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92년 화이트 아카데미 새 역사 쓰다
‘기생충’ 92년 화이트 아카데미 새 역사 쓰다
  • 장진숙 기자
  • 승인 2020.03.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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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효과로 전 세계 영화 흥행 주도
▲ (사진=사진작가 jefflipsky)
▲ (사진=사진작가 jefflipsky)

(내외방송=장진숙 기자) 빈곤과 거짓·위선 보여준 기생충

‘기생충’은 계속된 사업 실패로 백수인 아빠 기택(송강호), 해머던지기 선수출신 엄마 충숙(장혜진), 재수생인 아들 기우(최우식), 미대 지망생인 딸 기정(박소담) 등 반지하 단칸방에 살아가는 백수가족의 이야기다.

피자박스를 접거나 과외를 해서 돈을 벌 정도로 가난하게 살 고 삶의 의욕도 없이 지낸다. 물론, 핸드폰 요금을 낼 돈도 없어 서 근처 와이파이를 잡아서 몰래 사용하는 모습도 나온다. 그러다 우연히 장남 기우의 명문대생 친구가 소개해준 글로벌 IT 기업 CEO인 박 사장(이선균)집에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며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이 펼쳐지는 가족희비극이다.

기우는 여동생 기정의 도움을 받아 포토샵으로 서류를 위조 해 박 사장 집에 본인이 명문대생이라고 거짓말하고 과외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나중에는 거짓말이 점차 더해지게 된다. 과외 후 기우는 인디언 놀이에 빠진 연교의 아 들 다송의 미술선생님으로 일리노이 주립대를 졸업한 제시카라 는 이름으로 자기 여동생 기정을 과외로 소개해 들어가게 된다.

이후 기존의 잘 일하던 윤기사를 궁지에 몰아 내쫓고 아버지 (기택)를 운전기사로,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마저 내쫓고 어머니 충숙을 가사도우미로 취직하는 등 점점 더 커져가는 거짓말 을 하게 된다. 이렇게 온 가족이 기생충처럼 사기극으로 박 사 장 집에 취직하게 된다. 하지만 전 가사도우미 문광의 방문으로 숨겨진 비밀공간에서 숨어지내는 문광의 남편 근세(박명훈)를 만나게 되면서 우발적으로 살인하게 된다. 이로써 영화는 애초 에 생각했던 계획과는 다르게 걷잡을 수 없게 멀어지게 된다.

박 사장네 아들 생일날 많은 사람이 초대된 가운데 지하에서 기택네와 근세네의 싸움이 시작되고, 기우는 수석에 뒤통수를 맞게 된다. 이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온 근세가 기정을 죽이 게 되는데, 기택에게서 나는 냄새에 코를 막던 박 사장이 근세에게서도 똑같은 냄새가 나는 걸 보게 된 기택은 박 사장을 죽이고, 근세가 있었던 지하에 들어가 숨어 살게 된다.

▲ (사진=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 (사진=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선을 넘는 경계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키워드들

‘기생충’은 단순히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에 최소한의 경계가 붕괴되면서 맞게 되는 파국을 보여주는 영화다. 가난한 자를 기생충이나 바퀴벌레에 투영하면서 기분 나쁨과 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눈에 보이는 것 외에 소외된 빈곤계층, 거짓과 위선, 계획과 무계획, 사람들의 양면성과 이중성까지 봉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잘 표현해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는 반지하(기택네)·지하(근세네)와 지상(박 사장네)을 연 결하는 수직적인 관계를 보여주지만, 계층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 기택네와 근세네 모두 결코 착한 사람들도, 선한 사람도 아니 다. 그렇다고 박 사장네도 결코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는 힘 들다. 대신 영화는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인물과 인물간의 심 리상태를 보여준다.

먼저, 박 사장네가 갑자기 들어오면 바퀴벌레와 같이 순식간 에 숨는 기택네와 근세네는 박 사장네에 숨어 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없이 그냥 되는대로 살아간다. 수발을 받아야 살 수 있는 박 사장네와 수발을 들어야 하는 기생관계를 보여줌으로써 박 사장네 입장에서는 기생하고 있는 냄새 나는 인간에게 비참한 결론을 보여주며 일그러진 인물관계를 보여준다.

