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최유진 기자) 외교부가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리며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보트 구입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교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지난 3월부터 발령하며 긴요한 방문이 아니면 해외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했다.

이런 상황에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전 연세대 교수가 요트 구입을 위해 어제(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전 교수는 출국에 앞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미국 뉴욕에서 요트를 구입해 미국 동부 해안을 따라 항해할 계획이 있다며 준비 상황을 공개했다.

출국 전 공항에서 KBS 취재진이 이 교수에게 여행 목적을 묻자 "그냥 여행 가는 건데. 자유여행"이라고 밝혔다.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과 관련해선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다"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조심하면서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공직자 가족인데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엔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지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느냐"며 "모든 것을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답했다.

외교부가 해외방문 자제를 전 국민에게 권고한 상황에 정작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이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강 장관은 오늘(4일) 외교부를 통해 배포한 입장을 통해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러한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기자들이 강 장관에게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엔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행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설득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본인도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교수가 공직자가 아닌 만큼 여행을 무작정 비판할 게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가족으로서 이 교수의 이 같은 언행은 국민들의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