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기후, 이제 받아들여야 할 뉴노멀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기후, 이제 받아들여야 할 뉴노멀
  • 김연식 기자
  • 승인 2022.03.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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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위기는 인간이 일으킨 또 다른 재앙

(내외방송=김연식 기자) 지난해 7월 2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 세계 150여개국의 과학자 1만 3800여명은 이날 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에 공동 선언문을 내고 세계 각국 정부에 화석연료의 사용 중단 및 생물 다양성의 보호 강화를 요구했다. 앞서 과학자들은 지난 2019년에도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공동 선언한 바 있다. 발표된 연구 결과에는 지구 기후변화 위기의 주요 지표 중 상당수가 임계점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거나 이미 넘어섰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며,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를 증빙하듯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해수면 상승 등이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면서 기후변화를 기후 위기로 고쳐 써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제는 극단적 기후현상이 더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 상승할 때마다 대기가 약 7% 더 많은 수증기를 보유해 더 많은 비가 한 번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태양의 복사열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하던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폭염과 대홍수 같은 기후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과 함께 기후재앙의 피해를 줄이는 대비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인도·러시아, 빙하와 동토 녹아 위기감 고조
스위스 알프스는 여름 동안 햇볕을 차단해 빙하가 급속도로 녹는 것을 막기 위해 담요를 뒤덮고 있다. 실제로 2010~2020년 사이 스위스 내 크고 작은 호수가 180여개 늘어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8월 말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의 산악빙하가 후퇴했다. 스위스는 이미 500개의 빙하를 잃었고 최근 수십년 동안 기후 위기로 인해 빙하가 사라지고 향후 1500개의 빙하 중 90%를 잃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월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선 산악 빙하가 떨어지면서 갑자기 빙하 홍수가 발생해 댐과 수력발전 시설 한 곳이 완전히 붕괴되고 다른 한 곳은 부분적으로 무너졌다. 사고는 치명적이었다. 홍수로 마을과 도로 등이 휩쓸리면서 최소 83명이 숨지고 121명이 실종됐다. 2019년 조사 결과 히말라야 산악지역의 빙하 용해속도는 2000년보다 2배로 높아져 매년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 7816m인 난다데비산에서 발생한 쓰나미와도 같은 급류의 원인으론 따뜻해진 날씨로 인한 ‘빙하 붕괴’가 꼽힌다. 

9월 러시아에서는 국토 3분의 2를 차지하는 지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976년 이후 러시아 평균기온은 섭씨 0.5℃ 정도 상승해 세계 평균보다 2.5배 빨리 온난화하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에 따라 기반시설과 주택은 더욱 위험한 환경에 처했다. 영구 동토층은 한때 안정적인 건설기지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마지막 빙하시대까지 얼어있었다. 2020년 5월에는 북부 노릴스크에서 유류 저장고가 파열돼 디젤 2만t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였다.

美 서부, 가뭄→폭염→산불→폭우·강풍
6월 미국 서부지역이 2020년 초에 발생한 가뭄에 시달렸다. AFP통신은 서부지역에서 만성적으로 발생하는 가뭄이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더 악화됐다며 여름이 본격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에 따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부들은 농작물을 포기했고 관계자들은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최대 저수지인 미드 호수는 ‘물 부족’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오리건, 유타, 네바다 등 서부 영토의 88%가 가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국과 캐나다 태평양 북서부에서 기록적인 폭염으로 수백명이 사망하고, 오리건주에서만 목숨을 잃은 사람이 100명에 육박했다. 포틀랜드에서 기록된 최고 기온은 섭씨 47℃였는데 6월 평균 기온이 80℃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며칠 동안 전선이 녹고 도로가 통제되는 현상도 발생했다. 비교적 선선한 여름 날씨에 익숙해서 에어컨이 없는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위험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주민 보호를 위해 냉방센터를 열기도 했다. 폭염 기간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섭씨 4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에는 85개 이상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지금까지 서울 면적의 9배 넘는 지역이 불에 탔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7백여㎢의 산림과 주택 10여채를 불태웠다. 캘리포니아 4개 카운티에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화재 인접지역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오리건주 남부 부틀레그 산불은 올해 발생한 산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축구장 13만개 크기의 피해를 입었다. 네바다 주에서는 벼락으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더글러스 카운티 주민 1200명에 대해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 역사상 가장 큰 산불 중 하나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은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할 경우 가뭄의 장기화에도 기인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로 각 지역이 더 건조하고, 더 뜨거워지면서 화재 위험이 커졌다. 앞으로 기후 변화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산불에 따른 탄소 배출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산불로 발생한 탄소는 다시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기후 변화와 산불의 악순환이 꾸준히 반복되는 것이다.

