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 단상) 엄마들의 명품 패션무대로 변한 초등학교 학부모총회
(내외 단상) 엄마들의 명품 패션무대로 변한 초등학교 학부모총회
  • 박용환 기자
  • 승인 2023.03.2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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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취재팀장(사진=내외방송)
박용환 취재팀장(사진=내외방송)

(서울=내외방송) 

"명품백 하나씩은 다들 걸치고 온 것 같다. 학부모총회인지, 패션무대인지 모르겠다." 

최근 모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총회에 다녀온 1학년 학생 어머니의 얘기다. 명품백, 명품의상 등 몸 치장에 수백만원씩 쓴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포털 카페에 학부모총회 관련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3월 들어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총회라는 것이 열리는데, 어머니로서는 자녀들이 기죽지 않도록, 때 빼고 광내면서 참가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만한 재력이 안되는 어머니들은 고민에 고민을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명품백이나 옷, 신발 등을 구할 것이다. 어른들의 동창회 모임도 아니고, 부부동반 모임도 아닌, 어린 초등학생 자녀들을 위해 어머니들이 모인 자리마저 명품이 지배하게 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상이라고 봐야 할까? 수백만원짜리 명품백이 실제로 과연 그만한 효과가 있는지 의아스럽지만, 그 어머니들의 시선에는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 엿보인다.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해가 뜨기 전부터 유명 백화점에 줄 서있는 모습을 목격했을 것이다. 이런 명품 선호 현상에 나이는 의미가 없다. 20대와 심지어 10대 청소년들도 부모에게 조르든, 아르바이트를 하든,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마련해서 명품을 손에 넣는다. 어렸을 때부터 명품으로 치장하는 어머니를 봐왔으니, 무엇을 배웠을까.

한국인들의 명품 욕구는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한다. 외신들도 종종 이를 보도하는데, 다분히 비꼬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씁쓸하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 금액이 미국, 일본, 유럽국가들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지난해 무려 168억 달러(약 21조원)를 명품 옷과 가방 등의 구입에 쏟아부으면서 전년보다 24% 늘었다고 한다. 외신들은 한국의 명품 소비 열풍의 원인으로 자산가격 상승, 돈을 최고로 치는 문화, 소셜미디어를 통한 과시욕 경쟁 등을 꼽았다. 한국 사회의 병폐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거품이 또 다른 병폐인 명품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명품으로 치장한 부유층이 나오는 막장 드라마도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명품이라는 암흑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면 명품이 많아지면 행복하게 되고 삶의 질이 높아질까?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한국은 33개국 중 32위에 머물고 있다. 꼴찌 수준이다. 명품 소비는 세계 최고, 삶의 만족도는 세계 꼴찌.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그래도 명품 선호하는 사람들은 반박할 것이다. "이 세상에 명품만 한 것이 없다. 명품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이다. 이쯤 되면 명품 중독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베블런 효과’라는 말이 있다.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한 허영심에 의해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수록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쏘스타인 베블런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베블런은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좀 길더라도 그대로 인용하겠다. "순전히 과시적으로 재화를 낭비하고, 또 그런 낭비를 계속할 수 있는 낭비자는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낭비는 금력과시에 성공했다는 자명한 증거가 되고, 그 결과 낭비자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존재임을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유한계급론'은 1899년에 나온 책인데, 100년 넘게 흐른 지금 명품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듯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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