

그럼 스마트팩토리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인 21세기 오늘날에는 어떠한가? 빅데이터, 공장자동화, 정보통신기술, 거기에 인공지능까지! 이 모든 새로운 기술들의 정점에 있는 스마트팩토리가 마침내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지 않는가? ‘기계가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저 오래된 주장의 재판(再版)인 것이다. 산업화의 여명기에 만들어졌던 근거 없는 신화가,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전히 유령처럼 우리 사회의 기저에 떠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스마트팩토리는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존재인가? 꼭 그렇지 않다. 스마트팩토리는 단지 글로벌 산업 형태의 변천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발전단계일 뿐인 것이다.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1차 산업혁명 이후, 포드주의와 테일러주의로 대변되는 대량생산 시대에도,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시대에도 근로자의 실업에 대한 불안은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던 문제였다. 
 

기술혁명과 노동의 변화
  
사실 혁명적인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의 감소와 창출은 동시에 일어난다. 제조업에 규격화된 생산라인이 도입되면서 많은 장인(匠人)이 사라진 반면 그 보다 더 많은 분업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퍼스널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많은 타자수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나 그보다 훨씬 많은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우리는 과연 컴퓨터가 타자수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고 불평하면서 컴퓨터 파괴운동을 벌여야 했을까?

사회 일각에서는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보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기존의 일자리에만 주목함으로써 생겨나는 착시현상이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또한 러다이트 운동을 주창했던 네드 러드가 보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다. 기계 때문에 실업자가 된 근로자들만 그의 눈에 들어왔지 새로 생겨난 일자리는 그에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스마트팩토리가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주장에도 이러한 착시현상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공장자동화와 스마트팩토리의 목적은 무인화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마트팩토리의 최종 목표는 생산성 향상과 품질관리(불량률 감소)라는 제조업의 본업을 충실하게 실행하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실업에 대한 공포는 오히려 심리적 문제일 수 있다. 러다이트 운동에서 시작된 ‘기계가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이 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그것이 인간심리의 약한 고리를 건들기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인간이 더 이상 생산활동에 주체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는 심리적 박탈감 말이다.

하지만 두 눈을 크게 뜨고 현실을 직시한다면, 기술혁명과 함께 찾아오는 것은 근로자의 실업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노동형태의 출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산업의 형태가 바뀌고 그에 따라 근로자의 노동 형태가 바뀔 뿐이다. 또한 소비자의 요구가 다변화하면서 맞춤형 생산에 대응하는 생산현장의 유연성 또한 요구된다. 스마트팩토리는 변화된 소비환경에 최적화된 환경설정을 지향한다. 

결국 기술혁명은 사라지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생산현장 근로자의 수효는 줄어들겠지만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최종 제어할 근로자의 일자리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한 시스템을 관리할 협력업체의 근로자 수효도 늘어날 것이다. 
앞선 기술혁명시대가 그러했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시대에 스마트팩토리는 변화된 제조환경에 필요한 또 다른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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