10월 말에는 미 서북지역에 폭탄 사이클론과 태평양에서 습기를 빨아들여 증기 구름이 형성되는 대기천 현상에 따른 강한 바람과 폭우로 피해가 속출했다. 이번 폭우는 캘리포니아에 가뭄과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는 계절에 내린 것이다. 산불로 황폐화된 지역에는 초목이 소실돼 홍수에 더욱 취약하다. 사이클론은 전날 태평양에서 발생해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북쪽으로 더 떨어진 오리건과 워싱턴 등을 강타했다.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는 24일 하루에만 140㎜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시에라 네바다 산간지역에는 1m 이상의 눈이 쌓였다. 

100년만에 폭우로 독일 서부에서 복구 작업에 나선 한 군인이 물에 잠긴 자동차들을 둘러보며 희생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100년만에 폭우로 독일 서부에서 복구 작업에 나선 한 군인이 물에 잠긴 자동차들을 둘러보며 희생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에서도 산불과 홍수 피해 이어져
잘 보전된 산림은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자 생태계를 유지하는 자산이지만 산불과 산사태 등 재난이 발생하면 무시무시한 탄소 배출원으로 돌변하게 된다.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대기감시소(CAMS)는 8월 한 달 동안 산불로 1.3기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1258.8메가톤으로 한 차례 기록이 세워진 이래 한 달만에 기록이 경신된 것으로, 8월 배출량의 대부분은 북미와 시베리아가 차지했다. 시베리아 사하공화국의 탄소 배출은 두 배 이상을 기록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딕시산불은 역사상 가장 큰 산불로 기록됐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코드 레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세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IPCC 평가 초안에 따르면 지중해 연안은 기온 상승과 건조한 기후로 인해 화재에 취약한 ‘기후 변화 핫스팟’으로 꼽힌다. 과학자들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의 연소로 인한 기후 변화가 폭염, 가뭄, 산불, 홍수, 폭풍과 같은 극단적 기상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고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폭염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더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중해 인근 남유럽지역에 산불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북아프리카에서도 산불 피해가 커지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3명, 알제리에서는 최소 65명이 산불로 인해 사망했다. 이에 그리스는 이번 산불을 ‘환경 재앙’이라 규정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알제리는 3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터키에서도 남부 지역 화재로 8명이 숨졌으며, 북부 흑해지역에서는 홍수로 11명이 사망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선 낮 온도가 섭씨 48.8℃를 기록하면서 유럽 최고 기온(48℃)을 갈아치웠다.

7월 서유럽 폭우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에서는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했다. 로이터통신은 대홍수로 인해 독일에서 157명, 벨기에에서 27명 등 18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강이 범람해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고 철도는 끊겼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정전이 발생하고 식수 공급도 중단됐다. 폭우는 중유럽도 위협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할라인이 침수됐고, 잘츠부르크와 티롤 지역에 경보가 발령됐다.

