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인사 단행...6개월 만에 막 내린 '윤석열 황금기'
추미애 인사 단행...6개월 만에 막 내린 '윤석열 황금기'
  • 이기철 기자
  • 승인 2020.01.09 10: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참모’ 전면 교체...검찰인사에 총장의견 반영하는 관행에 종지부
'윤석열식 수사'에 책임을 묻다...수사권 남용·검찰 중심 법무행정에 제동
법무부·대검 인사안 놓고 신경전...윤총장 호출거부, 오후 내내 '문자전쟁'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개혁 관련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1월 8일 그는 대대적인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뒤 나오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월 8일 대대적인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해 사실상 '윤석열 사단'에 수사책임을 물었다.

(내외방송=이기철 기자) 취임 6일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와 검찰의 오랜 관행에 거침없이 작별을 고했다.

8일 오후 6시경, 추미애 장관이 이미 청와대에 다녀왔다는 말이 나왔다. 종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 관련 의견을 듣는 문제로 법무부와 검찰 간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지던 뒤였다.

곧이어 오후 7시 30분 법무부는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대상은 모두 32명이다. 고검장급 승진 5명, 검사장급 승진 5명, 전보 22명. 이 명단에는 배성범 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법무연수원장으로 전보),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부산고검 차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제주지검장)이 들어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의혹 수사 지휘라인이다.

법무부는 이날 저녁 7시 반 보도자료를 내어 “고검장급 5명과 검사장급 5명을 승진시키고, 22명을 전보했다. 그동안 공석·사직으로 발생한 고검장급 결원을 충원하는 통상적인 정기 승진 및 전보 인사”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어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에서 벗어나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일선의 우수 검사들을 적극 중용했다”며 ‘공정하고 균형있는 인사’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달리 법무부는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해온 대검 간부들을 ‘좌천’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수사를 지휘해온 한동훈 부장은 부산고검 차장으로 보냈고,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박찬호 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했다. 한동훈 부장의 빈자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준비단 언론홍보팀장이었던 심재철(27기) 남부지검 1차장이 채우고, 박찬호 부장 자리는 배용원(27기) 수원지검 1차장에게 맡겼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개혁 관련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1월 8일 그는 대대적인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뒤 나오고 있다.
▲ 1월 8일 법무부의 검찰인사를 통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찰내 고위간부들이 대거 교체됐다.

이 외에도 대검에서 윤 총장을 보좌해온 주요 참모 대부분을 교체했다.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대검 간부들을 교체해 윤 총장의 힘을 빼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검찰의 ‘2인자’ 격인 강남일(23기) 대검 차장은 대전고검 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원석(27기)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전보했다. 조상준(26기)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고검 차장으로 보냈다. 고검 차장은 초임 검사장이 가는 보직으로 이원석 부장과 조상준 부장도 한동훈 부장과 마찬가지로 좌천됐다는 말이 나온다. 대검 참모 8명 중 5명이 신규 검사장들인 26기(3명), 27기(2명)로 채워졌다.

또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이끌었던 배성범(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인 법무연수원 원장으로 좌천성 영전했다. 윤 총장과 가까운 사이인 윤대진(25기) 수원지검장도 한직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물러났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개혁 관련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1월 8일 그는 대대적인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예방한 뒤 나오고 있다.
▲ 1월 8일 법무부와 검찰은 검찰 인사안을 둘러싸고 온종일 신경전 속에서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이번 정부가 강조해온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맞게 법무부 핵심 보직을 ‘비검사’가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검사장급인 기획조정실장과 검찰국장은 그대로 검사에게 맡겼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한 심우정(26기)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맡는다.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은 조남관(24기) 서울동부지검장이 꿰찼다. 그는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을 수사했으나, 이번에 사실상 영전을 해 눈길을 끈다. 조 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던 시절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이번 인사로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현 정부·여권 관련 수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법무부가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 하명수사 의혹 등 청와대를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지휘한 간부들에 대해 대거 좌천성 인사를 냈기 때문이다.

대신 법무부는 청와대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서울중앙지검장에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이성윤(23기) 검찰국장을 보임했다. 이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 특별감찰반장을 지냈고,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으로 유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꼽혀왔다.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하는 서울동부지검장은 윤 총장과 동기인 고기영(23기) 부산지검장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윤 총장을 견제할 수 있는 이들을 주요 자리에 앉힌 것이다.

특별수사를 지휘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심재철 차장검사에게 맡긴 것도 눈길을 끈다. 그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때 법무부 대변인을 지냈다. 이번 간부 인사에 이어 진행될 부장검사 등의 인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이다. 현재 수사를 맡고 있는 실무 검사들마저 바꿀 경우 수사 개입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은 하루 종일 강하게 충돌했다. 양쪽은 이날 오후 인사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담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번갈아 두 차례씩 기자들에게 보내는 등 인사 발표 직전까지 갈등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9시 반 대검에 연락해 “오전 10시 반까지 윤석열 총장이 법무부 청사로 오라. 추미애 장관이 인사안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윤 총장은 이를 거부했다. 대검은 “검찰인사위 개최를 겨우 30분 앞두고 검찰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요식 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법무부는 이와 별개로 대검에 ‘오늘 오후 4시까지 인사에 대한 대검의 의견을 달라’는 취지의 업무연락도 보냈지만, 대검은 이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인사 명단을 보지 못한 채 의견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날 대검은 오후 내내 '문자전쟁'을 불사했다. 대검 대변인실은 법무부가 검찰 인사 관련 공지를 할 때마다 곧바로 반박하는 문자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내곤 했다. 그러나 인사 발표 후, 대검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두 기관의 갈등에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부처의 고위공직자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인사권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늘의 이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 : (주)내외뉴스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4690
  • 인터넷신문등록일자 : 2017년 09월 04일
  • 발행일자 : 2017년 09월 04일
  • 제호 : 내외방송
  • 내외뉴스 주간신문 등록 : 서울, 다 08044
  • 등록일 : 2008년 08월 12일
  • 발행·편집인 : 최수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학로 13 (뉴스센터)
  • 대표전화 : 02-762-5114
  • 팩스 : 02-747-534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유진
  • 내외방송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내외방송.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wtn.co.kr
인신위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