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인 ‘엄지’만 발달하고…‘머리’는 가벼워지고
[데스크 칼럼] 한국인 ‘엄지’만 발달하고…‘머리’는 가벼워지고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0.10.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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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질은 아이보다 중요하다. (위부터)젖먹이 아이 엄마와 아빠가 아이보다는 스마프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 스마트폰 질은 아이보다 중요하다. (위부터)젖먹이 아이 엄마와 아빠가 아이보다는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내외방송=정수남 기자) “브라운관 개발을 후회한다.” <독일의 K.F. 브라운>
“원자폭탄 개발을 후회한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

1897년 브라운 박사는 브라운관 개발에 성공했지만, 브라운관이 바보상자로 불린 텔레비전에 쓰이자 한 말이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순간적인 핵분열 연쇄 반응으로 발생하는 대량 에너지를 이용한 폭탄을 만들어 193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페르미 박사 역시 핵폭탄이 1945년 일본에 떨어진 이후 이같이 말했다.

여기에 “스마트폰 개발을 후회한다”는 문구가 추가돼야 할 지 싶다. 특히 대한민국을 향해.

▲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마트폰 질은 인도를 걸으면서, 횡단보도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계속된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마트폰 질은 인도를 걸으면서, 횡단보도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계속된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최초의 스마트폰은 1992년 IBM이 개발해 1993년 일반에 공개됐지만, 상용화는 2000년대 중반 캐나다 RIM사가 블랙베리폰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휴대폰 보급률은 100%를 넘었고, 이중 스마트폰 보급률 95% 이상으로 보급률 세계 1위다.

2010년대 초 스마트폰이 국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당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은 어른 장난감”이라는 말이 통용됐다.

그만큼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뜻이리라.

▲ 우리나라 사람들은 앉으면 일단 스마트폰에 코를 묻는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 우리나라 사람들은 앉으면 일단 스마트폰에 코를 묻는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이로 인해 2000년대 초반 무분별하게 국내에 보급되면서 10여종에 이르던 무료신문이 사라졌다. 게다가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일반 신문을 읽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도 동시에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대중교통, 길거리, 식당, 커피전문점 등 전국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엄지 손가락을 놀리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만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폐해는 TV보다 더 심하다.

가족 외식에서도 부모와 자식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코를 빠트리고 있고, 친구와 연인들도 대화보다는 스마트폰 질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 여자 친구와 식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 질을 지속된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 여자 친구와 식사를 하면서도 스마트폰 질은 지속된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TV는 시청 때만 대화와 생각이 단절되지만, 스마트폰은 24시간 주인을 따라다니면서 머리를 가볍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은 공공의 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보행 중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타인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대중교통 승하차시에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바람에 뒷사람이 차를 타지 못하거나, 닫히는 문에 끼이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다. 이는 국민의 머리가 가벼워졌다는 뜻의 다른 말에 불과하다.

▲ 서울지하철 객차. 20대로 보이는 청년은 스마트폰에, 70대로 보이는 노인은 신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 서울지하철 객차. 20대로 보이는 청년은 스마트폰에, 70대로 보이는 노인은 신문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수재들이 다닌다는 서울대학교 학생을 보면 이 같은 주장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관악산 자락에 있는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걷다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을 볼 수 없다. 도서관, 학생식당과 휴게실 등에서도 이들은 스마트폰 대신 대화를 하거나 책을 읽지, 스마트폰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왜?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게임이나 연예·스포츠 등 가십성 신문 기사보다는 머리에 채울 게 너무 많아서.

일각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는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는 사람는 극소수다.

실제 국내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지난해 7.5권(종이책+전자책)으로, 2011년(9.6권)보다 줄었다. 대부분이 시간을 죽이는데 스마트폰을 활용한다는 뜻이리라.

▲ 외국인 관광객들은 스마트폰보다 아날로그 방식인 종이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 외국인 관광객들은 스마트폰보다 아날로그 방식인 종이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다. (사진=내외방송 정수남 기자)

2011년에만 미국인은 79.2권, 일본인은 73.2권, 프랑스인은 70.8권, 중국인은 31.2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인테넷을 기반으로 하면서 쇼핑, 독서, 뉴스 구독, 게임, 영화 감상과 TV시청, 내비게이션 등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다만, 스마트폰에 빠진 대한민국의 미래가 다소 걱정될 뿐이다.

국민의 정부(고 김대중 전 대통령)가 1990년대 중후반 대학에 학부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인문학과 사회학 등을 말살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스마트폰이 국민의 사고력에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새겨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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