IPCC는 지구 평균 온도가 1.5℃ 오르면 매년 약 500만명의 유럽 주민들이 홍수를 겪을 것으로 예측한 가운데 폭우현상이 드물었던 유럽국들의 재해경보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가 발생할 확률이 20% 더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8월 발표된 보고서 ‘2021년 7월 서유럽 대홍수를 발생시킨 급작스러운 폭우의 요인’에서 기후 과학자들은 인간에 의해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해 폭우량이 최대 1.2배에서 최대 9배까지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례적인 폭우 피해 속출 더욱 빈번해져
중국 북부 산시성에서 이례적인 10월 폭우로 인해 총 15명이 사망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례적인 규모로 쏟아진 ‘가을 폭우’로 인해 산시성 내에서 176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2만명 이상이 대피했다. 경제손실은 50억 3000만 위안(한화 약 9300억원)으로 추정되고, 농작물 피해범위는 약 23만 8000ha에 달했으며, 가옥 피해는 3만 7000여채로 집계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폭우가 서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의 영향 및 산시성 현지의 복잡한 지형 등이 다양하게 얽혀 있다며 기상 이변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선 7월에는 중국 허난성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와 실종자가 33명과 8명으로 늘어났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특히 정저우시에는 유례없는 폭우로 1년치 비가 3시간만에 내리면서 저수지 제방이 무너지고 지하철이 침수됐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한편, 이번 폭우로 허난성의 경제 피해액은 7200만 위안(약 128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AFP통신은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점점 더워지고 있으며, 이같은 극단적인 날씨가 더욱 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비가 오지 않는 지역으로도 유명한 아라비아반도 남부 오만에서도 열대성 저기압 샤힌이 상륙해 10월 3일부터 4일까지 24시간 동안 3년치 강우에 달하는 300㎜ 이상의 비가 내려 각각 15명, 13명의 사망자를 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런 이상기후는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조사 대상 101개국 중 60%에 해당하는 국가에서는 혹독한 날씨로 인한 대대적인 난리를 겪을 수 있어 적절한 예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60년만에 최악의 홍수를 겪은 남수단공화국에서는 주민 14명 중 1명꼴인 약 78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에 내린 폭우가 남수단을 흐르는 나일강 등을 범람시켰고 불어난 강물은 둑을 무너뜨리며 인근지역을 덮치는 등 6개월째 홍수가 진행중이다. 남수단에서는 매년 우기를 겪지만 홍수는 3년 연속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번 홍수로 남수단 10개주 중 6개주가 침수됐고 10월 중순까지 2개주에서만 29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과학자들은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홍수에 따른 피해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 17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가 폭우로 인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지역은 14~15일 이틀에 걸쳐 내린 대규모 폭우로 도로, 철도, 다리가 파괴되는 등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밴쿠버항으로 통하는 모든 철도 연결이 끊기는 바람에 캐나다 역사상 가장 피해가 큰 재해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이러한 폭우가 열대지방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대기권의 강이나 수증기 흐름에서 왔다고 보고 있다.

8월 미국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에서 약 100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640억 달러의 피해를 입혔다. 허리케인이 미국 5개주 이상을 휩쓴 것은 기상 관측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폭우로 인해 아이다의 잔해가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북동부지역에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초대형 허리케인은 추운 겨울에 발생하지 않은 편인데,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극단 기상의 하나일 수도 있다고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상기후는 허리케인을 강화하는 동시에 허리케인을 육지에 더 오래 머무르게 만들고, 이동하기 전 한 지역에 더 많은 비를 내리게 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10월 열대성 폭풍 ‘메디케인’이 최대풍속 120㎞/h의 위력을 보이며 시칠리아 동부 카타니아에선 300㎜ 폭우가 내리면서 48시간만에 연평균 강수량 절반가량이 쏟아졌고 인근 에트나에선 400㎜ 비가 내려 2명의 사망자를 냈다. 이탈리아는 남서부 시칠리아와 칼라브리아 등에 허리케인에 따른 적색·주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앞서 이탈리아 북서부에선 지난 4일 폭우가 내려 몇 시간만에 역대 기록 3건을 갈아치운 바 있다.

남아메리카의 많은 지역은 가뭄으로 고통받았다. 10년 동안 칠레는 가뭄을 겪고 있고 브라질도 한 세기만에 가장 심한 가뭄을 겪었다. 파라과이강 수위가 기준치보다 56cm 낮았는데, 이는 117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파라과이강은 중요한 상업 관문이자 어류 공급원으로, 강 수위가 낮아지면 당국은 막대한 경제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브라질 역시 수력발전 의존도가 높아 댐의 저수량이 줄어들면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력난이 심해지면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도 발목이 잡히게 된다.

유엔대학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
유엔 산하 유엔대학 환경 및 인간안보연구소(UNU-EHS)는 지난해 9월 발표한 ‘상호 연결된 재해 위험 2020/2021’ 보고서를 통해 북극 빙하를 녹인 폭염과 미국 텍사스에 대규모 정전 사태, 코로나19와 사이클론 ‘암판’, 브라질 아마존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에서 중국의 주걱철갑상어 멸종까지 지난 1년간 전 세계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서로 무관해 보이는 재난들이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를 고리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연구소는 환경재해와 지구 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적응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일어난 아마존 산불, 북극 폭염, 텍사스 한파, 코로나19 대유행, 사이클론 암판, 아프리카 사막 메뚜기떼,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 사고, 베트남 홍수, 양쯔강 주걱철갑상어 멸종,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파괴 등 10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재난을 분석해 재난과 재난 혹은 개인과 재난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밝혀냈다.

