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자와 함께 지내는 상황 늘어나...사회성·유대감 기를 수 있을 것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사랑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사나운 사자마저도 유순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생물학 저널 발행사인 '셀 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미국 미네소타대학 사자연구소의 크레이그 패거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디노켕의 야생동식물보호구역 내에 있는 사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고깃덩이로 사자를 울타리 쪽으로 유인한 뒤 사자의 코에 '옥시토신'을 뿌렸더니 다른 사자에 대한 공격성과 경계심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옥시토신'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성적 흥분이나 모성 행동을 유발해 '사랑호르몬'이라고 불리고, 사회성이나 집단 내 유대감 형성에도 영향을 준다.
사자의 코에 뿌려진 '옥시토신'은 뇌로 들어가는 이물질을 거르는 '혈액뇌관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제3차 신경과 후각신경을 거쳐서 뇌로 전달된다.
연구팀은 2018~2019년 여름에 총 23마리의 사자를 대상으로 코에 '옥시토신'을 뿌린 뒤 다른 사자에 대한 인내심과 경계수위 변화를 살펴봤다.
사자는 영역성이 강한 맹수여서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동물 등에게 큰 공격성을 보인다.
하지만, 옥시토신을 뿌린 사자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다른 사자에게 더 큰 인내심을 보이고, 경계심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사자의 울음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줬을 때에도 사자는 포효하지 않았다.
사자는 갖고 싶은 물건을 가졌을 때 주변의 다른 사자가 3.5m까지 접근해도 경계심을 낮췄다.
반면, 물건이 아니라 '먹이'가 있을 때에는 옥시토신을 뿌려도 경계심이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사자가 다른 사자와 함께 지내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사자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더 쉽게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