둘째, 기우의 친구가 선물한 수석은 반지하방에서 나올 기택 네의 희망과 계획을 보여주지만, 집안에 홍수가 났을 때 무거운 수석을 안고 나오는 기우의 모습은 헛된 희망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희망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는 것 을 뜻한다. 그다음으로 기택네의 지울 수 없는 가난의 냄새를 박 사장이 알아채고, 박 사장과 그 아내와의 대화를 엿들으면 서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경계를 보여주며, 영화 후반부에 돌이 킬 수 없는 결말에 이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문광의 남편 근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사채업자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근근히 먹고살게 만들어준 박 사장에게 맹목적인 집착을 보이는 근세는 매일 깊은 지하에서 피가 나도록 머리를 박아 박 사장의 발밑 불을 밝히지만, 정작 박 사장은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그 저 냄새나고 더러운 존재일 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순간에도 냄 새를 피해 코를 막아야 하는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한 사람에 게는 존경의 대상이자 한 사람에게는 혐오의 대상인 셈이다.

WP·가디언, 블랙리스트 딛고 韓 민주주의 승리

2월 10일 미국에서 개최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 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옥의 영화 ‘기생충’에 대해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 (WP)가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을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로 평가했다. WP는 봉준호 감독은 물론, 배우 송강호와 이미경 CJ그룹 부 회장이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이었음을 강조하고,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더라면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라 고 평가했다. 이어 “‘기생충’은 자유로운 사회가 예술에 얼마나 필수적인가 하는 중요한 교훈을 말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WP는 블랙리스트 내부문건에서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은 경찰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영화로 평가됐고, ‘괴물’은 반미주의 영화, ‘설국열차’는 시장경제를 부인하고 사회적 저항을 부추기 는 영화로 평가돼 있었다고 소개했다. 배우 송강호 역시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는 영화 ‘변호인’ 출연 이후 압력을 받아 왔고, 이 부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가디언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을 전하면서 봉 감독을 포함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 9473명 대부분은 2014년 300여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를 비판했고 이로 인해 정부 기금에서 배제됐다며, “몇 년 전만 해도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던 인물의 굉장한 반전” 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잡지 슈피겔도 블랙리스트를 언급했고, 호주 ABC방송은 이미경 부회장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실을 소개했다. AP통신 은 기생충의 승리는 ‘세계의 승리’라고 보도했고, 영국 BBC 방송 은 “아카데미 92년 역사에서 자막 달린 영화가 작품상을 탄 것은 처음”이고 역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으며, CNN 방송은 “기생충 이 경쟁작들에 비해 굉장히 강력하다는 걸 입증했다”고 밝혔다.

시상식 재치 입담 과시도 화제

지난해 5월 개최됐던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 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고, 미국의 4대 영화 조합상인 배후 조합상(SAG)의 앙상블상, 작가조합상WGA)의 갱상을 받았다. 또한, 제37회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갱상과 외국어영화 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은 비영어 영화로서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한,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제작된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것도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이다. 더불어 아시아 언어 영화의 아카데미 갱상 역시 ‘최초’다. 101년 한 국영화 역사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것 역시 최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에 쏟아진 찬사와 봉 감독의 재 치 있는 수상 소감도 화제였다. 봉 감독은 거장 마틴 스코세이 지 감독에게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걸 가르쳐준 존경스러운 감독이라고 경의를 표명하자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 함께 후보에 오른 감독들을 언급하며, “이 트로피를 오스카 측에서 허락한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 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전 세계 흥행 수입과 기록에도 주목
영화 ‘기생충’은 흥행에서도 해외 매출 2천억원을 돌파하는 등 대박을 기록했다. 2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 세계적으로 1억 7042만 달러 (20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북미 누적 박스오피스는 3940만 달러, 북미 이외지역의 나라에서 기록한 매출은 1억 3102만 달러 다.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 날인 10일 50만 1222달러(약 5억 9천 만원)의 매출을 올려 북미지역 일간흥행순위 4위를 기록했다.

‘기생충’은 오스카 수상효과로 북미 배급사 네온이 14일부터 상영관을 1060곳에서 2001곳으로 늘린 만큼 앞으로 박스오피스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2001년 ‘와호장룡’이 기록한 전 세계 흥 행수입액 비영어권 영화 역대 최고기록인 2억 1300만 달러(약 2512억원)를 갱신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트는 “‘기생충’의 북미 누적 흥행수익이 4400만 달러에 근접 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개봉 첫 주말 140만 파운드(약 21억 4천만원) 수입을 올려 역대 비영어권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오스카 수상 다음 날인 11일 박스오피스 1 위로 올라섰다. ‘기생충’이 판매된 나라는 전 세계 202개국이지 만, 아직 개봉된 나라는 67개국이어서 앞으로 비영어권 영화의 흥행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국장에서도 재개봉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10일 73개 상영관에서 다시 개봉한 ‘기생충’은 재개봉 첫날 1761명이 관람해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한 데 이어 11일에는 109개 상영관에서 8339명이 관람해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개봉해 1008만명을 넘긴 후 재개봉으로 다시 흥행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CGV와 롯데시네마도 각각 30개 지점에서 재상영했 으며, 26일에는 흑백판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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