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방가르드'...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보다 그 의미를 찾는 여행
'러시아 아방가르드'...작품 자체의 아름다움보다 그 의미를 찾는 여행
  • 이지선 기자
  • 승인 2022.01.22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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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 말레비치 등 수학적이고 지적인, 기하학적인 작품들과의 조우
때론 현실을 벗어나, 복잡한 것은 간결하게 쳐내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작품 활동을 통해 쾌를 찾았을 그 시대의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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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아 콘차로바의 '라일락'. 보랏빛에 매료되는 것 같다. 가장 현실에 가까운, 해석이 쉬울 것만 같은 그런 작품이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191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은 기존의 본성 파괴 즉 고상하게만 여겨지던 미술 활동을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상징성이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상징주의와 주관적 시각으로 작품을 그려내는 후기 인상주의 방법 등으로 기존 체제를 파괴시켰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시작이 예고됐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혁명의 예술전을 찾으면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진다. 제대로 눈호강 할 수 있다. 일일히 하나하나 음미하며 그림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이 전시를 100% 활용해 내 것으로 흡수해버리고 싶은 욕구가 든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오는 4월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생각보다 매우 큰 규모의 전시회였다. 내외방송에서는 지난 18일 이 전시회를 찾아 작가들의 각자 다양하고 개성있는 예술세계를 여행해봤다. 

붉은 벽에 작품들이 걸려있는 방으로 전시회는 시작됐다. 붉은 벽의 방은 화려하고 그림이 살아있는듯 더욱 돋보이게 했다. 프세볼로트 울리야노프의 붉은 말들은 역동적이었고, 현실보다는 상상 속에 등장하는 말들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미하일 라리오노프의 '유대인 비너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비너스라는 통상적인 이미지와 조금 달라 유독 눈에 띄기도 했다. 

나탈리아 콘차로바의 라일락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보랏빛의 라일락이 신선했다. 그 많은 추상적인 작품들 중에서 가장 해석이 쉽고 실제와 가깝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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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요점만 간단히 뺄 것 빼고 표현하고 싶은 주제만 명확히 남긴 작품이라고 해석했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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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딘스키의 '즉흥'. 칸딘스키의 작품은 실제의 모습을 기하학적이고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형이상학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특징인 것 같다.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뜻과 의미에 집중하게 되고 그것을 곱씹을 수록 쾌는 커져만 가는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첫 번째 섹션이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태동이었다면 두 번째 섹션은 '구상에서 추상으로'다. 한 점의 회화 작품을 통해 시, 공간을 초월했음을 느끼는 순간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나데즈다 우달초바의 부엌은 아늑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부엌이라는 주제를 4차원적으로 그려내 매우 이색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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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데즈다 우달초바의 '부엌'.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칸딘스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네 번째 섹션 '추상회화의 등장'에서는 그만의 독특한 향기가 온 벽을 물들였다. 실제 이미지를 추상적이고 시공간을 뛰어넘은, 형이상학적으로 풀어내기도 하는 그의 작품은 보는 것도 보는 것이지만 해석하는 데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는 모든 것을 다 빼버린 간결한 요점만 표현한 듯 하면서 절대주의라는 제목만 수면 위에 둥둥 뜬 느낌이다. 한 마디로 멋있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매우 수학적이면서도 지적인 이미지를 나타내고 있다. 

요점만 정리하고 함축시킨다는 작업이 얼마나 심리적으로도 압박감과 부담감을 주는지 누구나 그 기분을 알 것이다. 말레비치는 자신만의 강한 논리가 있었겠지만 그것을 과감히 자르고 삭제하고 정리해 간결하고 심플한 그렇지만 그 안에는 고결한 의미가 가득한 그런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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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섹션의 작품들. 구성회화를 고집했던, 조금은 투박하지만 지적이고, 재미는 없지만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는 작품들 같다. (사진=내외방송 이지선 기자)

칸딘스키와 말레비치는 추상을 통해 현실을 넘어 정신의 세계로까지 넘어간 반면 콘찰롭스키와 마시코프, 팔크 등은 구성회화를 지속하기를 고집했다. 다섯 번째 섹션은 이들의 작품이 있었다. 조금은 투박하지만 지적이고 재미는 없지만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현실에서 가끔은 벗어나고 싶었고, 너무 복잡한 것은 간결하게 쳐내고도 싶었고, 시공간을 초월, 끝도 없는 자유의 세계, 정신의 세계까지 나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당시 시대에 걸맞는 고뇌와 번뇌가 그러한 작품을 통해 속 시원히 풀려나갔을 것이다.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보는 이들에게 쾌 또한 선사해왔다. 

최고 예술가들의 작품 원본들을 보면서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공감할 수 없는 것들에 공감을 느끼기까지, 미술,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과 기호를 변화시켜준 것에 대해서도 참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쌀쌀하고 적막한 겨울,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고 그림의 아름다움보다 의미와 뜻을 통해 감동받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를 소개해봤다. 추상적이지만 지적인 면모를 잃지 않았던 다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꼭 추천하고싶은 전시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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