허리케인 아이다 위성사진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허리케인 아이다 위성사진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북극 온도 상승으로 텍사스 한파 및 대규모 정전사태
북극 기온 변화가 북극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0년 북극권 베르코얀스크의 기온이 38℃까지 올라가면서 빙하가 녹아 북극을 덮은 해빙의 양은 역대 두 번째로 적었다. 북극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극소용돌이에 갇혀있던 찬 공기는 그대로 북아메리카 쪽으로 남하해 미국 텍사스주로 향했다. 겨울에도 최저기온이 5~10℃에 불과한 텍사스 주에 이례적인 한파와 폭설이 불어 닥쳐 2월 14일부터 5일 동안 10㎝가 넘는 폭설과 함께 기온이 영하 22℃까지 곤두박질쳤다. 

갑작스러운 폭설과 한파에 전력 수요가 늘면서 전력 공급에 문제를 일으키며 텍사스의 전력망은 무너졌다. 원자력발전소로 들어가던 물이 얼어붙으며 가동이 중지됐고, 추위로 풍력발전소도 멈췄다. 물류 마비로 인해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천연가스와 풍력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이어졌다. 전력 공급의 75%가 멈춰서면서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400만명이 추위에 떨어야 했고, 210명이 추위로 사망했다. 보고서는 텍사스가 이처럼 많은 인명과 과도한 인프라 피해를 겪은 것도 재난위험 관리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설상가상으로 엎친 데 덮친 재난 피해
과학자들은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사이클론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강력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도, 방글라데시와 아프리카를 덮친 재난은 강력한 사이클론이 더해져 더 큰 재앙을 초래하기도 했다. 2020년 5월 대형 사이클론 ‘엄펀’이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강타해 이 지역에는 100명이 넘는 사상자와 130억 달러(약 15조 1500억원) 이상의 피해, 그리고 49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에서 일하던 많은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왔고, 격리기간 동안 사이클론 대피소에 수용됐다. 경제와 의료 사정이 열악한 해당 지역주민 절반가량은 빈곤층으로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사이클론인 ‘엄펀’이 몰아쳤지만 주민들은 격리자들이 모여 있는 대피소를 기피했다. 여기에 사이클론은 6000개에 가까운 1차 건강센터를 망가뜨렸고,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아프리카 지역의 사막 메뚜기떼도 사이클론과 연결돼 있다. 1㎢를 뒤덮을 만큼 많은 사막 메뚜기떼는 하루에 3만 5000명분의 곡류를 먹어치우고 있다. 기후변화와 사이클론들이 사막 메뚜기떼의 번식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이클론의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간 메뚜기떼들의 활동범위도 넓어졌다.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사이클론의 빈도와 강도는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자이푸르시가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은 모습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인도 자이푸르시가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은 모습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상호 연결된 재난, 심각성 알아야
재난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각 개인의 행동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의 삼림 벌채 및 산불 발생비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육류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 산불은 숲을 농경지로 전환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가축사료로 쓰일 대규모 콩을 재배하기 위해 농경지 확보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숲을 태우기 시작하면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는 것이다. 이는 재난 발생의 근본원인 중 일부는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농경지에서 재배된 콩의 77%는 닭 등 가금류의 사료로 쓰인다. 보고서는 5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한 산불의 원인을 전 지구적으로 늘고 있는 ‘육식’을 선호하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진단했다. 2020년에 불탄 아마존 우림의 면적은 피지섬의 크기보다 크다. 숲이 줄어들자 아마존은 이제 흡수하는 탄소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배출원이 됐다. 보고서는 “비록 고기가 아마존에서 직접 생산되진 않지만, 세계적 공급망들의 상호 연결을 통해 아마존 파괴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중국 양쯔강에 서식하던 주걱철갑상어는 인간의 남획과 대형 댐 건설로 멸종했다. 보고서는 “댐이 주걱철갑상어 멸종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주요한 원인”이라며 “2억년 동안 존재했던 주걱철갑상어는 인류의 과잉소비와 개입에서 살아남지 못했고, 2020년 멸종된 것으로 선언됐다”고 했다. 또 이상기후와 관련 없어 보이는 2020년 8월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사고도 “유해물질인 질산암모늄이 항구에 가득 저장돼 있었던 이유는 수수료나 보안 기준이 낮은 국가에 선박을 등록할 수 있는 등 환경규제 완화문제와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상호 연결돼 있는 재해 위험의 근본 원인을 3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인간이 유발한 온실가스 배출, 재해 위험관리 부족, 환경비용에 대한 경제성 평가 부족이었다. 보고서는 “우리는 세계적인 재난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애초에 왜 일어났는지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우리가 직면할 위험의 빈도와 심각성을 줄일 수 있다”며, 상호 연결된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재난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절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김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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