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人 60色 선과 색의 향연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선과 색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찌를 듯한 날카로움으로 무장한 직선과 한없이 부드러운 곡선.
그 위에 은은한 파스텔톤의 색부터 자기주장이 강한 원색까지 다양한 색을 입히면 제각기 다른 작품이 완성된다.
3일 '내외방송'은 60인 작가가 선보이는 60색을 느껴보기 위해 서울 종로구 갤러리이즈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전시회 '선과 색(Line & Color)'에 찾아갔다.
강렬한 파란색을 띤 두 작품.
그리스 신화에 나올 법한 한 남성이 곡선의 활시위를 당기며 딱딱한 직선으로 이뤄진 우주선을 겨냥하고 있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세로로 길게 쭉 뻗은 직선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채워지고 있다.
직선으로 나눠진 두 구역에 또 다른 직선들이 공간을 메우고 있다.
네 갈래로 나뉜 직선들이 한 곳으로 모여 있다.
우리 전통 악기인 가야금을 나타낸 것일까, 아니면 서양의 바이올린을 형상화한 것일까?
동서양을 하나로 이어주는 듯 직선들이 향한 곳에는 악기들의 연주가 공명되면서 울려퍼지고 있다.
곡선의 미가 돋보이는 두 작품.
초록빛 나뭇잎들은 위쪽으로 곧게 곧게 뻗어나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잘 익은 오렌지처럼 따뜻한 공간에 수많은 곡선으로 이뤄진 동그란 물체들이 커다란 원을 이루고 있다.
동그란 물체들은 태양 광선 때문에 말라버린 듯 건조하고, 메말라 부서진 듯 갈라졌다.
곡선과 직선의 대비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작품들이다.
길게 늘어진 하늘색 리본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든 것일까?
큰 정원을 다 채울 정도로 길이가 긴 리본은 다음에는 어떤 모양을 만들지 고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직선으로만 이뤄진 한 대도시에 네모난 레고맨의 모습이 보인다.
건물과 창문, 자동차와 하늘까지 모두 네모난 도시에서 거리를 지나는 한 시민의 표정도 경직됐다.
지금까지는 '선'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색'에 초점을 맞춰보겠다.
차가운 밤하늘 아래 무표정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한 소녀.
어둑어둑한 풍경이지만 소녀의 얼굴 주변에는 꽃이 피어있다.
'Peace(평화)'라고 적힌 노란 원피스와 무릎에 앉아 있는 흰 비둘기는 따뜻한 색이다.
이번에는 형형색색의 꽃에 백설공주가 붉은 사과를 들고 서 있다.
사과를 한 입 베어물자마자 쓰러진 동화 속 내용과는 달리 이 작품 속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고도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끄떡없다.
젊은 연인의 사랑을 담은 듯 밝은 파스텔톤 색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연인의 뺨은 설레는 느낌을 나타내듯 붉은색이다.
이들의 마음 만큼은 '봄'일 것이다.
봄을 상징하는 벚꽃이 이들을 축복해준다.
투명하면서도 푸른 어딘가에 강렬한 수정구슬들이 매력을 뽐내고 있다.
'내가 더 아름다워'라고 말하려는 듯 뿜어나오는 반짝임과 원색은 푸른 표면에 반사돼도 여전하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오르는 토끼.
이 토끼의 몸에는 수십년의 세월을 나타내는 자연의 모습이 담겨있다.
어떤 시간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불쑥불쑥 나타나서 앨리스를 놀라게 하는 것은 아닐까.
류지수 미술단체 선과 색 회장은 이 전시회를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가진 개성 넘치는 60여명의 작가가 소통의 절실함과 관계의 소중함을 담아 선과 색의 변주를 선보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코로나19 상황 속 작가들은 자신에 대한 침잠과 몰입을 통해 심연의 고통과 고독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또 다른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선과 색 전시회는 지난달 31일 문을 열어 오는 5일까지 작가와 관람객의 소통의 공간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