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느 장애인 부부의 무지개 사랑 이야기
[인터뷰] 어느 장애인 부부의 무지개 사랑 이야기
  • 장해란 기자
  • 승인 2020.09.0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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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극복하고 사랑의 꽃 피우는 엄해열·송영길 씨
▲ 엄해열, 송영길 씨 부부가 이야기 중에 환하게 웃고 있다.
▲ 엄해열, 송영길 씨 부부가 이야기 중에 환하게 웃고 있다.

(내외방송=장해란 기자) 장애의 불편함을 갖고 사랑의 무지개를 만드는 부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지체장애 중증 남편인 엄해열(44) 씨와 그의 아내 송영길(42) 씨. 두 사람은 뇌병변장애 중증을 앓고 있다.

이들은 알콩달콩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내외방송이 단독으로 만남을 요청했다.

비가 오는 날. 남편의 손에는 우산이 넓게 들려 있지만, 우산은 아내 머리 위를 덮고 있다. 자신의 옷과 가방이 비로 축축히 젖은 것도 잊은 채….

부부의 얼굴은 때 묻지 않은 어린 아이처럼 맑았으며,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가왔다.

Q. 안녕하세요. 두 분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결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2014년 10월 17일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결혼식을 가졌으니, 올해로 6년이 됐네요. 신혼여행은 강릉에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다녀왔는데 파란 바다가 참 예쁘라구요.

Q. 두 분이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요.

우선 친척들이 아내와 결혼을 하라고 성화를 부렸죠. 다니던 교회에서도 응원해 준 덕에 5년 동안 교제 하다 양평 특수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아내와 결혼을 하게 됐죠. 저 낭만적인 사람이죠(웃음).

Q. 두 분이 어떻게 만나셨나요.

특수학교에 다니던 16세 때 학교 선후배로 만났습니다. 우리는 기숙사 생활하며 지냈습니다. 다만, 저는 20세에 졸업 하고, 2001년 서울에 올라왔죠.

저에게 서울 생활은 낯설었고, 4년 동안 친구들과 지하철에서 신문을 팔았습니다. 편마비가 있는 저에게는 일상생활이 쉬운 게 하나도 없었어요.

4년간의 서울 생활을 접고 하남으로 이사를 하면서 교회에 나가게 됐고요. 많은 분들이 친형제처럼 저를 많이 아껴 주셨지요. 서울에서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생활을 할 수 있었고요.

Q. 지금 어디에서 살고 계시죠.

하남에 있는 국민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습니다.

Q. 직장도 있으시죠.

없습니다. 직장 구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대신 장애인 사무실에서 청소 봉사도 하고, 장애인 복지관에 꾸준히 다니면서 한글도 배우고 컴퓨터도 배우고 있습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자기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최근까지 우리는 장애인합창단에서 활동하고, 대회에 나가 상도 받았어요.

Q. 수입이 없는데 생활은 어떻게 하시나요.

기초생활 수급비가 매달 나옵니다. 그 돈을 아껴 생활하면 그럭저럭 살아집니다. 자연스레 과소비도 방지 되고요.

Q. 일상에서 불편한 점이나,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도로와 인도 사이의 턱이요. 낮은 턱이라도 지체장애 중증인 저에게는 높은 장벽입니다. 아울러 장애인 화장실이 부족해요. 장애인 화장실을 찾을 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번쯤 같은 경험을 해보신 장애인은 제 마음 아실 겁니다.

아울러 이동수단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아내는 버스나 택시를 탈 수 없기 때문에 병원이나 장거리 이동시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합니다. 운이 좋은 날은 콜택시 예약을 바로 할 수 있지만, 열에 아홉은 통화 중이라 콜택시를 못 잡을 때도 더 많죠. 장애인 택시가 늘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신경을 쓰지 않지만 과거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주위의 시선이나 편견이 제 마음에 큰 생채기를 냈습니다.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특별한 대우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평범하게 대해 줬으면 합니다.

Q. 아내에게 한마디 하신 다면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다 해 주고 싶어요. 당신 역시 나처럼 부모 없이 자랐잖아요. 그 외로움을 잘 알고 있어요.

남편이면서 부모의 역할을 다 할게요. 지금까지 그랬지만, 앞으로도 비가 오면 비를 맞고 걷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함께 걷고 싶어요, 나란히, 영원히….

우리 꽃이 피면 꽃구경도 가요. 당신이 좋아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요. 당신은 무지개처럼 예쁜 나의 사람이니까요.

사랑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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